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SOUL

by 앵두

어디서부터 꼬여있었던 걸까. 영화를 보고 울었다는 몇몇의 후기를 보고서 그 정도는 아닐거라 짐작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펼쳐지는 장면들이 눈 안에 가득 담길 때마다 울컥하는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오기 시작했다.


트레일러 오픈부터 극장에서 안보면 내가 나중에 너무 후회할 것 같아서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인적이 드문 시간대를 골라 친구와 보러 간 거였는데, 집에서 혼자 영화를 볼 때 방문을 잠그고 수도꼭지를 여는 것처럼 줄줄 흐르는 눈물을 차마 친구에게는 보이고 싶지 않아서 마스크 안에서 꾸역꾸역 얼굴을 있는 힘껏 찡그리며 참았다. 사실 주인공의 음악에 대한 열정에 몰입 하느라 즐거워할줄만 알았지만 이건 나의 정말 커다란 오산이었다고 한다. 따뜻한 미소를 머금은 주인공이 인생의 매 순간을 즐기자는 말을 하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뭔지 모르게 나를 포근하게 위로해주는 듯한 배경 음악과 함께 영화의 크레딧이 올라갔을 때는 정말이지 그냥 펑펑 울고 싶었다. 나도 모르게 쌓여진 답답하고 서운했던 감정을 영화가 다 괜찮다고 토닥여주는 것 같아서 그랬던 것 같다.



더불어 영화 소울에서는 성공과 환상에 대한 메시지를 유연하게 잘 전달했다고 생각한다. 재즈 음악가인 남자 주인공이 그렇게 원하던 밴드의 피아노 멤버로 들어가는데 성공을 하게 된 후 이제 어떤 공연을 하냐고 밴드의 리더격인 색소폰 연주자에게 묻자 돌연 물고기와 바다 이야기를 시작한다. 대략 떠올려보자면 막 새로 들어온 물고기가 있는데 그 물고기는 다른 물고기에게 바다가 어디있냐고 묻는다. 물고기는 바다 안에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너가 있는 곳이 바다라고 하자 그 물고기는 이건 바다가 아니라 물이라고 대답했다. 색소폰 연주자는 바다가 환상, 물이 현실이라는 비유를 제시했다. 유독 이 대사를 영화를 보는 내내 곱씹었다.


그리고 내일부터 이렇게 똑같은 공연을 반복한다는 말을 했고 주인공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보여준 이 장면이 그 이유다. 한 번 성공을 한 사람의 성공을 했다는 것에 대한 허무감에 대해 공감할 수 있었다. 나의 경우에도 뉴욕에 관련된 책이면 책 영화면 영화, 음식 예능까지 다 찾아볼 정도로 뉴욕에 대한 열망이 가득한데, 막상 직접 뉴욕에 가서 살아보는 기회가 생겨 그곳에 가서 몇 달 몇 년을 살면 처음과 똑같이 그 도시로부터 오는 두근거림을 유지할 수 없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무조건 하나의 목표만을 위해 목숨을 걸듯 아등바등하고 혈안이 되어있지 않겠다는 마음을 영화를 통해 다시 또 상기시키게 된 것 같다. 선택지를 조금 더 위로 그리고 넓게 바라보게 될 수록 삶을 더 다채롭게 살아볼 수 있지 않을까? 22가 주인공의 몸 속에 들어가서 뉴욕 거리를 누비며 피자를 먹으며 축제같이 기쁜 감정에 흠뻑 젖고, 환풍구에 두둥실 떠오르는 몸을 맡겼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자연을 즐기고 도심 속 새로운 장소들을 온몸으로 더 즐겨보고 싶다고. 주섬주섬 겉옷을 입으며 그렇게 영화관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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