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과, 내 몸과, 내 자신과 친하게 살기
사진관이다
단체 사진을 찍어야 했다
총 여섯 명이다
결혼은 안 했지만 이혼을 세 번 한 사람 A
목덜미에 분화구 문신을 한 사람 B
알고 보면 좋은 사람 C
우산살에 쉽게 위축되는 사람 D
숨을 참는 얼굴과 참지 않는 얼굴이 같은 사람 E
브래지어가 없는 사람 F
사진이 잘 나오기 위해
사람 A는 운동을 하고 있었고
사람 B는 숙면을 취했으며
사람 C와 D는 포옹을 했고
사람 E는 긍정적인 경험을 반복적으로 떠올렸다
F도 노력을 해야 했다 그러나
브래지어가 없었다 헐렁한
하얀 면티를 입고 있었으므로
허리를 펴면 젖꼭지가 비쳤다
허리를 굽혀야 했다 고개를
숙이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노력이란 건 브래지어 없이 불가능했다
사람 A, 사람 B, 사람 C, 사람 D, 사람 E가 다가왔다
왜 허리를 굽히고 있니
왜 허리를 펴지 못하니
도와줄까?
브래지어가 없어서 F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고개를 숙인 채 다른 이들의 가슴을 곁눈질했다
감쪽같이 숨기고 있었다
브래지어가 어디 있다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F에게만 없고 모두에게 허락된 무엇이었다
사진사가 셔터를 눌렀다
허리가 굽은 F는 고개만 쑤욱 내밀었다
A B C D E F 중 얼굴이 가장 크게 나왔다
- "얼굴 큰 사람", <책기둥> 중, 문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