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방 White Room (3)
> 고양이의 꿈 7 <
하얀 방 White Room
아이가 처음으로 아주 크게 웃었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 검은 녀석도 내 옆으로 와서 스타카토를 연주하듯 통통거리며 이상한 박자로 춤을 춰.
달콤해서 놀랄걸. 그건 이전에 네가 달콤하다고 느낀 모든 것이 씁쓸하게 느껴질 만큼 달콤할 거야. 그거 알아? 사람들은 나가서 보게 되는 그 열매를 절대 먹으면 안 되는 악마의 과일쯤으로 여겨. 독이라도 발라놔서 쉽게 쾌를 탐하려다 죽은 이들의 시체가 주변에 즐비할 거라고.. 너도 그리되고 싶다면 그 자유를 가져도 된다고 말해. 정말 그럴까?
.........
죽도록 열심히 일하다가 노년에 잃을 게 없다의 심정으로 나가봐도 되는데... 재밌는 건 지금 나가도 똑같은 열매를 먹을 수 있다는 거야.
난 아이의 손을 꼭 쥔 채 물었어.
대체 넌 누구야? 너도 나랑 같이 갈 거야?
아니 난 갈 수 없어. 난 여기 있어야 해. 뭐 말하자면 일종의 게이트키퍼야. 이 문의 존재를 알고 두드리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해. 첨엔 되게 쉬운 일인지 알고 엄청 좋아했는데 상당히 인내심을 요구하는 직업이더라고. 그거 알아? 여기 여러 번 왔어 너.
내가? 여기 왔다고?
놀라서 아이를 다시 쳐다봤어. 꿈인지 뻔히 아는데도 그렇게나 끔쩍 놀랐어.
응 기억이 안 나겠지. 내 소리는 듣지도 않았으니까. 보통 그러니까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생각보다 쉽게 열린다는 걸 난 계속 알려주는데 문을 열고 나가는 사람은 많이 없었어. 그들은 자신이 속했던 그 씁쓸한 이야기가 있는 곳을 내가 상상한 거보다 더 포기하기 싫어하더라고. 참 이상한 일이야.
나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어. 머리의 생각보다 몸이 먼저 나가 금빛 문고리를 돌렸거든. 망설임 없이. 아이의 말대로 그건 아주 쉽게 열렸어.
잘 가. 너의 이름을 기억하렴.
온 세상이 그 이름으로 너를 부르게 될 거야.
여자가 나가고 고양이가 앞발로 눈을 비비며 말한다.
문을 열면 바로 절벽인 건 이야기해 줬어야 하는 거 아니야?
아이는 샤갈의 붉은 그림을 들여다보는 중이다. 고양이가 다시 말한다.
붉은 화염을 보고 겁먹고 다시 돌아오는 거 아니냐고.
아이는 어느새 슈트를 벗고 편한 바지로 갈아입었다. 삐쭉 머리 가발을 벗어 옆으로 내동댕이치고 그림 앞에 드러누워 중얼거린다.
한번 나가면 못 들어와. 거기서는 못 열어. 금색 문고리는 안에만 달려 있다고.
고양이는 아이가 보는 그림을 본다.
너무 아름답게 말했잖아. 마음의 준비는 좀 해야 할 거 같았는데 이번엔.
아이는 커피를 한 모금하며 말한다.
뭘 본인이 선택한걸. 그 문을 열기로.
고양이는 눈을 감는다.
하긴 재밌을 거야. 스스로 만든 꿈인 걸 아니까.
또 왔다.
고양이는 그림에 시선을 두고 아이는 한 남자가 들어오는 걸 본다. 여자가 들어왔던 문이다. 같은 문 앞에서 검은 고양이가 웃는다.
초록 얼굴이 왔구나. 이제 그가 뛰어내릴 차례구나.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소설 속에 모든 사진은 제가 어디선가 찍었던 것만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