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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Feb 23. 2022

일탈 셋.

즉흥 움직임, 몸의 연주 워크샵 참여


일탈 3.

즉흥 움직임, 몸의 연주 워크샵 참여<<




<서론>

며칠 전 즉흥 움직임 워크샵에 참여했다. 지난해 인상적으로 보았던 공연을 하신 무용가 선생님 두 분과 여러 뮤지션이 함께 하는 아주 흥미로운 작업인데 나는 첫날과 마지막 날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외국을 한참 싸돌아다니던 시절, 안무가 있는 춤을 배우러도 다녔지만(이도 나에게는 무척이나 새로운 시도였다) 혼자 추는 즉흥춤이나 contact improvisation과 관련된 이벤트에 몇 번 참여했다. 혼을 담은 듯한 표정, 자연스러운 움직임의 사람들 사이에서 나 그냥 가만히 서 있다 오는 거 아니야 싶기도 했으나 뭐 처음 온 사람도 있을 테니 하며 당당히 갔었다. 안 해 본 것에 대한 두려움이 스멀스멀할 때, 호기심이 두려움을 이기는 지점에서 늘 난 뭔가를 배웠으니까. 하면서.    

정해진 것이 없는 상태에서 내가 얼마나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가를 알아보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닥치니

처음엔 너무도 어색하여 집에 가고 싶었다. 술자리에서 다들 취했는데 나만 정신이 너무도 멀쩡한 것 같은 느낌.

그런데 그때 몇 번의 경험이 '내 속에 자유로운 움직임에 대한 갈망'+ '어찌해야 하겠다는 머리의 생각을 누르고 움직이는 희열'을 가져다주었다. 나의 움직임에 대해 누구도 평가를 하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흐르듯 존재하는 것 자체가 참 좋다고 느꼈고, 언제 어색했니 싶을 지경으로 음악에 맞춰 이리저리 멋대로 날뛰고 다녔다.

좀 더 시간이 흐르고 나서는 주변 사람들이 가지는 에너지가 느껴졌는데  다 다른데도 불구하고 그들의 움직임에 흐름이 생기는 것 같았다. 마치 서로 다른 진폭을 가진 에너지들이 어떤 흐름에 비슷하게 수렴하는 것 같은. 예전에 봤던 메트로놈 동조 실험 영상이 떠오르면서. 와. 이게 뭐지 싶었다. 카오스 속 조화.  



<본론>

기회가 된다면 즉흥춤 안에서 나를 다시 보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좋은 기획의 워크샵을 발견한 것인데 무엇보다 참여한 뮤지션들의 악기 소리가 너무나도 좋았다. 각각의 악기가 있고, 없고에 따른 차이, 한꺼번에 같이 연주될 때의 각기 다른 소리 자극을 느껴볼 수 있는 것이 흥미로웠다.

대금, 거문고, 클래식 기타, 콘트라베이스 네 가지 악기의 소리는 저마다 몸의 다른 부분을 자극하는 힘이 있고, 감정을 자극하고 몸의 움직임에 호흡을 불어넣었다. 아직 움직임에 대한 완벽한 자유로움을 모르는 내게 그 소리는 호흡처럼 자연스럽게 내 몸을 가이드하는 것 같았다. 소리가 사라졌다가 생길 때 그런 걸 느꼈다. 이건 내가 어떻게 연출하려는 움직임인가, 나는 왜 이렇게 비슷한 패턴으로만 움직이지, 이런 생각이 들면 고개를 들고 올라오던 자유가 산산이 부서지면서 짜증이 났다. 그런 내게 소리 가이드는 생각하지 말고 좀 들어보렴 하면서 친절하게 주변을 왔다 갔다 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움직임과 속도로 시공간을 채우고 흩어지고 서로에게 에너지를 주었고 어느 순간은 자유로운 자신이 되어 활활 타고 있었다.   



뭘 느꼈나. 나의 통찰<<


1. 음악이 없다가 등장하면, 움직임에 호흡이 생기는 느낌이다. 각 악기가 주는 자극과 감흥은 다 다른데 몸이 듣는 것, 마음이 들어서 일으켜진 감정이 한데 섞인다.  


- 난 음악이 없어지면 내 움직임이 인위적으로 느껴져서 자꾸 생각하게 된다. 나 뭐 하고 있니. 하면서.

그런데 음악이 등장하면 호흡이 생겨서 그게 내 움직임을 어떤 식으로든 밀어주는 것 같다. 다른 분들은 음악이 없는 상태에서도 충분히 자유로운 움직임을 표현하고 느끼셨다고 해서 신기했다.


- 나는 소리 자체의 물리적 자극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감정에 잘 도취된다. 그래서 어쩌면 다른 분들처럼 소리 자극 그 자체에 대한 표현이 미흡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이 널을 뛴다.


- 헌데 내 무의식에서 난 나의 그 감정을 더 표현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 여러 악기가 연주될 때 난 한 가지 악기에 꽂히면 헤어나기가 어렵다. 그 악기가 나를 놔줘야? 다른 악기로 옮겨 갈 수 있다.


- 거문고와 콘트라베이스는 심장 박동이나 근육의 수축과 팽창을 조절하는 느낌이 들었다.

- 대금과 클래식 기타는 바람과 물결 같다. 온갖 드라마가 있다. 그 드라마에 맞게 느껴지는 아름다움, 처연함, 경이로움 등 극적인 분위기를 표현하고 싶다는 열정이 샘솟아서 혼자 그 감성에 젖어 이상한 동작을 많이 했을 것이다. 보기에 딱했을지도.ㅎ

너무 감정에 휘둘려도 즉흥춤의 표현 기능이 상실되지 않을까;; 하였으나 나는 감정에 휘둘렸고 휘둘리는 걸 좋아하는 듯하다. +.+ 특히 대금은 정말이지 가슴과 머리를 후벼 판다. 와. 어째 이래. 하면서 바닥에 한동안 엎드려 있었다. 그러다가 고개를 들었는데 유리창 밖을 통해 보는 그 장면에 바람이 느껴졌고 사람들의 움직임을 배경으로 그게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아름다웠다. 이날 주제가 손이기도 했는데 손을 위로 뻗어 그 바람을 잡을 듯 이리저리 움직였고 강풍을 맞고 있는 주유소 인형처럼 휘청였다.



2. 내 몸의 움직임의 패턴을 알게 되었다.


- 자유롭게 움직인다고 하나 어떤 패턴이 느껴졌다. 그것 이상으로 나아가는 것이 힘들다 생각할 때 짜증이 확 났다. 난 왜 비슷하게 움직이지 하면서.

- 그렇담 사람들은 어떻게 표현하나 들여다봤다.

- 너무도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고 계셨고 오와 하면서 나도 조금씩 다른 패턴으로도 가보니 오 이렇게도 움직여지는구나. 재밌었다.

- 워크샵 끝에 우리 몸은 악기이며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 되는 것에 대해 누군가 말씀을 주셨는데 음악이 되는 경지는 대체 무얼까 모르겠고 궁금하다. 그래서 난 우선 음악을 잘 들어보겠다.



3.  즉흥 컨택은 더 세밀하게 접근해야 할 것 같다.


- 상대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느껴서 반응하는 것은 아직 어렵다. 그래서 처음에는 도망 다닌다. 싹싹 피해 다니는 거도 재밌다.

- 그런데 어느 순간이 되자 컨택을 통해 상대가 이렇게 움직이려고 하는구나 이 흐름이 읽히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그 소통이 아름답다는 생각도 들었다.

- 그러나 내 페이스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느꼈다. 어느 순간 호흡이 빨라지고 동작이 역동적이 되면서 그 속도와 움직임에 반응하려고 하다 보니 내가 소리에서 느끼는 것들을 놓쳐버리고 있었다.



4. 나는 더 표현하고 싶은데 그걸 막는 심리적 기제가 있다면 뭘까? 그걸 또 생각해 보았다.


5. 다음에는 내 속도를 더 존중하고 악기의 소리를 좀 더 섬세하게 들어봐야겠다.


6. 음악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사람들과 연주자들은 허공에 보이지 않는 그림을 열정적으로 그린다. 순간이 지나면 사라질 그림. 멋지다.




 



당신의 몸과 마음은 오늘 무얼 느꼈나요. 

오늘의 감정은 당신에게 무얼 말해주나요?   

타인의 행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내 감정을 들여다보는 일은 얼마나 하실까요.


일탈 매거진은 언제나 자유롭게 열려 있습니다. 같이 써보실 분들은 편하게 제게 알려주세요.


오늘 내가 무얼 느꼈다면 그 감정 뒤에 감춰진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 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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