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You inspire me

자신의 이야기는 왜 쓸까?

by Iris K HYUN





아니 에르노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되었다고. 한다.

그녀의 작품을 다 읽어본 건 아니지만 그리고 그녀의 문체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아주 예전에 본 그녀의 글은 내겐 너무 거친 나무토막 같았다. 어딜 갔는데 누가 이야기를 하거나 종종 눈에 띄어 나도 덩달아 읽어볼 때는 역시. 내 스타일 아니야 하고 몇 장 읽다가 덮었다.



시간이 지나서 본 그녀의 글은 아주 넓은 공간에서 풀 파워로 가동되는 라디에이터 같다. 유럽에 오래된 집 구석에 벽과 일체된 듯 으레 있는. 가까이 가서 붙으면 뜨거운데 조금 떨어져 있으면 냉정하리만큼 차가운. 그래서 그 뜨거움이 안 들리고 주변의 공기가 더 차갑게 피부에 닿는. 그 안에 물 흐르는 소리나 가끔 틱틱, 탕탕하는 소음이 거슬리기만 하는. 뭐 고장 난 거야, 돌아가고 있긴 한 거야 하면서 만져보면 또 뜨거운.




집요하리만큼 체험하지 않은 것은 쓰지 않는다고 한 작가의 기억은 과연 그대로 온전할 수 있을까. 뭐가 됐든 자신이 경험한 것을 그만큼이나 기록하게 한 원동력은 뭐였을까. 궁금하다.




눈을 감고 있으면 암흑 같은 우주가 눈앞에 펼쳐진다. 좀 전까지 사람들을 만나고 열을 올려 이야기를 나누고 감정이 둥둥 떠다니는 그 요란한 빛깔의 세계가 아스라한 연기처럼 어느덧 과거의 기억이 된다. 내가 거기 있었던가. 좀 얼이 빠질 만큼.

그 끝도 없는 암흑 속에 아주 작은 별 티끌처럼 그렇게나 작은 존재가 여기서 숨을 쉬고 있는 것이 진짜인가 싶어지는 순간 말이다. 내 의식이 그린 그림을 내가 기억하지 않으면 의미도 없을 그런 느낌. 그래서 그 그림을 굳이 기록하고 싶은 걸까. 아무도 보지 않아도 의미를 가질 수 있는 나만의 그림. 내가 피워 올린 그림.



그런데 그거, 온전한 누군가의 기억은 다른 것과 섞여 의미를 가지게 된다.

의미는 해석하는 사람들의 것이니까.





책방 앞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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