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커피를 벌컥벌컥 마셔도 조금만 움직이면 땀이 주륵 나버리는 여름이 찾아왔다. 매일 게시글이 올라오면 담는 내용이 가벼워질까 떠오르는 영감들을 메모장에 글로 옮겨적고는 했지만, 글 하나를 업로드 할 때마다 해피빈에서 콩을 주었고 그걸로 매년 약소한 기부를 하고 있어서 콩을 받기 위해! 오늘도 글쓰기 버튼을 누른다.
어제는 돌연 옛날 감성을 느끼고 싶어 줄 이어폰을 찾기 위해 서랍을 뒤졌다. 꼽는 부분이 덜렁덜렁해진 낡은 이어폰. 서랍을 열어보니 구석에 마구잡이로 엉켜 있었다. 노란 마스킹 테이프로 칭칭 감아져있던 이어폰을 휴대폰에 꼽아 2015년에 많이 들었던 Lost Stars를 틀었다. 줄 이어폰이라고 무시하기엔 만만의 콩떡일세. 시작 부분의 기타소리는 에어팟보다 더 잘 들려서인지 옛날 뒷좌석에서 음악을 들으며 지나가는 가로등을 봤던 시절에 느꼈던 감정들이 끝없이 밀려오던 탓에 그 자리에서 생각지 못하게 너무 많이 감동해버렸다.
청소년기에 감성이란 감성은 끝판왕으로 가지고 있는 내가 존재했던 시절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는 것 같았다. 그때 들었던 음악을 듣기 시작하니 마음 속이 일렁이는 느낌이다. 소리가 더 생생하게 들리는 것은 기분 탓일지도 모르겠다. 왜 여전히 몇몇의 사람들이 이어팟(애플의 줄 이어폰)을 고집하는 지 알 것 같다.
그렇게 바뀌어버린 시대를 비판하면서 애플의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기웃거리고 이내 사버렸던 나를 생각하면 꽤 모순된 삶을 살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과거 속에 남아있는 아날로그를 그렇게 열망하면서도 에어팟 프로를 사고 난 이후로 줄 이어폰은 어디 있는지 잊어버릴 정도였으니.
아이폰 7을 샀을 때 들어있던 이어폰을 처음 들었을 때가 기억이 난다. 그때만 해도 음질이 정말 좋다는 평을 익히 알고 있어서 처음 들었을 때 콜드 플레이의 음악을 듣고 놀라워했었다. 다음은 쑤가 사준 에어팟을 끼고 이층 침대에 누워 천장을 쳐다보며 이어폰에 줄이 없다는 게 신기해 팔을 휘휘 저었던 날이 있었다. 스무 한 살이 되고 나서는 세일 소식에 에어팟 프로를 샀더랬다. 음악을 정말 좋아하던 탓에 새 이어폰을 꼽을 때마다 가득찬 환희는 하루에 큰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기술의 발전을 통해 편함을 느끼는 건 일상에 매우 좋은 영향을 미치지만 동시에 뭐든지 새 것을 원하고 빨리 바꾸는 것에 연연해 하는 분위기도 조성하기 때문에 쉽게 물건을 사고 사용하는 걸 경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과거는 그리워 하면서 현재는 그렇게 빨리 소비해버리면 우리에게 남는게 뭐가 있을 지 의문이 든다.
2015년에는 줄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들으며 당시 썼던 아이디로 블로그에 글을 쓰는 내가 있었다. 노을을 바라보며 사색도 했다가 저녁 먹으라는 부름에 후다닥 글을 마무리 지었을게지. 2021년의 나는 낡아버린 줄 이어폰을 다시 꼽아본다. 여전히 그때 들었던 음악을 다시 들으며 그 날의 기억을 곱씹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