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섬의 기억_고양이의 꿈 7

하얀 방 White Room (2)

by Iris K HYUN


> 고양이의 꿈 7 <


하얀 방 White Room




손에 힘을 주어 그걸 돌리려는 순간, 멈칫했어.


저기... 아무래도 난 그냥 여기 있어야 할 것 같아.


아이는 답답하다는 듯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어. 그렇게 정신 사납게 흔들어대는데도 머리칼은 고정된 건지 움직이지 않아. 아이 옆엔 그림 감상을 마친 검은 고양이가 몸을 말아 웅크리고 있었고. 소리 없이 다니는 통에 매번 처음 보는 것처럼 놀라.


대체 왜? 누가 널 여기 가둬놓은 거야? 아이가 물었어.


아니.


그럼 너보고 꼼짝 말고 여기에 있으래?


아니.


그런데 왜 못 나가?


미안해.


미안하다고? 누구한테 미안한데?


엄마..


아이는 진짜 답답한지 이제 바닥에 완전히 주저앉았어. 검은 고양이는 아예 안 볼란다 하며 눈을 감았어. 감고 있지만 뜨고 있는 것보다 이 상황을 자세히 보고 있는 것 같아. 귀가 앞뒤로 살살 움직여.


내가 정말 자유로워지면.. 정말 기쁘면 말이야.. 난 미안할 거 같아.


와 미쳤어? 왜 그런 병신 같은 생각을 해. 너 되게 웃긴다.


병신이라니.. 아우씨 이 쪼그만 녀석이... 그런데 녀석 꼭 어른 같이 날 쳐다보는 거야.


알아. 이상한 생각일 수 있어. 근데 나는 그래. 놀면서도 불안하고.. 너무 기쁘면 왠지 모르게 불안했어.


네가 만든 세상이 아니라고 느끼니 당연히 그렇지. 아이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어.


응?


그런 감정이 없으면 어떨 것 같아? 아이는 다시 물었어.


자유로울 것 같아. 내가 정말 기뻐도 괜찮다고 한다면 나는 자유로울 것 같아.


너는 그래도 돼. 자유로워도 된다고. 원래 넌 자유로웠어. 기억 안 나?


잘 모르겠어.


고양이가 말았던 몸을 앞뒤로 길게 펴며 하품을 해. 원래 몸집이 저렇게 컸던 거야 싶게. 나를 쳐다보는 그 색깔이 아이의 눈이랑 정확하게 같아.


자유롭고 싶은 거 맞아?


응 그럼 언제고 자유롭고 싶었어.


고양이가 다시 크게 하품을 하고 아이는 파란 눈을 아주 느리게 껌뻑였다.


그런데 같은 자리로 돌아왔어.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난 엄마가 주는 열매가 가치 있다는 걸, 감사하다는 걸 계속 알려주고 싶었어.


왜? 그녀의 존재의 가치를 인정해 주고 싶었던 거야? 그건 자신이 증명해야지 네가 할 일이 아니라고. 넌 왜 그렇게까지 거기에 집착한 거야?


음... 왜 그랬을까... 사랑받고 싶어서?


말을 더 뱉으려니 목구멍에 뭐가 막힌 거 같았어.


나 자신으로선 부족하다고 느끼나 봐...


푸른 눈이 어른처럼 인자하고 따스한 빛으로 일렁였어.


버블 속에서 난 괜찮은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그 세상이 터지니 나는 아무것도 아닌 거야. 내가 속한 세상은 아주 작은 것이었어. 아니 작다기보다 셀 수 없이 많은 세상 중에 하나였어.


별안간 한 구석에 큰 통들이 눈에 들어왔어. 한둘이 아니야.


근데 저거 뭐야?


기름통? 아까부터 있었는데 새삼스럽게. 하긴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보일 수도 있지.


원래 있었다고?


문 앞에 기름 등잔을 평생 채워도 남을 정도로 많다고. 네가 못 본 게 또 있을 수 있으니 찬찬히 둘러봐. 시간은 얼마든지 있어.


고양이가 비스듬히 기울인 몸을 조금 세우고 아이랑 비슷하게 날 쳐다봐.


어딜 가도 존재하는 내 이름을 갖고 싶어. 내가 만든 이름으로 불리고 싶어.


아이의 조그마한 손이 내 손 위로 포개졌어. 크게 느껴졌어. 묘하게 안정이 될 뿐 아니라 용기가 났어.


그럼 선택할 거야? 이제 이 문을 나가기로?


응. 나갈 거야. 밖에 열린 과일 그거 먹어 볼래.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소설 속에 모든 사진은 제가 어디선가 찍었던 것만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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