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가지 대표 박희선
세 번째 눈은 가지 출판사의 박희선 대표의 눈이다.
바로 이전 눈 인터뷰에 통통한 가지를 썼는데 다음이 가지 출판사다.
가지는
가지가지 세상에서 괜찮은 한 가지를 찾아가는 책을 만든다.
자연과 생태, 국내외 인문여행,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 에세이 등 작은 출판사이지만 가지가지 테마를 다루는데 그 중심에는 다양한 사람, 장소, 생명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있다. 자기 몫의 자리, 존재, 그 생명 하나하나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국립극장에서 열린 한 마켓에서 뵌 가지 대표님, 자연의 맛을 담은 밥상을 차려놓고 계셨다. 다채롭고 풍성해진 책 밥상을 본다.
가지 출판사는 나의 산티아고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 준 곳이기도 하다. 8년 전이다. 브런치가 세상과 첫 연결을 만들어주었다면 가지는 그것이 세상에 물건이 될 수 있구나 알려주었다. 처음 박 대표님을 한 카페에서 만났을 때가 기억난다. 많은 말을 하지 않으셨는데 눈빛이 남았다. 그때의 나의 시간을 진심으로 듣고 있는 눈.
그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나는 시간이 더 지나고 알았다. 책은 절판이 되었지만 어디선가 그 책을 읽었다는 분을 여전히 종종 뵙는다. 여기저기 지역 도서관에도 엄마, 나는 걸을게요. 가 있다. 내가 가는 도서관마다 있는 것도 신기하다. 그 시간이 여전히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내 이야기에 덜 부끄러워도 되었겠다.. 그런 생각을 해보는데...
이번에 가지에서 새로 나온 에세이, 전지 작가의 '고장 난 기분'이 그런 부끄러움을 대변해 준다. 하하. 재밌게 읽었다. 솔직하고 유쾌하다.
가지의 책들을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머리가 복잡한 날 보면 있는 그대로 괜찮아하는 위로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지나가며 마주치는 자연 풍경, 생명을 조금 더 천천히 바라보게 한다. 그럴 여유를 갖게 한다. 산티아고 길을 다시 걷는 것처럼 그렇게.
새에 관한 책이 많다. 왜일까 궁금했다.
"새는 야생의 감각을 알려주는 거 같아요. 우리가 주변에서 친근하게 쉽게 접할 수 있는 동물이면서요."
박 대표님은 이렇게 말하고 덧붙이신다.
"요즘 젊은 여자 작가들 중에 탐조작가 꽤 많아요."
발리 우붓에 매년 북 페스티벌이 열린다. 이번 여름에 갔다가 이 소식을 들었다. 재밌는 건 '엄마 나는 걸을게요' 안에 등장하는 '탐 아저씨'로부터 들었다. 너도 그때 와보면 좋겠다고. 올해는 10월 29일부터 11월 4일까지 열린다. (작가로 참여는 내년에 신청할 수 있다고 한다.)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많다. 자연과 생명을 테마로 하는 가지 책과도 잘 어울릴 것 같다. 한국 작가님들의 책도 소개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나도 거기 한 구석에서 눈 인터뷰도 하고 사진 전시도 하고, 고양이도 막 돌아다니고 그런 것들 그려봤다.
대표님의 기쁨은 뭔가요?
보고 싶은 세상은요?
모든 생명들, 지구에 지분 하나씩은 있을 건데요.
생명을 주셔서 감사해요!
++
꿈에서 어떤 사람이 나를 보더니 그런다. 앞으로 네가 보는 눈은 다 잘 될 거라고. 그래서 다음에 눈을 볼 때는 더 자알 봐야겠다. 모든 세상을 그렇게 보라는 거 아닐까 싶기도 하고. 내일 일어나 거울에 비친 그 눈부터 그렇게 한번 봐 볼까요.
마지막인 것처럼, 그리고 처음 보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