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에 동요되고 환경에 종속되어 스스로가 가진 것을 놓아버리는 일에 무척이나 경계심이 많은 편이다. 그저 따르라는 말에 못이기는 척 하나씩 나의 것들을 포기를 해버리면 어떤 세상에서도 나를 발견하지 못할것만 같은 막막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있는 곳이 비록 내가 바라던 곳이 아니더라도 내가 지켜온 나의 모습을 잃지 않으려 좋아하는 것들을 무의식 중에 떠올리고 내가 원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의 생각을 받아 적는다. 별은 어두우면 어두울 수록 보다 밝게 빛나는 법이니 인생에 있어 밤의 시간을 걷는 때라고 나를 다독일 때면 영원할 것만 같았던 괴리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예상치 못한 일들에 좌절할 때 마다 내가 허망된 것들을 품었다는 이유로 세상이 존재를 부정 당하는 기분이 든다. 그럴 때는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일이 지속적으로 해줘야 내가 가야할 방향 혹은 가야하는 곳을 명확히 짚어주는 역할을 한다. 어른이 되어가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시간이 어련히 알아서 다 해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인 매듭을 묶는 일은 나의 몫이었기에 물끄러미 보고 있을 일이 아니었다.
나에게 알맞는 길을 개척해 나가는 것보다 남들이 너도나도 가고자 하는 길을 누구보다 빨리 가는 기술을 어렸을 적부터 교육하는 사회는 나를 어떻게 이 세계를 빠져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매일 밤 고민하게 만들었다. 지금 나의 삶이 괴로워 타인의 삶을 구경하며 연신 부럽다를 마음 속으로 외치기도 하고 그냥 남들이 다들 하는 것처럼 현실에 무작정 순응할 걸 후회하기도 했다.
20대로서 존재하는 나라는 어른은 십년 전 내가 생각했던 어른보다 더 나약하고 불안했으면 불안했지 강하거나 독립적이지 못한 것 같다. 정신 차려보니 한 해가 지나가고 후회하다보니 한 해가 지나가더라. 나는 안그럴거라고 수도 없이 다짐했지만 영락없이 무너지는 순간이 오면 허무하게도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울며 일기를 빼곡히 채우고 잠에 드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나에 대해, 내 미래의 가능성을 재단 하는 말에 삼켜지지 않으려 내가 믿는 사람들의 말을 찾아 읽어갔다. 다이어리에 붙여진 플래그를 따라 한 글자씩 읽어 내려 갈 때면 다시 앞을 내다볼 힘이 어느 덧 채워지곤 했었다. 나를 잃지 않으려는 노력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고 뚜렷한 존재로 살아가게 만든다. 앞으로 수도 없이 이런 나날들이 있을 터이니 읽고 쓰는 것을 멈추지 않아야 겠다는 다짐이 절로 드는 밤이다.
씩씩해지기 위해 일기를 쓴다. 귀감이 되는 문장들을 적어 놓는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짙게 기억할 수 있도록 오늘도 기록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