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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개향 May 23. 2022

(5.23) Nice one Sonny!

저토록 빛나는 젊음

토트넘이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했다. 몇 달 전만 해도 가능성이 없어 보이다가 점점 올라오더니, 막판에 더비인 아스날과 4위 경쟁으로 엎치락 뒤치락 불안했다. 그런데 아스날 전 대파 이후 희망이 보였고, 어제 마지막 경기에서 비기기만 하면 진출 확정이었다. 그런데 5:0 대승이라니! 2:0까지만 보고 이기겠구나 싶어 잠들었는데, 완승은 물론이거니와 손흥민이 두 골을 넣어 득점왕에 오르기까지 했다.


설마설마했는데 한 경기 두 골. 필드골로만 23골을 넣었다니 엄청난 기록이다. 팬들도 선수들도 잠 못 이루는 밤이었겠다.


축구 좋아하냐고? 그렇게 말할 수준은 아니다. 2002년 월드컵 때 놀아본 것 빼고는 축구에 전혀 관심 없었다. 아이를 낳고 큰연꽃이 축구 관전을 좋아해서 상암에 있는 서울 FC 경기장에 몇 번 가봤다. 남편과 박지성 때문에 EPL에 무슨 팀이 있는지 영국의 축구 문화가 어떤지 좀 알게 된 정도다. 박지성 선수한테 반해서 뒤늦게 덕질을 좀 하긴 했었지.


어쨌든 이번 시즌 토트넘의 챔스 출전 여부를 두고 마음 졸였던 건 다 손흥민 선수한테 반해서다. 우리나라에서 다시 나올 수 있을까 싶은, 몸과 머리와 마음이 다 근사한 선수.


잘 하는 사람은 많다. 잘 하면서 노력하는 사람은 적다. 잘하고 노력하면서 내면까지 성숙한 사람은 드물다. 쏘니가 경기마다 보여주는 실력과 집중력, 그리고 경기장 밖에서 보여주는 친화력과 겸손함, 팬 사랑을 보면 이렇게 멋진 젊은이의 경기를 한 시대에서 볼 수 있어 기쁘다는 생각이 든다. 챔스에 가는 것도, 공동 득점왕에 오른 것도 한껏 축하해주고 싶다. 오늘만큼은 자신의 날을 마음껏 만끽하길. 그리고 내일은 또 연습을 하고, 원하는 만큼 뛰고 날아보길.


축구를 그렇게까지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이토록 손흥민의 경기와 영상을 챙겨보고 응원하게 된 건, 아마 내가 그런 삶을 살아보지 못했기 때문일 거다. 거기까지 가는 길이 오죽 험난했을까. 아버지에게 혹독하게 훈련을 받고 유럽 리그에서 보이지 않는 차별을 이겨내며 뛰고 익히고. 그러나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해내고(어릴 때부터 축구를 너무 좋아했다는 말이 귀여웠다 ㅎㅎ) 어려운 상황에 계속 부딪히며 배우고, 열심히 하며 성장해 나가고 결국 최고의 성과를 이뤄내는 성장의 서사.


저토록 좋아해보지도 저토록 꾸준해보지도 저토록 환희에 차보지도 못한 채 이만큼 나이를 먹어버린 사람이 그 반대의 젊음에게 보내는 찬사이다. 저만큼은 못 되어도 조금 더 좋아하고 조금 더 꾸준하고 조금 더 나아져야지. 나는 그가 앞으로 써내려갈 이야기가 계속 궁금하다. 내가 써나갈 나의 이야기만큼이나. Nice one Sonny, Let's have another one!


https://youtu.be/qmw729KiM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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