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들 중 저는 대체 누구인가요?
물결처럼 구불구불한 긴 머리를 허리까지 늘어트린 여인이 묻는다. 기억을 돌리지 않아도 된다고 돌아갈 때는 언제였던가. 나무 위 고양이는 단잠을 깨운 그녀의 질문에 그만 새초롬해졌다. 고양이가 여자를 바라볼 때마다 그녀는 무명 1로도 무명 2로도 보였고 어떨 때는 무명 3, 4, 또 어느 때는 5, 6, 7도 되었다. 어떤 캐릭터를 이야기해야 하나 망설여졌다. 고양이의 입장에선 그녀가 무명 1로 살아도 무명 2, 3, 4로 살아도, 그게 뭐든 다 괜찮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 모든 인생이 흥미로운 색채를 띤 무지개처럼 보였다. 결국 한 마디 밖에 할 수 없었다.
다 괜찮아요. 무엇으로 살아도.
고양이는 여자가 떠나고 그 섬에서 가장 큰 거울이 설치되어 있다는 해변으로 향했다. 작은 섬이라곤 하지만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반대편 지역이다. 평생을 이곳에서 살았다지만 정작 반대편 해변에는 가본 적도 없다는 사실에 스스로 적잖이 놀랐다. 어쩌면 이 모든 이야기를 들려준 무지개 여인의 영향일지도 모른다. 낯선 자신을 매 순간 발견하고 탐닉하던 그 여인, 그 존재는 어쩌면 고양이에게도 새로운 걸 발견할 시간이라고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주로 나무 위에서 세상 구경만 했지 정작 자신의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없는 고양이는 세상에서 가장 투명하고 크다는 거기에 얼굴을 비춰볼 요량이다. 그걸 확인할 생각에 설레고 흥분되어 낯선 길을 한달음에 갔다. 그리고 보았다.
물결처럼 구불구불한 밤색 머리를 허리까지 늘어트린 한 여인을.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소설 속에 모든 사진은 제가 어디선가 찍었던 것만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