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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현 May 26. 2024

베트남에서 온 엽서



베트남에서 엽서가 왔다. 3월 30일 날 보냈다고 했는데 거의 두 달이 다 되어도 오지 않던 그 엽서가

거짓말처럼 도착했다.


한 달이 넘어가는 거보니 중간에 분실되었나 보다... 하면서도 왠지 올 것 같았다. 그래서 가끔 도착했냐고 묻는 샨티(그녀의 이름)에게 올 때 되면 오겠지. 그랬다. 진짜 그런 마음이었다. 자꾸 묻는 거보니 중요한 건가 싶었다. 5월이 넘어가면서는.. 사실 올 가망성이 없어 보였으나 그래도 오지 않을까 해서 우편함 바닥까지 손을 넣어 한 번씩 쓸어보고 들어갔다. 엽서니까 얇아서 바닥에 딱 붙어있을 수도 있으니.ㅎ




바다에 빠진 거야. 그런 거야.


5월이 지나고 또 한 번 왔니? 묻더니 그런다. 나도 속상해서 받은 걸로 할게. 거기서 시간을 들여 엽서를 고르고 나에게 글을 썼다는 거에 이미 너무 감동했다고 대답했다. 우편함을 더 이상 손으로 쓸어보지 않은 지가 꽤 되고 나서 난 어제 이 엽서를 받았다.



 

 

샨티는 대만 사람이다. 올해 2월, 치앙마이에 갔다가 6년 만에 우연히 다시 만났다. 그녀는 남자친구와 그야말로 여기저기를 함께 다니며 일을 하는데 디지털 노마드의 아주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당시 사람들 눈을 찍고 다녔는데 좀 많이 지쳐있었다. 그래서 그녀를 만나며 기대했다. 찜통더위에도 에너지가 넘치던 2018년의 치앙마이를 다시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웬걸 똑같이 지쳐있는 거다. 그 눈은 오히려 내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가장 자연스러운 너로 있어. 그거면 돼.


 




이번에 그녀가 내게 준 엽서에 쓰인 말들은 내가 존재했던 순간이 의미로 느껴지게 한다.



 

올 때 되면 온다




엽서의 사진, Rehahn이라는 사진작가의 작품이다. 그의 사진 속 인물들은 다수가 입을 가리고 있는데 작가는 입을 가렸을 때도 드러나는 숨은 미소를 담고자 했다. 입이 사라진 상태에서 그들의 눈은 더 깊이 들린다. 내게 보낸 미소도 여러 층이 마음으로 들어온다.

슬프게 기쁘고, 아련하게 찬란하다.

작가는 아름다움을 포착했다고 했다.

한쪽 손을 물들인 색은 인디고* 컬러다.




* 인디고는 여전히 전 세계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청바지와 기타 직물을 염색하는 데 사용되는 염료의 대부분은 합성염료임. 그러나 여전히 수작업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곳도 있음. 베트남의 몽족, 다오족, 기타 소수 민족들은 인디고페라 식물의 잎을 사용하여 염료를 만든다고 함. 이 염료는 북아프리카에 사는 유목민족인 투아레그족도 만들고 있음. 그들의 깊은 푸른색 로브는 "푸른 사람들"이라는 별명을 그들에게 붙여줌. 인디고는 일본에서도 수세기 동안 전통 기모노와 직물을 염색하는 데 사용되었지만, 자연적인 기법은 대부분 인기를 잃었다고 하네요. (작가의 글에 있는 내용을 옮겼습니다/ by Rehahn)




+그때의 눈을 보시려면 아래 링크로 가시면 됩니다.

https://brunch.co.kr/@angegardien/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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