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You inspire me

풍요로움 2

by Iris K HYUN



하와이 풍요로운 땅이라고 했다.

거기서 뭘 느꼈지.

너무 싫어하는 감각,

좋아하는 감각이 다 있었다.

갇힌 느낌,

자유로운 느낌,

그 둘은 꼭 붙어 있었다. 한 몸처럼.


누군가 묻는다.

그래서 풍요를 배우고 왔냐고.

나무를 닮은 사람들을 봤다고 대답했다.

그곳의 나무는

비현실적으로 거대했고 풍성했다.

햇빛, 토양, 비, 바람이 아낌없이 주는 걸

가장 잘 체현한 존재 같았다.


멋지다고 감탄하는 내게 도리어 말한다.

세상이 주는 걸 잘 받으면 이렇게 된다고.

못 받을 이유가 뭐냐고.



세상은 애초에 우리에게 하얀 종이를 주었다.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풍요로운 사람

그들은 세상이 주는 백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다.

백지가 백지가 아니라고 느낀다면

눈을 부릅뜨고 봐야 한다.

내가 그린 그 얼룩덜룩한 모든 색을.

그걸 대체 내가 왜 그렸을까.

한참 밖에서 들여다보면

백지를 받을 시간이 온다.


고작 백지 한 장 받으려고 그렇게 돌아다녔냐고.

응, 그게 얼마나 큰 건데.


백지에 가장 자연스러운 걸 그릴 수 있는 사람은 풍요롭다.

백지를 어디서 받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자신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사람은 어딜 가도 같은 백지를 받으니까.

자신이 쓸 수 있는.


그리고

아낌없이 내어준다.

아낌없이 받은 만큼.


나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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