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될 순 없지만 그걸 빛낼 순 있지
나에겐 특별한 재능이랄 게 없었다. 특출 나게 뛰어난 분야가 있어 상을 휩쓸어 본 적도 없었고, 성적이 좋아 선생님들의 눈에 들어본 적도 없었던 것 같다. 그저 그런 지극히도 평범했던 소녀였다. 그렇게 내세울 것 하나 없는 학창 시절을 보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고부터는 방송부 활동을 시작했다. 키가 크니 커다란 방송실 기계를 조작하는 일을 능숙하게 잘 해낼 거라는 이유에서 차출되었다. 뭐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일이 크게 어렵지도 않았고 팔이 길어 조작 가능한 범위가 넓었다. 다만 기계 조작 일을 하기 위해서는 어지간히도 바지런을 떨어야 했다. 모두에게 즐거운 등교길을 선사하기 위한 음악을 틀어야 했기에 전교생 중 가장 먼저 등교하는 학생이 되어야 했다.
뿐만 아니라 방송 준비를 위해 제일 일찍 방송실 문을 열었다. 푹푹 찌는 여름엔 에어컨을 켜 놓았고, 코끝까지 시린 겨울엔 히터를 켜 놓아 아나운서와 카메라맨이 제 역할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 두었다. 그렇게 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했지만 괜찮았다. 내 노고를 방송부 친구들은 매양 인정해 주었고, 2년간의 방송부 생활을 통해 근면과 성실함을 동시에 얻었으니까.
그때부터였을까. 빛이 나는 일보다 빛을 내는 일에 더 큰 보람을 느끼게 된 건.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유독 부끄러웠고 적잖이 자신감 없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렇게라도 빛을 내고 싶었으니까.
얼마 전 고백을 받았다. 내가 팀원들을 빛나게 한다고 했다. 영업 최전방에서 더 높게 뛰고, 더 높이 날 수 있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해주고 있다며 고맙다는 마음을 전했다. 뜬금없는 팀장의 고백이 살짝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이내 기분이 좋아졌다. 나의 쓸모가 여전하다는 그 말이 듣기에 좋아서. 빛날 일 없는 나를 빛내주던 그 말이 무지하게 반가워서. 하루 온종일 그 말을 곱씹으며 되풀이했다. 그날의 하루는 유독 나에게만 따스했다. 찬바람 휘휘 불어 모두의 옷깃을 여미게 만들었지만 추운 줄도 몰랐다.
어쩌면 별이 되고 싶었던 때가 나에게도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반짝반짝 빛을 내며 모두의 존경과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존재 말이다. 그러나 살다 보니 그 기회는 모두에게 주어질 수만은 없다는 것을 알겠더라. 그 자리가 내 것이 아니라는 것도.
서른 후반이 되어서야 깨닫는다. 내가 밤이었다는 사실을. 난 별들이 마음껏 뽐낼 수 있도록 고즈넉한 어둠을 드리우는 밤이었구나. 그들이 아름다움을 무한대로 발산할 수 있도록 제 역할을 하는 이슥한 밤.
늦은 퇴근길 소리 없이 깊어가는 봄밤을 만났다. 어슴푸레 비치는 달 아래 별들이 우수수 쏟아져 있었다. 어떤 이들이 저 별을 밝힌 걸까.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살아왔을까. 그들도 나처럼 별을 보며 기뻐하고 있을까.
빛을 낼 수 있었으니
나 또한 빛났던 것이라고.
꽤 괜찮은 인생을 살아내고 있다고.
그렇게 오늘도
별거 아닌 행복을
운명처럼 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