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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스토리

포탄 지나간 자리 전염병 덮치다

인도주의 재앙 속 우크라이나인들(1)

by 김양균의 코드블랙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4개월째, 우크라이나의 상황은 점점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현재까지 사망자는 최소 4만6천명, 비치명상 인원은 약 1만3천명, 실종자 수는 최소 400명에 이른다. 난민의 수는 최소 1천500만 명에 달하며, 2천300개의 건물이 붕괴됐으며, 재산 피해액은 6천억 달러로 추정된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우크라이나인들은 심각한 인도주의 위협에 놓여있다. 직접적인 공격으로 인한 피해뿐만 아니라 보건의료 서비스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부수적 피해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남동부의 도시 ‘마리우폴(Mariupol)’에서는 콜레라가 발생했다. 부패한 시신과 쓰레기 더미로 식수가 오염돼 주민들은 콜레라와 이질 등 감염병에 노출되고 있다.


콜레라는 비브리오콜레라(Vibrio Cholerae)에 의해 발생하는 수인성 전염병이다. 오염된 식수와 음식물 등을 통해 전염되는데 평균 사망률은 약 50%이고 노인 및 소아 등 취약계층의 치명률은 이보다 더 높다.


우크라이나 보건당국은 콜레라 창궐을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이호르 쿠진 보건부 차관은 “마리우폴의 상황이 특히 심각하다”고 밝혀 코레라 발생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우크라이나에 콜레라 백신을 전달 중이다.


국경없는의사회(MSF)는 현지 주민들이 지하 방공호에 대피해 있는 상태로, 가게들은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음식과 마실 물을 찾기 어려우며 약국에는 의약품이 떨어진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MSF는 마리우풀 거리에는 수습되지 못한 시신이 방치되어 있다고 보고했다. 앞서 병원에 대한 공습이 이어지자 MSF는 성명을 통해 마리우폴 지역 병원 공격을 멈출 것을 러시아와 국제사회에 요청한 바 있다.


분쟁지역은 포탄에 의한 살상과 집단학살 등 직접적인 타격으로 인한 피해와 함께 감염병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의도적인 현지 의료기관과 상하수도 시설에 대한 타격도 현대 분쟁의 특징 중 하나다. 보건의료 서비스가 제때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오염된 식수 등 위생 악화는 현지인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분쟁 지역의 여건 상 백신과 치료제가 제때 보급되지 않으면, 콜레라와 같은 ‘구시대’의 감염병으로도 숱한 인명이 사망에 이르게 된다. 일례로 대량학살을 피해 미얀마에서 방글라데시로 피난을 온 로힝야들이 거주하는 난민캠프에서 2017년 디프테리아가 확산됐으며, 예멘에서도 이보다 앞선 2016년 콜레라가, 같은 해인 2017년에는 디프테리아가 발생하기도 했다.


현재 콜레라가 발생한 마리우풀을 비롯한 우크라이나 전역은 이미 인도주의 위협이 아닌 재앙에 놓여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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