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신이 된 우리는 거대한 대리석 위에 있었다.
그는 그의 옷을 대리석 위에 깐다. 다림질하듯 구겨진 부분까지 정성스레 펴서 최대 면적을 만들었다. 사실 그럴 필요도 없는데. 열이 펄펄 나서 대리석이 오히려 시원할 지경이니. 한 여름에 더위에 헐떡이는 개에게 대리석을 주워다 턱 밑에 받쳐주던 동네 이웃의 다정한 손이 떠올랐다.
분명 그의 옷이었는데 어느 순간 그건 내게 익숙한 어린 시절 미키 마우스 담요처럼 보였다.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꿈이구나 다시 확신했다.
미쳤어. 우린 서로의 얼굴을 보며 웃었다. 그의 몸에 어디가 닿은 건지 모르지만 성배가 바닥으로 낙하하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남은 포도주를 거기에 담아 나눠 마시고 싶었는데. 그 귀한 성배가 깨진 건가 하는 두려움보다 이 생각에서 오는 서운함이 나를 압도했다.
걱정 마, 여기 위스키가 있어.
검은 고양이가 앞발로 위스키 잔을 들어 보인다. 오크통은 어디서 또 나타난 것인지 그 위에서 배를 하늘로 향하고 비스듬히 누운 자세다.
오크통에서 오래 잠들어 있었어. 아주 귀한 거야. 빛깔 좀 보라고.
검은 아이는 잔을 들어 하늘에 비춘다.
정말 영롱하다.
나는 취한 듯 중얼거렸다. 햇살이 그 안을 투명하게 비추니 고양이는 잔을 비웠다.
아 피트의 풍미여.
이끼 낀 고성, 건초 더미, 작고 큰 구릉, 수풀 사이로 양 갈래 뿔이 멋진 수사슴 이런 것들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맛있겠다.
나는 물이야. 내가 말한다.
나는 공기야. 검은 고양이가 말한다.
나는 몰트야. 남자가 말한다.
삼위일체로구나.
홍조로 불그스레한 그의 얼굴 뒤로 까마득히 높은 돔은 우리가 희열에 휩싸여 내지르는 모든 소리들을 받아 다시 더 큰 울림으로 우리 귀에 불어넣었다. 서로의 몸이 부딪치는 소리에 우리의 열띤 소리가 섞여 대성전을 가득 채웠다.
서로의 몸이 부딪치는 소리에 우리의 열띤 소리가 섞여 대성전을 가득 채웠다. 그가 묻는다.
어릴 때 한 그 기도가 뭐였어?
내가 언제나 기뻐도 되나요? 내가 느끼는 게 맞다면 증거를 보여주세요.
어느 순간 여기가 뻥 뚫린 제대 위라는 생각이 들자 온몸에 송글 맺힌 땀들이 일순간 마르며 추워졌다.
안아줘.
그가 단단한 팔로 내 몸을 일으켜 세웠고 난 그의 위에 앉았다. 그의 흥분이 담긴 소리에 반응하는 내 몸은 통제를 잃은 짐승의 울음과 큰 차이가 없을 거다. 오르간 소리가 내 귀에 울렸고 하나가 되어 서로를 끌어안았다. 그 오르가니스트가 연주하던 건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D단조였다.
성령이 우리에게 임하셨어.
그때였다. 돔 천장이 그대로 열리더니 거품 차 하나가 내려왔다. 버블 월드에서 봤던 그런 모양이다. 뚫린 천장에서 쏟아지는 빛이 대리석에 비쳐 무지개 색으로 이리저리 일렁인다. 그 안에서 목소리가 울린다.
당신은 쓸 수 있나요?
이 상황에 뭘 쓰라는 거야. 옷을 주워 입는 것도 잊고 놀라서 그 목소리를 올려다봤다. 거북이든 물개든 그때 차를 타고 가던 녀석 중 하나일지 모른다. 이 시점에 누가 타고 있어도 이상할 건 없다.
당신은 쓸 수 있나요?
목소리는 또 묻는다. 물개인가. 거북이는 아니려나. 설마 돌고래. 이 목소리는 위엄이 있다. 누구지. 그때 거품 차에서 봤던 형상들을 죄다 떠올려본다. 글씨를 쓸 줄 아는지 묻는 건가. 뭘 창작해야 하나. 방금 내가 한 짓을 고해야 하나.
당신은 쓸 수 있나요?
세 번째 목소리가 물었을 때 대답했다. 내 생애에 이보다 더 확신에 찬 대답은 없었다.
네!
어찌나 큰 소리인지 내 소리에 내가 놀랐다. 시야에 모든 것이 물거품처럼 사라졌고 난 이상한 거품 차에 올라탔다. 뭘 쓸지도 뭘 쓰라는 건지도 모른 채로.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소설 속에 모든 사진은 제가 어디선가 찍었던 것만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