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30일 나는 열흘 동안의 해외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국했다. 이튿날 여독이 채 풀리기도 전에 중국 정부가 자국의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신종 감염병이 발생했음을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취재를 시작했다.
2020년 1월 20일 설 연휴 기간동안 국내에서 첫 번째 확진자가 발견됐다. 그때만 해도 질병관리본부(현재의 질병관리청)이나 보건복지부 조차 코로나19 팬데닉이 이렇게 오래 갈지 예상하지 못했다. 대구·경북 대유행을 시작으로 위기는 파도처럼 계속 이어졌다.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 유행에 이르기까지도 코로나19 위기는 사그라질 듯하면 계속됐다.
코로나19의 위협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며, 나는 여전히 코로나19의 취재를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를 출입하는 기자 중에 몇 남지 않은 코로나19 원년멤버 중에 한 명이 되었다.
2022년 5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은 퇴임연설에서 코로나19를 언급했다. 읽다보니 눈가가 뜨거워져 편집국에서 몰래 눈을 훔치고 말았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아팠고, 다쳤고, 사망했다. 퇴임연설 중 '국민의 고통과 고단한 삶'이란 구절에서 나는 참았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기억하고 싶고, 기록하고 싶어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연설 속 코로나19 부분을 브런치 독자들께도 전한다.
국민 여러분,
제가 마지막으로 받은 코로나19 대처상황보고서는 969보였습니다. 국내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처음 판명된 2020년 1월 20일부터, 휴일이나 해외 순방 중에도 빠지지 않고 매일 눈뜨면서 처음 읽었고, 상황이 엄중할 때는 하루에 몇 개씩 올라왔던 보고서가 969보까지 이어졌습니다. 그 속에는 정부와 방역진, 의료진의 노고와 헌신이 담겨있습니다. 오랜 기간 계속된 국민의 고통과 고단한 삶이 생생하게 담겨있습니다. 국민도, 정부도, 대통령도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위기 때 더욱 강해지는 우리 국민의 높은 역량에 끊임없이 감동 받았습니다.
우리 정부 동안 있었던 많은 자랑스러운 일들이 대부분 코로나 위기 상황 속에서 일어났다는 것이 너무나 놀랍습니다. 그야말로 위기에 강한 대한민국의 저력이었습니다. 전 세계가 함께 코로나 위기를 겪고 보니, 대한민국은 뜻밖에 세계에서 앞서가는 방역 모범국가였습니다. 선진국의 방역과 의료 수준을 부러워했었는데, 막상 위기를 겪어보니 우리가 제일 잘하는 편이었습니다. 아직도 우리가 약하고 뒤떨어졌다고 생각해온 많은 국민들이 우리 자신을 재발견하며 자존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 한국은 가장 빠르게 경제를 회복했고, 1인당 국민소득 3만5천 달러로 크게 성장했습니다. 한국의 한류 문화는 전 세계가 코로나로 고통받을 때 더욱 돋보였고, 세계인들에게 위로를 주었습니다. 우리 정부 코로나 위기 속에서 선언한 한국판 뉴딜은 한국을 디지털과 혁신 등 첨단 과학기술 분야의 강국으로 각인시켰고, 그린 뉴딜과 탄소중립 선언은 기후위기 대응과 국제협력에서 한국을 선도국가로 만들었습니다. 코로나 위기를 겪으면서 대한민국은 어느덧 민주주의, 경제, 수출, 디지털, 혁신, 방역, 보건의료, 문화, 군사력, 방산, 기후위기 대응, 외교와 국제협력 등 많은 분야에서 선도국가가 되어 있었습니다.
마침내 우리는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마주보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감염병 등급을 1등급에서 2등급으로 낮출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직 위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위기가 닥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어떤 위기라도 이겨낼 것이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낼 것입니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