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 사라져도 보이는 향 (1)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위성 타이탄; 지하 바다>
도착하자마자 바다에 풍덩 빠졌어.
누가 밀어서 들어간 것도 아니지만 자진해서 들어갔다고 하기엔 당최 본인이 쓴 시나리오 같지가 않아. 여유롭게 물을 노는 사람들 사이에서 '현'은 그만 홀로 심각해진 거야. 갑자기 찾아왔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발이 땅에 닿지 않는 것이 극도로 공포스러웠어. 누우면 몸이 뜬다는 사실을 완전히 잊어버렸나 봐. 몸을 앞으로 세우며 팔로 연거푸 물을 잡고 있으니. 홍해 물을 다 마실 기세야. 수도 없이 들이킨 물에 정신이 반쯤 나가 고집스럽게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있어. 도우러 온 여자를 강하게 밀쳤고 누우라는 선생님의 지시가 하나도 들리지 않았어. 살고자 하는 본능만이 남아 현의 온몸을 지배했고 그럴수록 말도 안 되는 광경을 연출했지. 그렇게까지 살고 싶은지 몰랐어.
그 난리를 치고 뭍으로 끌려 나와 뒤를 돌아보니 햇살에 아주 반짝이는 바다가 거짓말처럼 고요했어. 죽음을 흘낏 볼만큼 치열했던 전장의 분위기는 허탈할 지경으로 평화로웠어.
두려움 없이 바다를 누비는 그 사람들이 다른 종족처럼 느껴져. 장비 없이 나의 숨이 닿는 만큼 바다를 보고 싶다고 말했던 것이 말도 안 되는 꿈같아.
그런데 말이야. 현의 두려움의 실체는 파악이 잘 되지 않아. 이퀄(equalizing의 줄임, 압력평형, 수심에 따라 귀 안쪽 압력과 외부 압력을 동일하게 맞추는 것)이 안 된다던가, 숨 참기가 잘 안 된다던가 뭐 그런 핑계를 댈 수도 없으니까. 사실 너무 잘 되거든. 물고기가 아닌가 싶게.
선생님은 현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셨대. 물에 트라우마가 생겼을 수도 있으니까.
다시 돌아온 현에게 선생님은 레스큐를 해보자고 하셨어. 프리 다이빙 종목에 있는 것이야. 의식이 없는 다이버를 수면 위로 데려오는 것. 아니 좀 전에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사람이 누군가를 구한다는 게 말이나 되나 싶어. 부표를 꽈악 잡고 세차지도 않은 물살에 얼굴을 묻었어. 얼굴이 물 안에 완전히 잠겨 있는 편이 어쩐지 안정이 되니 것도 이상하지. 물고기 맞나 봐. 부표를 목숨줄처럼 잡고 있는 물고기.
저 깊은 물속에 사람이 있어. 의식을 완전히 잃은 그 사람이 또렷하게 보여.
한 번에 갔어. 준비하고 말 것도 없이 몸이 먼저 나갔어.
덕 다이브 자세가 어떻고, 숨이 부족하면 어쩌나 뭐 이런 생각은 할 틈도 없었어.
살리고 싶었어. 거기 빠진 사람.
진짜 상황은 아니지만 그러고 싶었어.
그 사람은 선생님이기도 했지만
나이기도 했어.
나이기도 했지만
선생님이기도 했어.
실체가 없는 두려움은 사라졌어.
내가 가보지 않은 깊이까지 갈 수 있었어.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2022.12.10, Red S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