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러 가는 기분으로
스스로 일하고 돈을 벌어라
요청사항을 단호히 물리쳐라
완전히 새로운 일을 시작해봐라.
모르는 곳으로 가서
모르는 사람이 되는 것이 좋다
모르는 도시에 가서
모르는 강 앞에서
모르는 언어를 말하는 사람들과 나란히 앉아
모르는 오리와 더불어 일광욕을 하는 것이 좋다
모르는 새들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여기가 허드슨 강이지요
아는 언어를 잊어버리고
언어도 생각도 단순해지는 것이 좋다
(....)
모르는 세상의 모르는 구름이 많이 들어올 수록
모르는 나의 미지가 넓어지는 것도 좋아
나는 나도 모르게 비를 맞고 좀 나은 사람이 될 수도 있겠지
모르는 새야 모르는 노래를 많이 불러다오
모르는 내일을 모르는 사랑으로 가벼이 받으련다
김승희, <여행에의 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