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풍요로운 땅이라고 했다.
거기서 뭘 느꼈지.
너무 싫어하는 감각,
좋아하는 감각이 다 있었다.
갇힌 느낌,
자유로운 느낌,
그 둘은 꼭 붙어 있었다. 한 몸처럼.
누군가 묻는다.
그래서 풍요를 배우고 왔냐고.
나무를 닮은 사람들을 봤다고 대답했다.
그곳의 나무는
비현실적으로 거대했고 풍성했다.
햇빛, 토양, 비, 바람이 아낌없이 주는 걸
가장 잘 체현한 존재 같았다.
멋지다고 감탄하는 내게 도리어 말한다.
세상이 주는 걸 잘 받으면 이렇게 된다고.
못 받을 이유가 뭐냐고.
세상은 애초에 우리에게 하얀 종이를 주었다.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풍요로운 사람
그들은 세상이 주는 백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다.
백지가 백지가 아니라고 느낀다면
눈을 부릅뜨고 봐야 한다.
내가 그린 그 얼룩덜룩한 모든 색을.
그걸 대체 내가 왜 그렸을까.
한참 밖에서 들여다보면
백지를 받을 시간이 온다.
고작 백지 한 장 받으려고 그렇게 돌아다녔냐고.
응, 그게 얼마나 큰 건데.
백지에 가장 자연스러운 걸 그릴 수 있는 사람은 풍요롭다.
백지를 어디서 받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자신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사람은 어딜 가도 같은 백지를 받으니까.
자신이 쓸 수 있는.
그리고
아낌없이 내어준다.
아낌없이 받은 만큼.
나무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