2. 그림책의 힘
1. 세계/경험/감정의 확장을 통해 아이의 성장을 돕는다
2. 머무를 줄 아는 힘을 기르도록 돕는다.
3. 상상력과 표현력을 기르는 바탕을 마련해준다.
4. 부모의 사랑을 온전히 느끼도록 해준다.
5. 부모 안의 아이를 일깨우고, 자녀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4. 부모의 사랑을 온전히 느끼도록 해준다.
아이와 그림책 읽을 때 어떤 자세로 읽으시나요? 아이를 멀찍이 마주보며 앉혀 놓고 그림책을 보여주며 읽어주시나요? 제가 만난 부모님들의 대부분은 아이를 무릎에 앉혀 그림책을 읽어준다 하셨습니다. 아이가 조금 크면 옆에 나란히, 그러나 바짝 붙어 앉아 그림책을 보지요. 저희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 어린 작은연꽃은 제 무릎에, 조금 큰 큰연꽃은 제 옆에 찰싹 붙어 마치 한 몸뚱이처럼 그림책을 봅니다. 무게나 체온이 버거울 때도 있지만, 스킨십 없이 아이와 책을 읽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입니다.
이렇게 함께 그림책을 읽을 때 아이가 받아들이는 것은 단순히 그림책 본문의 내용이 아닙니다. 자신을 폭 감싸 안아주는 부모의 품과 따뜻한 온기, 고유의 체취, 그리고 목소리를 내며 온 몸으로 전해지는 파동이 아이의 책 경험 전체를 이루는 것이지요. 사실 시간이 한참 흐르고 나면 아이들은 책의 내용이나 작가에 대해 거의 기억하지 못하게 됩니다. 하지만 부모와 체온을 나누며 몰입했던 그림책 시간의 행복한 감정만큼은 오래도록 아이에게 남습니다. 포근하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정서 그 자체로 말입니다.
책을 덮은 후에도 그림책은 부모와 아이가 같은 언어의 세계를 공유하도록 돕는 다리 역할을 합니다. 같은 언어의 세계, 즉 이야기를 공유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함께 여행을 갈 수도 있고, 운동을 할 수도 있고, 인형 놀이를 할 수도 있지요.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 자체가 이야기를 함께 만들고 공유하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 중 그림책을 함께 읽는다는 것은 색다른 장점이 있습니다. 그림책이라는 실물이 있기 때문에 언제든 다시 꺼내어 볼 수 있고, 처음 해당 그림책을 읽던 시절과 다시 찾아 읽는 시절이 그림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계속 축적되며 소통합니다.
큰연꽃 세돌 무렵이었습니다. 7월 더위에 헉헉대다가 "에어컨 좀 켜야겠다"라고 중얼거렸는데, 그 말을 들은 큰연꽃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엄마 틀면 안돼. 달이 녹잖아 .오토께가 달에 못가."
"오토께? 어떻게 달에 가냐고?"
"아니, 오토께, 오토께!!"
"(오토께가 대체 뭐냐...-ㅅ-;;;;) 아....... 옥토끼! 너 <달샤베트> 이야기하는 거구나?"
그렇게 <달샤베트>를 꺼내와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제가 아이와 이 책을 함께 읽지 않았다면 알아차릴 수 없던 지점이었겠지요. 그 후 아이와 이 책을 읽을 때마다 저는 큰아이 세돌 무렵으로 돌아가고는 합니다. 이제 여섯돌이 다되어 가는 아이는 키도 훌쩍 크고 몸무게도 많이 나가 무릎에 앉혀 책을 읽어주기 버거워졌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함께 읽는 그 순간만큼은 말랑말랑 몽글몽글했던 세 돌 아이가 함께 떠오릅니다. 그 아이와 함께 웃었던 지점, 정확하지 않던 발음, 채 사라지지 않은 아기 냄새, 오동통한 종아리, 아이가 유난히 좋아하던 장면....... 그림책은 부모와 아이가 같은 언어를 공유하며 쌓아둔 기억 저장소가 되는 것입니다.
그림책의 가장 큰 힘은, 부모의 사랑을 전하는 매개라는 점입니다. 부모의 품 안에서 온 몸으로 느끼는 이야기야말로, 부모와 아이가 다른 어떤 방해 없이 그림책에 몰입하는 시간이야말로 아이에게 집중적으로 사랑을 전하기에 좋은 방법이 됩니다. 또한 함께 하는 순간과 감정들이 그림책에 차곡차곡 쌓여, 그림책장은 아름다운 기억의 정원으로 꽃피어납니다. 그렇게 함께 읽은 그림책들은 쉽게 팔거나 줄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