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즌이 길어지면서 제일 나쁘게 든 습관은, 시도 때도 없이 눕는 버릇이었다. 아이들에 매이고 에너지를 빼앗기게 되면서, 애들 만화 보는 시간에 마냥 누워 꼼짝 않고 있었다.
갑자기 늘어난 집안일과 육아, 처리해야 하는 일들 때문에 피곤해서 그런 거라 생각했는데. 사실 그보다 진짜 이유는 내가 무력했던 것 같다. 활기라고는 요만큼도 남아 있지 않는 것만 같은, 메마른 기분이 나를 잠식하고 있었다.
누우니 게을러지고, 게을러지니 더 움직이기 싫고, 안 움직이니 몸이 무거워지고, 무거워지니 더 눕고만 싶어지고........ 그야말로 악순환이었지만, 내 의지로 그 고리를 끊기란 참 어려웠다. 코로나 6개월 동안 질나쁜 간식에 손대고 눕는 습관이 들면서 몸무게도 2kg나 늘었다. 인생 최대 몸무게였다.
거울 속 내 모습을 보고 관능에의 욕망을 되살렸던 그 날, 15년 전 배웠던 살사의 감각을 아주 쬐금 되살려 보기로 했다. 유투브를 뒤져 쉽고 신나는 라인댄스 영상을 찾기 시작했다. 춤은 일단 노래가 잘 맞아야 한다. 노래가 좋아야 몸도 저절로 들썩이니까. 이리저리 영상을 보다 따라할만해 보이는 영상을 골라 틀어보았다.
꺄아, 긴 머리에 한쪽 어깨가 드러난 상의, 골반 따라 살랑거리는 짧은 치마와 높은 댄스화! 내가 갖춘 건 긴 머리 뿐이네. 헐렁헐렁 실내복 차림에 맨발인 거울 속 여자가 어색하게 날 보고 웃는다. 지금 필요한 건 뭐? 틀려도 그냥 따라춘다! 하는 무대뽀 정신.
디스코로 편곡된 보디가드 OST에 맞춰 차차 댄스 기본 스텝을 오랜만에 밟아본다. 일단 노래가 신나고 몸이 살랑거리니 기분이 올라온다. 이전에 살사 배울 때 차차와 메렝게, 바차타도 간단한 스텝은 함께 배운 게 도움이 됐다.
23살의 어린 나야, 어떻게 이걸 배워둘 생각을 했니.기특해서 머리 쓱쓱 쓰다듬어 주고 싶어라. 덕분에 38살의 내가 집에서 이렇게라도 움직여볼 씨앗을 받았네.
셋째날부터는 튜토리얼 보면서 다른 안무도 따라추기 시작했다. 하아, 조금 복잡해지니 바로 스텝이 꼬이고 엉킨다. 스텝 따라가는 것만으로 벅차니 골반이나 밀당에 신경쓸 여유가 없다.
넷째날이 되어서야 발로 바닥을 미는 느낌이 조금 돌아왔다. 아, 이렇게 미는 거였지, 밀면 골반이 이렇게 빠지는 거였지! 20대 때와 다르게 골반이 뻐근하게 아프지만 실실 웃음은 난다. 이 느낌이었어!
운동은 10분도 하기 싫은데, 라인댄스는 튜토리얼 보며 계속 연습에 연습을 반복하다 보니 1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이것이 음악과 춤의 힘!에너지가 한창 올라온 채로, 땀에 흠뻑 젖은 채로 샤워를 하러 갔다. 운동힘들게하고 씻을때 진짜 기분 좋다는 느낌이 이런 거구나. 신랑이 아무리 얘기해도 대체 알 수가 없었는데, 운동이 재미없어서 그런 거였다. 진짜 좋다!라는 말이 연신 새어나왔다.
자꾸만 누워 있고 싶은 깊은 무기력함에서 한 발 걸어나왔다는 것이 첫번째 기쁨이고. 눈과 귀와 온 몸이 하나로 집중하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 두번째 기쁨이다. 이렇게 흠뻑 땀이 나는 것이 얼마만이더라. 어쩐지 이 기쁨은 오래 나를 이끌어줄 것 같은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