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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현 Apr 13. 2024

눈 인터뷰 32

Chiangmai +9+


+ 연재로 쓰던 <눈 인터뷰>는 여기서 종료하고, 시즌 3로 오겠습니다. 30화 이상 발간이 되지 않아 마무리를 해야 하기도 하고요. 어떤 사람에게는 눈이 다른 것이 될 수 있겠다 싶기도 했고요. 그 사람의 언어로, 감각으로 느낀 세상을 담을 방법, 더 연구해서 올게요. 여기로 돌아오지 않더라도 이곳에 공지를 하겠습니다.+




시즌 3이라고 한 이유는, 지난해 시작했던 눈 인터뷰가 프랑스-인도-제주-서울-태국을 거치며

두 바퀴를 돌았기 때문인데요. 그 두 바퀴는 나름의 유사한 서사구조를 따르더라고요.

서로 다른 눈을 보는 것인데 그러했습니다.

바쁘게 돌든 천천히 돌든

넓게 돌든 좁게 돌든

파란 눈이든 갈색 눈이든

그 트랙을 뛰는 애는 같은 이야기를 밟았습니다.





지난해 가을, Paris





각설하고, 오늘 마지막 눈 이야기는 맹인 마사지사의 손이에요. 이분은 손으로 세상을 만나고 봅니다. 어쩌면 우리가 눈으로 보지 못하는 것까지 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Mr. Nat

이분의 이름이에요. 사람들은 그를 그렇게 불러요. 마사지사이자 선생님이기도 해요. 이분에게 배우려고 각국에서 학생들이 끝도 없이 찾아옵니다. 제가 이 근처를 지나며 이분이 마사지를 하는 것보다 누군가를 가르치고 있는 걸 더 많이 봤어요. 몇 년 전에 갔을 때도요.




이곳은 외관이 화려한 마사지샵에 비해 허름하고 심플해요. 분위기를 기대하고 간다면 실망스러울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분의 실력은 정말 뛰어나요. 보이지 않는 눈 대신 다른 모든 감각으로 세상을 인식해요. 이분에게는 손이 눈이에요. 상대방이 어디가 불편한지, 어떤 반응을 하는지 이런 것들을 아주 직관적으로 훤히 보고 있는 느낌이에요.



보통 그냥 릴랙스를 위해 하는 마사지가 아니라 압이 세고 아픈 데를 찾아 정확히 누르니 마냥 편히 누워 쿨쿨 잘 수도 없어요. 긴장이 된 부분, 불편한 곳을 '손이 부릅뜨고'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잠시 고통이 지나면 집에 가는 몸은 정말 가벼워요. 아 시원해 하면서 신나게 걷다 보니 그랩 (모터바이크/ 택시 앱)은 그냥 패스, 부르지 않아도 집에 당도해 있었습니다. (한 3킬로 걸음)



재밌는 건 중간중간 문이 드르륵 열리고 누군가 문의를 하면 Nat 씨는 그 사람 목소리만 듣고도 누군지 알아요. 가끔은 발소리나 움직임만 듣고도 어떤 사람인지 느껴진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두 번째 갔을 때 문을 드르륵 열며 사와디캅 한 마디만 했는데 제가 누군지 맞췄어요. 낫 씨를 찾아오는 손님들은 그와 눈을 맞추는 대신 따뜻하게 손을 잡고 체온을 전하며 인사해요. 잡은 손에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다 전달이 되는 거예요. 헤어질 때도 감사함을 그렇게 표현하고요.  





Mr. NAT



손 인터뷰 요청드리니 찍으라고 손을 내주셨어요.






어쩌면 마사지의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기술도 어느 정도는 중요합니다만...) 마치 엄마 손이 약손이다. 하는 것처럼 아플 때 엄마가 와서 쓸어주는 그 따뜻함이 그리울 때가 있잖아요. 상대에게 진심으로 주고 싶은 마음, 이 순간 자신이 줄 수 있는 최선, 뭐 그런 것들을 느낄 때 우리는 치유니 힐링이니 하는 것들을 경험하는지도 모릅니다.





여정 중 저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그 따뜻함 몇 배로 더 크게 돌려받으시는 한 해가 되시길 바랄게요.



이상 눈 인터뷰 시즌 2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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