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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현 Aug 25. 2024

토성, 사라져도 보이는 향 (1)


점 펼치기 편 >7<



+ 천문, 점성학을 이용해 봅니다. 저의 행성과 별자리를 토대로 캐릭터와 옷을 만들어 입히고 무대에 세웁니다. 행성이 하는 그날의 질문이 있습니다. 그 답을 이어 나가다 보면 종착지에 다다르는데요. 거기에 무엇이 있을까요?




토성(Saturn)은 태양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서 춥고 어둡다. 공전 속도는 아주 느려서 29.5년에 한 번씩 태양을 돌기에(토성의 1년=지구의 29.5년) 사람들은 느린 움직임에서 노년의 행성을 떠올렸고, 사투르누스(Saturnus)라는 신의 이름을 붙였다. 사투르누스는 하늘의 신 우라노스와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아들이고, 그리스 신화에서는 시간의 신 크로노스(노화와 죽음의 상징)와 동일시되며 제우스의 아버지다. 

아들을 먹어치우는 사투르누스. 고야의 그림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사투르누스가 신인지 뭔지 배경도 전혀 모를 때 본 그 그림의 이미지가 워낙 강렬했다. 새로운 세대가 오는 것을 막고 모든 것을 파괴하는 느낌으로 선명하게 각인되었다. 그래서일까 점성학에서 토성은 모든 것이 성장을 멈추고 소멸하는 상징, 흉성으로 분류된다.



고야, 자식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




토성의 자전은 빨라서 하루가 10시간 33-40분(지구시간)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나이가 들수록 하루가 짧게 느껴지는 것..과도 연결이 되는 듯하다. 재밌는 건 토성의 자전의 속도는 적도와 극지방이 서로 다른데 이는 토성이 가스 행성이기에 그렇다. 가스 행성은 고체 표면이 없고 대부분의 물질이 기체와 액체로 존재하기에 위치에 따라 자전 속도가 다를 수 있다. 토성의 특징 중 가장 눈에 띄는 '고리'도 고체 형태로 보이지만 크고 작은 얼음 알갱이나 돌덩이, 먼지로 구성되어 있다.


고야의 그림이 섬뜩하긴 하지만 토성은 우리가 궁극적으로 마지막에 마주할 세상이 무엇인지 묻고 있다. 내가 인내심을 가지고 마지막까지 추구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이번 편은 그 '책임'에 관한 이야기다. 인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내가 바라볼 삶의 모습에 관한 이야기다. 이는 어쩌면 내가 죽고 나서 그다음 세대가 볼 세상의 이야기기도 하다.  



내가 태어났을 때 하늘을 올려다보니 토성 천칭자리에 있었다.







캐릭터(토성)+옷(천칭자리): 천칭의 옷을 입으면 사람들 사이에서 균형과 조화를 추구한다. 모두가 각자 자신의 중심축으로 돌며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꿈꾼다.

+무대: 터키 콘야/코냐(Konya)

코냐 전에 토성의 위성 타이탄(홍해)에 들렀다 간다. '인내'의 지점이 탄생하는 곳이다. 



토성이 그날의 무대에 던지는 질문.


0. 마지막 순간까지 당신이 책임을 지고 완성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0. 힘들고 지칠 때, 인내할 수 있게 하는 것, 무엇인가요?


0. 당신이 사라져도 남는 그 가치는 다음 세대에 어떤 토양이 될 수 있을까요?





본격 무대는 다음 편에서. 




+ 얼마 전에 지인이 표를 주어서 간 공연이 있었는데요. 그 공연이 놀랍게도 우주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손일훈 작곡가의 '두 번째 명상'으로 문을 연 공연은 우주를 걷는 기분으로 시작해서 이런저런 섬으로 모험을 떠나면서 미지의 사람의 입장, 섬에 사는 사람들 입장, 동물의 입장, 다양한 시점과 관점에 서보기도 하고요. 음악가가 어떻게 빛을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들여다보기도 해요. 얇게 퍼지는 빛, 악기가 그리는 아련하고 찬란한 그 면면을 고요하게 바라보다 보면 마지막에 구스타브 홀스트(Gustav Holst, 1874-1934)가 만든 목성의 이야기가 웅장하게 등장합니다. 


오늘은 토성을 이야기했지만 음악은 제가 간 연주에서 들은 목성을 전하고 갈게요. 즐거움을 가져오는 자. 제목이 지금, 늦여름에 더 적절할 것 같아요! 24년 남은 여름날, 이왕이면 즐거움을 가져오는 자로 존재하시길, 많이 웃으시길, 건강하시길 바라며.  





https://youtu.be/BUM_zT3YKHs?si=uBUIH_1Iay8m31Fv

The planets, Jupiter, the Bringer of Jollity - Gustav Holst



Club M, on Summer St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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