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봄을 기대하며 쓰는 글

by 앵두

거대하게 펼쳐져 있는 초록색 들판 아래 형형색색 파스텔 톤의 현수막이 걸린 무대에서는 좋아하는 인디 밴드의 노래가 널리 울려 퍼지고 있다. 가사를 따라 부르다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어느새 귓가에 맴돌던 노랫말은 사라지고 지금이라는 순간만이 남아있었다. 살랑 거리는 바람이 머리카락 사이로 빠져나오는 지금은, 사계절 중 가장 기분 좋은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거리를 걸을 수 있는 봄이다.



유난히 이 계절만큼은 낮의 시간이 느리게 흘러간다. 따뜻한 공기가 감싸는 분위기가 하루 종일 이어지는 그런 기적 같은 날들은 기분 좋게 간지럽히는 바람과 함께 가만히 눈을 감고 있으면 씰룩거리는 웃음이 새어 나오는 행복을 전해 다 준다.



특별한 행사가 아니어도 무심코 지나가는 일상 속에서도 봄이 가져다주는 행복은 너무나 우리의 삶에 넓게 퍼져있다. 토요일 오후 하나둘씩 간간히 사람들이 지나가는 배스킨라빈스 가게 앞 테라스에서 내가 고른 꾸덕한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고 이어폰을 귀에 꼽은 채 벚꽃이 날리는 번화가를 멍하니 바라보며 미지근한 온도의 여유로움을 즐기는 것. 내가 봄을 사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조금 신경 써서 옷을 입고 동네 카페에 앉아 좋아하는 메뉴를 앞에 둔 채 사랑하는 사람과 반짝 지나가는 것들을 기억하려는 사람들을 보며 하루빨리 봄의 정취를 느끼고 싶다.



올해는 밖에 나가기 어려울 터이니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침대에 누워 좋아하는 봄노래들을 틀어둔 채 낮잠을 자는 것도 좋겠다. 봄이라는 계절이 주는 그날의 분위기는 아마도 가장 짧기에 더욱 소중한 게 아닌가 싶다. 노래를 들으며 추억하는 기억들이 있어 감사하며 오늘도 일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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