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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Feb 08. 2022

일탈을 권장합니다

일탈 매거진을 오픈하며

인간성이 위협받는 것 같을 때마다 나는 늘 신화 속 페르세우스처럼 다른 공간으로 날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이성적 세계나 꿈속으로 도망치자는 말이 아니라 접근 방식을 달리 하자는 뜻이다. 과거와 다른 시각, 다른 논리로 세상을 바라보고 새로운 방법으로 인식과 검증에 나서는 것이다.

쿠바 출신의 이탈리아 소설가 이탈로 칼비노(Italo Calvino)/ 언플레트닝에서 인용





안녕하세요. 일탈 매거진을 오픈하게 되면서 오랜만에 존댓말을 써봅니다.


여러분은 '일탈'하면 뭐가 먼저 떠오르시나요?

뭔가 하면 안 되는 것을 해보는 것이 떠오르실까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쿵쾅하고 설레고 혹은 짜릿하고 뭐 그런 것들이 있으실까요?

지금 당장 내가 일상에서 일탈을 해본다면 뭘 해보고 싶으세요?  



국어사전에 따르면 일탈은 이런 것이네요.


일탈 逸脫 

1.   명사/ 정하여진 영역 또는 본디의 목적이나 길, 사상, 규범, 조직 따위로부터 빠져 벗어남.

2.   명사/ 사회 일반 사회적인 규범으로부터 벗어나는 일. 청소년 비행, 약물 남용, 성적(性的) 탈선 따위가 있다.



네 예상했듯 뭔가 부정적 뉘앙스가 담겨 있네요. 그런데 길을 벗어난다는 것이 꼭 나쁜 것일까요?


나의 삶에는 정말 이 길만 있을까. 여기서 보는 풍경이 다 일까.

별로 살맛 안 나던 시절 저에게 스스로 자주 물어보았더랬습니다. 가만히 묻는다고 당연히 답은 나오지 않았고요.

어쩌면 이런 생각조차 할 에너지도 없을 만큼 먹고살기 바쁘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쳤다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럴수록 일상의 마음에 아주 작은 돌멩이를 던져 보시는 건 어떨까 합니다. 저의 경우 즉흥적으로 작고 큰 돌멩이를 던져본지가 나름 꽤 되었는데 그것이 매번 제가 씹어 먹을 달콤 쌉쌀한 이야기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돌멩이, 일탈을 이렇게 정의해 보고 싶습니다.

아주 큰 것부터 소소한 것까지 (모두가 내가 써보지 않은) '몸과 마음의 새로운 근육을 쓴다'로요.


일탈 = 몸과 마음의 새로운 근육을 씀


뭐든 내게 새로움을 일으키는 경험은 실제로 뇌에서 늘 쓰던 회로를 바꾸고 기분을 바꾸고 몸을 변화시킨다고 하죠. 그 새로움으로 내가 지루하게 생각하던 세계가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고 무뎌진 마음에 바람이 살랑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살랑이는 바람이 모이면 별 것 아닌 지금의 삶에 활기를 줄 수도 있고, 어쩔 땐 내가 그렇게 싫어하던 일도 기꺼이 해낼 힘이 생기기도 합니다. 진정으로 원하는 아주 큰 일을 선택하거나 도전할 밑거름이 되기도 하고요. 그리고 재밌는 건 저 별 것 아닌 일탈의 경험에서 다양한 가능성이 파생한다는 거예요. 매일 같은 것을 반복했을 때 당연히 경험하게 될 것들이 아닌 또 다른 나의 이야기요.



그럼 어떤 돌멩이를 던져 볼 수 있을까요?


'갑자기 대책도 없이 회사를 때려치우고 모아 놓은 돈 탈탈 털어 세계 일주를 한다' '머리를 삭발한다' '바람을 피워본다' '장례식장 가서 춤을 춘다' 이런 극단적인 사례가 아니라도( -개인적으로는 자신이 온전히 책임을 진다면 어떤 경험이든 인생에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거기서 배우는 것이 분명 있으니까요- ) 작은 일탈로도 얼마든지 자신 안에 새로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귀여운 쪼끄만 돌멩이요. 잔잔한 수면을 약간이라도 일렁이게 하는.


돌멩이 예시<<

- 매일 같이 가는 길(출/퇴근길, 학교 가는 길, 알바 가는 길 등)을 다른 방식으로 가본다.   

- 회사에서 맨날 같이 점심 먹던 사람들 말고 한참 연락 않던 다른 부서의 00에게 메신저를 보내 점심 먹자고 한다.

- 회사에서 밥 먹고 늘 가는 커피집 코스 대신ㅡ네일을 예약해서 받고 온다. ㅡ 00 공원에 앉아서 군것질을 하며 비둘기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관찰한다.

- 일상적인 사람들과의 만남에 미친 척 다른 스타일(스모키 메이크업, 완죤 섹시하게 등)로 간다.

- 공복은 죽어도 못 참는 사람인데 공복으로 달려본다

- 화가 나는 상대에게 맨날 참다가 소리를 버럭 지른다

- 돈까스 소스 대신 고추장을 발라 먹어 본다

- 술을 못 먹어, 고기를 못 먹어, 이거 하는 거 난 절대 안 돼 이런 룰이 있다면 하루만 깨고 해 본다

- 버스에서 이상형을 보았다. 그냥 미친 척하고 따라 내려 본다

- 그날 하루는 나만을 위해서 돈을 사치스럽게 팡팡 써본다

등등


일단은 귀여운 일탈부터 써 보았어요. 아마도 여러분은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많으시겠지요. 누군가에게는 그게 뭐 일탈이야 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일 수도 있겠어요. 이왕이면 눈이 번쩍 뜨이는 뜨악하고도 재밌는 에피소드를 발견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저는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일탈부터 같이 해보시자고 꼬시고 싶어요. 그리하여 이 매거진부터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 매거진에서 다룰 것은,

우선 제 일탈의 이야기가 되겠어요. 그리고 여러분의 일탈 이야기요. 나 오늘 안 하던 짓을 해봤더니 이런 일이 생겼어. 이런 걸 느꼈어. 요런 이야기들이요. 아무 일이 안 생긴 듯해도 그 다른 패턴의 행동에 몸과 마음은 분명 어떤 반응이 있었을 거예요. 그것들을 기록해보려고요.

그리고 거기서 예상치 못하게 파생된 이야기, 행운! 은 무엇일까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전 주로 그런 것들을 즉흥적인 여행에서 얻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일상을 그렇게 살고 있고요.


다른 분들의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요. 일탈 매거진은 글쓰기 권한을 오픈해 놓으려고 해요. 우선 브런치 작가님 중(아닌 분들도 좋은데요.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실 수 있으신 분 대상으로 시작할게요) 일상의 일탈을 가볍게 기록해 보고 싶으신 분이 있다면 환영합니다. 함께 기록해 보아요! 아주 짧아도 좋고, 아주 별 거 아니라도 좋아요. 아주 가끔 하셔도 좋아요. 제게 알려주세요. 저는 여하간 여기서 하고 있겠습니다.


그리하여 매거진의 시작은 다음의 제 소박한 욕구에서 출발합니다.


- 지금의  일탈을  즐기고 싶어요.

- 제가 어떤 사람이   있고, 어떤 표현을   있고, 어떤 삶을   있는지  경험해 보고 싶어요.

- 여러분의 일탈 욕구를 조금이라도 자극하고 싶어요.

- 우리의 일탈의 이야기들이 어디로 가는지 보고 싶어요.


사실 저의 일탈욕은 소박한 것부터 거의 판타지스럽게 말도 안 되는 것들도 많아요. 다 해볼 거예요! 불굴의 의지!

자신의 몸과 마음의 반응을 기록해 보고 서로의 일탈을 응원하고 거기서 어떤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면 좋겠어요. 추후 여러분의 일탈 욕구를 듣다가 흥미로우면 함께 모여서 할 수 있는 일들도 꾸며볼 수 있겠어요. 일단 시작은 소박하게.


그럼 일탈 일지를 정기적 혹은 비정기적으로 써보실 분 요기 매거진을 이용해 주세요. 저에게 편하게 문의하시고 글 업데이트하시면 됩니다.




데이비드 보위를 사랑한 누군가가 쓴 책을 읽은 적이 있어요. 그는 거기서 그렇게 말해요. 보위가 그 스스로 무한한 듯 새로운 자신을 만들었고 우리에게 우리 자신이 변화할 능력도 그처럼 무한하다고 믿게 했다고요. 우리의 정체성이라는 것은 그처럼 아주 깨어지기 쉬우니 과연 진실성이 있는 있는 것인가 하면서요.

우리가 수많은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면 우리는 여전히 내가 지금 생각하는 나로만 나를 규정할 수 있을까요? 생각해 보게 됩니다.


2022년 나의 일상을 반짝이게 할 일탈을 꿈꾸며.



언플레트닝, 생각의 형태(Unflattening), Nick Sousanis





생의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것 그것을 <지금>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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