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대한 단상

1편/첫인상+ 퀘벡 주 프랑스어, 왜 이렇게 다르냐.

by Iris K HYUN

**현재 캐나다에 잠시 거주하고 있습니다. 어쩌다 보니 또 이렇게 나와 있게 되었네요. 게으르지만 이에 대한 이야기들 가끔 이곳에 올려볼게요**





캐나다만큼 다문화적 분위기가 자연스러운 곳이 있을까.

어찌 됐든 역사적으로 외부에서 유입된 인구로 만들어진 나라라서 그렇다지만,

각자의 문화적 특성을 존중하고 그대로 당연하게 바라보는 분위기가 갖춰져 있다. 다문화주의를 표방하지만 실상은 동화주의에 가까운 이민정책을 지닌 다수의 선진국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준다. 속은 어떨지 모르지만, 그리고 오래 살면 또 다른 느낌이 들지 모르겠지만, 겉으로는 아주 세련된 배려와 관용이 체화된 사람들의 모습을 주로 접하게 된다. 특히 사회 곳곳에서 약자에 대한 배려는 세심하면서도 당연한 일상인 것 같은데, 프랑스에서 말하는 똘레랑스와 solidarité(사회연대)의 가치를 단편적인 것으로나마 여기서 보는 것 같다. (이와 관련해서 매우 인상 깊었던 것들은 다문화, 사회연대로 따로 뽑아 써볼게요) 가을임에도 이제 제법 쌀쌀한 이곳의 바람이 올해 초 몹시도 차가웠던 파리의 바람보다 덜 매섭게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인지 모르겠다. 오한이 온 듯 부들부들 떨었던 그 겨울을 잊을 수가 없네요. 하.


Cité mémoire(도시의 기억)라고 하여 몬트리올 곳곳에서 일정 시간이 되면 벽면 전체를 가득 채우는 흥미로운 영상들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 사회는 학교 교육에서부터 이런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주 익숙한 듯하다. 그러하기에 그대가 어디에서 왔든 (적어도 단지 그 이유 하나만으론) 별난 관심을 받을 일도 많이 없다. 인종, 국적, 성별, 나이, 학력 등 기본적인 프로필에 대한 관심이 아주 약하다고 할까. 여행을 그래도 꽤 다녀봤지만, 첫 만남에서 이런 질문을 제일 안 받게 되는 것 같다. 현재 관심사를 말하다 보면, 프로필은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알게 되기에 앉자마자 시작되는 딱딱한 우리네 통성명은 별로 안 해 본 것 같다. 오히려 내가 어느 정도는 해야 할 것 같은 조바심을 내고 있었다. (시골로 가면 또 다를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거의 한 달여간 토론토, 몬트리올에서 경험한 캐나다를 토대로 느낀 바를 적어보자면 그렇다. 시간이 좀 지나고 생각에 변화가 생긴다면 다시 적어볼게요.)



토론토 시내& 지하철역& 토론토 아일랜드




그중에서도 내가 지금 거주하고 있는 이곳, 몬트리올 그리고 도깨비 촬영지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퀘벡 시티를 포함하는 퀘벡 지역은 프랑스적 색채가 가득한 것이 특징이다. 북미에서 영어 대신 불어가 들리는 것도 생경하나 건물이나 도시 색채도 지극히 유럽적인 느낌이다.


그렇지만 이 안에서도 토론토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것을 볼 수 있는데..

1535년 제일 처음 프랑스인 탐험가 자크 카르티에가 지금의 몬트리올 지역에 왔고, 세인트 로렌스 강을 따라 형성된 원주민 마을을 발견한 것을 시초로 외부인들이 이곳에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영국이 들어왔고(프랑스와 피 튀기는.. 계속된 주도권 싸움이 있었고), 1850년을 시작으로 산업화 과정에서 아이리쉬 노동자들이 공장이 있는 Griffintown으로 몰려왔으며, 이후 일자리를 찾아온 중국인, 이탈리아인, 남미인 등이 이곳에 다리를 건설하고, 산업화의 기반이 되는 일들을 하며 점차 인구가 증가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인구밀도는 국토 면적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현재 몬트리올 시 인구가 200만 명이 안 되며, 전체 캐나다 인구 다해도 4천 만이 되지 않는다.)


** 몬트리올의 역사가 궁금할 경우, 'Centre d'histoire de Montreal'에 가면 체험 가능한 여러 시청각 자료와 함께 '재미나게' 옛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다. 이날 여기에 가려고 간 게 아니라 비가 하도 많이 오는 바람에 신발이 홀딱 젖어서 쉴 겸 신발 말릴 겸 들어갔다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구경했다. 나처럼 캐나다 역사의 문외한도 이해가 잘 되게 해 놓았다. 규모에 비해 알차다. 강추!






그럼에도 절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당연히 프랑스 사람들인데 재밌는 건 그들이 쓰는 '불어'다. 분명 불어라고 하는데 악센트와 쓰는 단어들이 꽤 다르다. 내가 여기서 만난 프랑스인조차 자신들도 처음 도착해서 알아듣기 힘들었다고 궁시렁궁시렁 한다. 그러니 허접한 실력의 내가 잘 안 들리는 건 너무나 당연한 건가. 그래도 생각보다 더 달라서 좀 놀랍기도 하고, 당황하기도 했다. 그래도 내 의사표현은 어째 하겠는데.. 문제는 그들이 말하는 게 좀처럼 이해가 안 될 때가 많다는 것이다. 그들이 뭐라 뭐라 한참을 한 후 알아들은 척 그러나 동문서답을 하며, 속으로 '지금 이거 불어지?'하고 생각했다. 어쩔 때는 대화 후, 한참 길을 가다가 곱씹어 보니..아 그 아이가 이걸 말했던 거구나 뒤늦게서야 그 단어가 들어올 때도 있다;; 허나 때는 이미 늦으리..



몬트리올, Tommy St-Paul, 브런치집/ 아 이 자연친화적 데코를 보라.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혹시 불어 아시는 분 이건 무슨 뜻일까요?


"T'es ben fin(e)"


정답은 "너 되게 친절하다." 정도? 좀 캐주얼하게 쓰는 것 같았다. 'Tu es'라고 주어 동사를 따로 발음하지도 않고 저렇게 홀랑 줄여버리고, 심지어 악센트가 강해서 귀에 들어오질 않는다. 심지어 fin의 경우, 프랑스에서 형용사로 쓰이면 섬세한, 세련된 같은 완전히 다른 뜻을 가진다.

보통 프랑스에서 흔히 쓰는 "Tu es gentil(le)" 대신 요렇게 써 보라고 내게 알려주었는데, 그 사람 왈, 아마 파리 가서 쓰면 전혀 통하지 않을 것임을 확신한다고 하였다;;

난 저걸 듣고 배고프냐고(tu as faim?) 물어보는 줄 알았다. -.-


그래도 네이티브라면 어떤 종류의 불어를 쓰더라도 어찌 됐든 이해를 할 텐데... 마치 우리가 경상도, 전라도 지역에 살지 않아도 사투리를 들으면 대략 무슨 말인지 이해하는 것처럼. 내 미천한 불어를 탓해야겠지만, 가끔 무진장 답답할 때도 있다. 그러다가 '신기하게 잘 들리네, 오늘은 내가 컨디션이 좋은가' 하는 생각이 들면, 그 사람은 거의 프랑스에서 오래 살다가 온 사람이었다. 마치 미국인이 말하는 영어가 우리 귀에 제일 잘 들리듯 나에게 예쁘게 들리는 불어가 있고, 신기하게 그 상황이 되어야만 그 소리가 의미가 되어 뇌까지 전달이 되니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몬트리올의 Vieux port와 노틀담 성당/ 저 관람차 너무나 타고 싶어서 표 파는데까진 갔으나 막상 혼자는 못 타겠었다;; 내 생일에 다시 오면 꼭 타리라! 혼자 다짐해본다.



프랑스인들은 종종 이들의 불어를 '올드'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당연하지 않겠나.

그 옛날 이곳에 온 자신들의 조상의 언어가 많이 변하지 않은 채 그대로 쓰이고 있는 것이기에 어쩐지 어색하게 들려도 그때의 불어의 모습을 본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은 편해진다. 하지만 뭔가 여기서만 통용되는 사투리를 배우고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한편으로 나 홀로 찝찝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누군가 가르쳐 주면 열심히 배운다. 내가 이곳 퀘백쿠아즈에게 "떼 뱅 팽"(너 되게 친절하구낫..) 하고 약간 껄렁거리는 언니 느낌?으로 말해주면 참 좋아한다. 집주인 미리암도 날 만난 이후로 가장 함박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서 한동안 계속 써먹었고, 여전히 써먹고 있다.




그나마 행운인 것은 이들이 파리 사람들에 비해 내 말을 들어줄 인내심과 여유가 더 넘친다는 점이다.

계산을 할 때도 여긴 꼭 안부?를 물어본다. (다수의 매장과 슈퍼 등에서 그러하다. 레스토랑은 팁 문화가 있으니 어쩌면 당연히 어떻냐, 괜찮냐 등의 확인을 자주 한다지만.. 그냥 슈퍼나 매장에서 물건 사고 계산할 때도 그러는 것이 신기했다. 물론 여기서도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여기서 또 재밌는 사실은 단순한 인사로 시작했으나 잠시 간의 대화가 이어지기도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뒤에 줄을 서 있는 사람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한 번은 인디고(서점)에서 책 한 권과 동전 지갑을 사고 계산을 하는데, 직원이 "지갑 예쁜 거 골랐네" 한다. 인사 치례로 하는 말이라도 순간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그는 내가 산 책을 보며 "너 뉴에이지 분야에 관심 있니?" 하고 또 묻는다. 서점에서 책 사고 이런 질문을 받아보긴 첨이라.. 뭐지 이런 친절함.. 하고 생각하다가 대강 대답했다. 나 사실 얼마 전에 오래 걷는 여행을 좀 했는데... 걷는 것 자체의 명상적 효과를 이 책이 비슷하게 설명해 주는 것 같았다고..그래가지구 요걸 샀어..라고. 낯선 이에게 이렇게 오랫동안 주접을 떨고 있다니.. 헉.. 나도 스스로에게 놀랐다. 그리고 지갑에 동전이 너무 많은데 정리 좀 해도 되겠니? 하면서 내친김에 동전까지 와르르 그에게 쏟아 보였다. "캐나다 돈은 처음 써보는데 동전이 너무 헷갈려"라고 말하면서.

그랬는데 싫은 기색 하나 없이 웃으며 상당량의 동전을 처리해 주었다. 그러면서 이렇게나 유쾌하게 말한다. "아 알겠다. 너 이렇게 동전이 많이 생겨서 동전 지갑 새로 산 거구나"


책 한 권 구입으로 마음까지 따뜻했던 기억^_^*





















@ 인디고 서점 2층엔 피아노 한 대가 있고, 누구나 칠 수 있다. 이 날 어떤 사람이 '라라랜드'의 '미아와 세바스찬 테마'를 연주하고 있었는데 듣기 참 좋았다! 요건 내가 애정하는 첼리스트 Hauser님의 첼로 버젼.

https://www.youtube.com/watch?v=oTN7xO6emU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