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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균의 코드블랙 Mar 22. 2022

음식잡설 [소,우주]

소소한데 우주적인 에세이


이전에도 요리를 퍽 좋아했지만, 최근에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꽤 자주 요리를 한다. 얼마 전에는 홍콩식 차슈(叉燒)를 만들었다. 중국식 돼지 바비큐인 챠슈는 우리에게 라멘 위에 얹은 일본식이 조금 더 익숙할 것이다.


홍콩식은 일본의 그것보다 간을 더 진하게 만든다. 소위 ‘단짠’의 향연이다. 오븐에 익힌 챠슈는 얇게 잘라 반찬으로 먹거나 중국식 볶음밥 위에 얹어 먹는다. 홍콩 차슈는 삼겹살로도 많이 만들지만, 개인적으로 지방이 적은 안다리살을 선호하는 편다. 소스를 바른 안다리살을 덩어리째 잘라 하루 이상 숙성한 후 오븐에 구워내면 되지만, 제대로 맛을 내기란 퍽 까다롭다.


사견이지만 홍콩 차슈의 핵심은 간장과 꿀, 그리고 생강이다. 간장에 미림, 얇게 썬 고추, 파, 꿀, 생강을 넣고 저으면 끈적끈적한 소스가 만들어진다. 오븐에 굽기 전 한번, 중간에 다시 한 번씩 소스를 발라 한 시간여를 익히면 홍콩 차슈가 완성된다. (물론, 개인의 취향일 뿐 제대로 된 조리법은 아니다.)


차슈가 익는 동안 센 불에 기름을 두른 후 파를 넣어 ‘파기름’을 만든 후 강한 불로 미리 섞어둔 밥과 달걀을 함께 넣고 볶으면 식사 준비는 얼추 끝난다. 볶음밥에 얇게 저민 챠슈를 얹어 먹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국이 없어서 아쉽다면, 중국식 계란토마토탕인 ‘시홍스지단탕’을 곁들여도 좋다. 팬에 기름을 살짝 두른 후 껍질을 벗겨 잘게 다진 토마토를 볶는다. 이때 버터를 살짝 넣어도 되는데 많이 넣으면 향이 강해지므로 살짝만 넣어야 한다.


이후 물을 1~2컵 가량 붓고 미리 준비해둔 계란을 부으며 국을 저어준다. 중불에 충분히 끓여줘야 토마토 특유의 비린 맛이 없어지고 깊은 맛이 난다. 소금으로 간을 한 후 파와 후추를 뿌려주면 끝. 저렴한 재료와 간단한 조리법에도 영양은 풍부하고 깊은 맛이 일품이다.


요리를 하는 이유는 각각의 재료가 다져지거나 익혀져 새로운 맛을 내든지 혹은 개별의 맛과 향이 조화를 이룬 풍미를 맛보는 즐거움 때문이다. 맵거나 달거나 어느 하나의 강한 맛으로 뒤범벅된 음식은 일시에 우리 혀를 마비시켜 고통을 맛이나 쾌감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한 가지 자극적인 맛은 재료가 가진 여러 맛의 경험을 빼앗는다. 건강에도 좋지 않다.


저널리즘도 그렇다. 저널리스트가 기록하는 것이란, 결국 삶의 희로애락이다. 이것은 마치 단짠 요리와도 같다. 그것을 한 가지 방향으로만 다루는 것은 샐러드 위에 설탕이나 고춧가루를 퍼붓는 것과 같다.


혹자는 이를 ‘성격’이나 ‘지향성’으로 합리화할 것이다. 달거나 매운 음식을 원하는 손님이야 있겠지만, 그렇다고 모든 손님이 그런 것은 아니다. 기사도 그렇다. 이 아니면 모의 관점으로 제작된 기사들이란, 독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식탁을 빼앗는 것과 같다.


퇴근 후 어떤 음식을 만들어볼까?


오늘은 올리브 오일을 살짝 곁들인 샐러드를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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