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어 씁니다: 윈터링" 수업 후기

한 해를 모두 겪어낸 사람들

by 안개향

"기대어 씁니다: 윈터링" 수업이 오늘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제가 참 하고 싶던 모임이었습니다.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를 읽고 느꼈던 감동을 나누고 싶었고, 다른 분들의 다양한 겨울 이야기를 듣고 싶었어요. 이 모임이 누군가에게 작은 봄바람이 되어준다면 그야말로 제게 큰 위로가 될 것 같았고요. 한 분이 중간에 사정이 생겨 완주하지 못하셔서 아쉬웠지만, 6분이 끝까지 글을 쓰며 서로의 난로에 장작을 날라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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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겪은 가장 혹독했던 겨울 이야기를 책에 기대어 나누었어요. 끝나지 않던 수험 기간, 살아도 살아도 적응되지 않는 결혼 기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자식, 유리 조각처럼 박힌 그 사람의 한 마디, 부모의 투병, 불안으로 표출된 우울증, 나는 지금껏 무얼 한 건가 싶은 자괴감, 주변 사람들에 대한 질투...... 실제로 어려운 상황이 닥치기도 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자신을 공격함으로써 정신적인 겨울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자기의 겨울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이 겨울나기의 시작이었지요.



다른 사람을 만나기 위해 들어갔는데
정작 내 얼굴을 제일 많이 들여다보게 했고,
다른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시작한 모임인데
결국 내 이야기를 들여다보게 했다.

- "돌고래"님의 글 "Zoom" 중 일부




겨울이 가장 힘든 이유는 '세상에 나 혼자 버려져 있다는 감각'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무민의 겨울>에서 무민이 겨울잠 중 혼자 일어나 세상이 모두 죽어버리고 자기 혼자 남겨졌다고 느끼며 절망하는 것처럼요. 그래서 글쓰기 모임은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끊임없이 알아가는 시간이기를 바라요. 나만 알던 겨울을 너에게 들려주고 너만 알던 겨울을 내가 알아가는 시간을 두 달 간 보내면서, 우리는 조금 더 봄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합니다.



무민은 계단 쪽으로 나가 흠뻑 젖은 어둠 속을 바라보았다.
무민이 혼잣말했다.
"이제 나는 다 가졌어. 한 해를 온전히 가졌다고. 겨울까지 몽땅 다. 나는 한 해를 모두 겪어 낸 첫번째 무민이야.

- <무민의 겨울>, 토베 얀손



무민처럼 "나는 한 해를 모두 겪어낸 사람이야."라고 뿌듯하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우리 모두에게 올 거라 믿으며.


메아리님이 김초엽 작가님의 말을 빌어 이렇게 말씀하셨죠. "우리는 그곳에서 괴로울 거야. 그러나 그보다 많이 행복할 거야." 네, 마감에 맞춰 주제가 있는 글을 써 가는 일은 쉽지 않아요, 괴로워요,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글이 미워지기도 해요. 하지만 그 글을 들고 옹기종기 모여 앉았을 때 우리는 분명 행복해져요. 애정을 갖고 내 글을 읽어줄 사람이 거기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일요일 저녁이 되면 월요일의 아침을 기다리곤 했다는 여러분을, 저도 오래도록 기억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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