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매달려 2

by 브리

#2. 루오, 혼란스럽다


미니 앨범 활동을 끝내고 일주일간 휴식을 가졌다. 오늘은 가볍게 몸을 풀기 위해 모였다. 그러나 말이 ‘가볍게’지 춤 연습을 시작하면 티셔츠 등판이 흥건해질 때까지 몸을 움직이게 된다. 혁민, 규호, 미카엘, 고우 순서로 바닥에 드러누웠다. 좀 더 어린 명원과 호키가 벽에 기대어 앉았고 막내인 루오만 아직 쌩쌩하게 거울 앞에 달려가 머리를 매만졌다. 한참 멋부릴 나이인 스무 살 루오는 언제 어디서든 앞머리의 우아한 곡선을 유지하는 걸로 유명했다. 땀에 쩔어있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맏형인 혁민이 숨을 헐떡이다가 손가락으로 루오를 가리키며 말했다.

“넌 한 곡 더 춰. 힘이 남아 도네. 젊은 게 좋다, 좋아.”

“형이랑 나랑 몇 살 차이난다고 그래요? 고작해야 다섯 살 많으면서 엄청 늙은 척하네.”

“야, 임마 내가 유치원에서 한글 뗄 때 너는 정자와 난자로 나뉘어 있었다고.”

“그때부터 한글 공부를 했는데 왜 아직도 맞춤법이 틀리지? 형 어제도 SNS 올릴 때 틀렸죠? 팬들이 그거 캡쳐해서 돌려보는 바람에 인터넷에 깔렸어요.”


루오가 씩 웃으며 혀를 낼름거렸다. 양 무릎을 세우고 숨을 고르던 명원이 한마디 보탰다.


“기사도 났던데? ‘굿보이 혁민, 망신살’


놀리는 루오보다 명원이 더 밉다. 혁민은 눈을 찔끈 감고 모로 돌아누웠다. 어느새 규호가 핸드폰을 꺼내 기사를 검색해보고 ‘좋아요’ 하트를 꾹 눌렀다. 서로 놀리고 놀림당하는게 일상이다. 그는 다른 기사들도 검색하고 팬 반응도 구경할 겸 SNS에 들어갔다. 그러다 사진 한 장이 타임라인에 올라온 것을 보았다.


”이게 뭐야?“


규호는 사진을 확대했다. 검은 바지에 워커를 신은 루오가 얼굴도 가리지 않고 인천 공항 출국장을 빠져나오는 사진이었다. 규호는 언제 올라온 사진인지 확인했다. 3시간 전이다. 그는 눈을 들어 아직도 거울 앞에 붙어 머리를 만지고 있는 루오를 바라봤다. 루오는 세 시간 전에도 여기 연습실에 있었다. 같이 있었으니 확실하다.

”야. 막내야. 너 오늘 인천공항 갔냐?“


규호는 그 사진과 함께 올라온 글을 읽었다.


대박. 굿보이 루오 봤어. 지금 막 비행기에서 내렸음.


루오는 뒤도 안 돌아보고 대답했다.


”종일 같이 있어 놓고 무슨 소리예요? “

”아니…. 그렇긴 한데….“


규호는 SNS에서 루오를 검색했다. 그랬더니 사진이 주르륵 떴다. 검은 바지에 워커를 신은 루오가 한 시간 전에 강남 한복판에 서 있는 사진이 보였다. 아이돌들이 다 그렇듯 마른 체형에 유달리 피부가 하얀 루오가 맞다. 루오의 매력 포인트는 남자치고 짙은 속눈썹인데 멀리서 보면 아이라인을 그린 것처럼 눈을 선명하게 돋보이게 한다. 그것도 그대로였다.


”루오야. 이거 너 맞아? 너 오늘 강남 갔냐?“

”이 형이 자꾸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오래간만에 춤추는 게 그렇게 힘들었어요? 자꾸 헛소리하시네.“

”아니야. 그게 아니라. 이거 너 맞잖아. 아니야?“


규호가 핸드폰을 내밀었다. 루오는 눈썹을 찡그리고 다가와 핸드폰을 낚아채듯 받았다. 그리고 사진을 보자마자 눈이 커졌다.


”어?“

”봐. 너 맞지?“

”어라?“

”맞다니까 너.“


다른 멤버들이 옆으로 다가왔다. 돌아가며 핸드폰을 가져가 사진을 한번 보고 루오를 한번 봤다.


”와. 진짜 루오네.“

”오늘 맞아? 도플갱어인가?“

”그런 거 아니야? 나훈아 닮은 꼴 너훈아처럼. 루오 닮은 꼴.“

”그럼 이 사진 속 남자는 루오가 아니라 루사? 루육?“


모두 머리를 맞대고 왁자지껄하게 수다가 한창인데 연습실 문이 거칠게 열리더니 매니저 연석이 들어왔다. 멤버들의 시선이 일시에 그리로 가 꽂혔다.


”루오 어딨어?“


놀란 토끼 눈이 되어 루오가 손을 살짝 들었다. 잔뜩 흥분해서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던 연석이 루오를 발견하고 푸시시 바람 빠진 풍선이 되었다. ‘이게 아닌데’ 하는 얼굴이다.


”어떻게 된 거야? 지금 굿걸월드에 너 봤다는 사진이 줄줄이 뜨는데.“

”모르겠어요. 어떻게 된 건지.“

”네가 팬들한테 여자라고 뻥 치고 도망갔다는데?“

”예?“


루오가 남자치고 예쁘게 생기긴 했지만 그래도 그런 얼토당토않은 거짓말을 하고 다니지는 않을 텐데. 모두 눈만 깜빡거렸다. 규호의 핸드폰을 들고 한 박자 늦게 사진을 보던 명원이 불쑥 말했다.


”이 사람은 여자 맞는데?“

”진짜? 어디가? 여자라고? 말도 안 돼.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루오보다 손목이 가늘잖아. 목도 좀 더 가늘고.“


명원이 손가락으로 사진을 콕 찍었다. 그러나 다들 모르겠다는 눈치다. 매니저인 연석의 핸드폰이 연신 울리고 있었다. 알림창에 메시지가 쌓이는 게 보였다. 연석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얼마 전 사건도 이제 겨우 마무리됐는데 또 난리네. 난리야. 루오 너 올해는 망신살이 낀 게 분명해. 자꾸 생겨 이런 일이. “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루오는 성격이 단순하고 활달한 데다 나서길 좋아하고 눈치를 보지 않아서 연예인으로서 딱 맞았지만 그래서 구설수가 많았다. 얼마 전에 같은 회사 여 그룹의 멤버와 장난치며 노는 영상이 퍼지는 바람에 팬 계정이 난리가 났다. 또 그전에는 명원과 바싹 끌어안고 침대에 누워있는 사진 때문에 또 난리가 났다. 상당히 에로틱해 보였지만 실은 레슬링을 한다고 난리 치다가 찍힌 한 컷이었다.

루오가 짜증 난다는 듯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실제로 보면 나랑 다를걸? 어쩌다 닮아 보이게 캡처된 거겠지. 아무튼, 나는 오늘 여기 얌전히 있었으니까 나 아니라고 누가 글 좀 남겨줘요.“


규호가 핸드폰을 받아 들며 피식 웃었다.


”너 혹시 쌍둥이 아니야? 집에 전화해서 물어봐. 잃어버린 형제가 없는지.“


루오가 따라 웃다가 점점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얼굴로 변해갔다.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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