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혜 작가의 책은 가장 최근에 나온 ‘쉬운 천국’이 처음이었다. 빼곡하고 방대한 양의 글이 있어 한달음에 구매했던 기억이 난다.
2020년이 마무리 되는 연말 무렵 쉬운 천국을 다 읽고 올해 여름이 되어서 여행 에세이 리스트를 쭉 보다 사람들이 쉬운 천국을 리뷰할 때 빼놓지 않고 애기하는 ‘조용한 흥분’이 떠올라 2021년 7월 한창 여름이 지나가고 있을 때 주문하게 되었다. 얇은 랩같은 비닐에 감싸진 책을 부욱 뜯으니 새하얀 책이 모습을 드러냈다.
쉬운 천국이 “글!” 이라고 표현한다고 치면 조용한 흥분은 글의 여백과 사진이 곳곳에 숨어있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시간을 역행하여 첫번째 책을 거꾸로 읽으니 최근 작보다 문체가 많이 앳되어 보였다. 옛날 인스타그램이 갈색 카메라 모양이었을 때의 몽글몽글한 감정을 잘 담아내고 있다.
중학교를 다닐 적에는 인스타그램 유저가 별로 없어서 혼자 감성 사진을 가득 올리고 뿌듯해했던 기억이 있다. 무얼 올리던 아무 신경 안쓰고 나만의 감성을 마구마구 업로드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흠.
이제는 약간 암묵적인 룰이 있는 것처럼 특정한 이벤트가 있는 날에만 사람들이 사진을 올리는 것 같아 큰 아쉬움이 있다. 그날 먹은 맛있는 음식, 처음 본 사람과의 통하는 대화, 오늘 산 것들 등등 누군가에겐 보잘 것 없어 보이더라도 오히려 그런 작은 것들을 공유했던 시대가 지금 sns가 하는 것보다 낭만과 행복만큼은 사람들에게 많이 가져다 주지 않았을까 하는 나의 상상을 적어본다.
이런 이유로 인해그날 그날의 기록이 꽉차게 들어있는 유지혜 작가의 책을 좋아한다. 모두가 잘나고 멋지게 다듬어진 10% 모습만 책에서 보여주려 애를 쓰는 동안 유지혜 작가는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필터링 없이 순수한 감정과 그냥 지나칠 뻔한 경험을 탁 잡아내어 글로 사람들에게 전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행을 가고 싶다는 나를 발견할 때는 유지혜 작가의 책을 꺼낸다. 지금도 어디선가 다가오고 있는 인연들을 기대하면서, 입고 싶은 옷을 마음껏 입고 서는 햇살 잘 드는 테라스에 앉아 밀린 일기를 쓰는 나를 상상한다. 만약 그런 날이 온다면 참 오래 기다려왔다고 비행기에서 눈물 콧물 찔찔 흘릴 내가 뻔히 보이긴 하지만, 그런만큼 낭만을 온 감각으로 느끼는 날과 역시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며 욕을 마구잡이로 하는 날들을 소중히 다루지 않을까 한다.
스물 셋의 유지혜 작가가 여행한 기록물을 다시 읽어볼 스물 셋의 나는 비행기 구경이라도 할 수 있으려나. 책을 읽으며 몰스킨 노트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기록이라는 것의 자유를 더 넓혀준 작가를 생각하며 오늘은 일기를 쓰다 잠에 들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