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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균의 코드블랙 Oct 26. 2022

클리닉은 주1회만 운영, 이마저도 없는 곳이 더 많다

뜻밖의 세계, 팔레스타인 2부➃

     

2022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의 남부 헤브론에 위치한 마사퍼 야타(Masfer Yatta) 지역 내 앳투와니(At Tuwani) 마을에서 하페즈 후레이니(52)를 만났다. 그에게서 이스라엘군이 마스퍼 야타 지역에 파이어링존(Firing Zone 918, 사격구역 918)을 공포, 퇴거 명령이 떨어지면서 팔레스타인 거주민이 직면한 여러 어려움을 들을 수 있었다. 하페즈는 인근의 이스라엘 마온 정착촌으로부터 공격을 당해 양팔이 골절되고 체포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페즈는 긴 이야기를 마치고는 다시 담뱃불을 붙였다. 이미 그의 발 아래에는 담배꽁초가 수북했다. 그에게 앳투와니의 보건의료 상황을 몇 가지 물어보았다.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던 것 같았다. 그는 조금 난감해하면서 알고 있는 대로 대답을 해주었다.


by 코드블랙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앳투와니의 상황은 어땠습니까?”

    

“코로나19 발생 전에는 국제 활동가들이 이곳에 와서 함께 연대를 했는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부 떠나버렸어요. 인근 정착촌의 정착민들은 더 많은 횡포를 부렸습니다. 이곳은 낙후된 지역이라 아무도(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여기 있는 사람들의 보건의료에 신경쓰지 않습니다. 앳투와니에서는 소수만 코로나19에 확산되었어요. 코로나19 유행이 잠잠해지면서 전 세계에서 인권 활동가들도 돌아오고 있죠. 특히 이탈리아 활동가들은 2004년부터 이 마을에 대한 연대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사람들의 치료는 어떻게 했나요,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마스크는 제때 구할 수 있었습니까?”     


“우리 마을에서 10명 가량이 감염됐지만 회복했어요. 자체적으로 코로나19 전파 차단 교육을 했고, 우리 스스로 마스크와 손세정제를 구해와 나누었습니다.”     


하페즈 후레이니는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고 회복한 마을민들이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았고, ‘알아서’ 나았다고 말했다.   

 

“앳투와니에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 있습니까?”     


“여기에는 작은 클리닉(보건소 수준)이 있는데, 일주일에 1일~2일 문을 엽니다. 큰 병에 걸리면 야타(Yatta)의 큰 병원으로 갑니다. 여기에서 (남동쪽으로) 10킬로미터 떨어져 있어요.”  

   

by 코드블랙


앳투와니에는 320여명이 산다. 야타(Yattah)는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의 헤브론에서 남서쪽으로 약 14킬로미터 떨어진 해발 820미터의 구릉지대에 위치한 도시로 인구는 6만5천명 가량이다. 예루살렘응용연구소(ARIJ)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서는 국립 아부 핫산 알 카삼 병원(Abu Hasan Al Qasam governmental Hospital)과 민간 병원 3개소 등 총 4개의 의료기관이 운영되고 있다. 이밖에도 진료과별 클리닉이 13개소, 약국이 21개소 가량 운영 되고 있다. 야타 지역을 포함해 인접한 지역의 환자들을 고려하면 의료기관의 수는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앳투와니에 있는 클리닉에서 환자를 돌보는 사람은 의사입니까, 간호사입니까?”


“클리닉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운영하는데, 두 명의 의사가 순환제로 근무합니다. 간호사도 한 명 있습니다.”


“PA는 마스퍼 야타 지역 내 마을마다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나요?”    

 

“앳투와니는 오랜시간 이스라엘과 싸움을 한 마을인데다 규모가 있고 하니 클리닉이 있는 겁니다. 클리닉이 운영되는 마을은 많지 않습니다.”      


“2022년 5월 4일 이스라엘 고등법원(HCJ)이 마스퍼 야타 내 팔레스타인 거주자 추방에 있어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판결한 이후 병원 방문은 이전보다 어려워졌습니까?


“판결 이후 이스라엘 정부는 파이어링존에 속하는 마을들에 대해 이동제한 조치를 내리고, 거주민의 차량을 압류해 이동의 자유를 빼앗았습니다. 그래서 파이어링존에 속하는 마을의 팔레스타인 거주민들은 차 대신 트랙터로 이동하고 있어요. 지금은 트랙터도 타깃이 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생활은 전반적으로 더 어렵고 힘들어졌어요.”     


by 코드블랙


앳투와니는 파이어링존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경계에 위치해 있다. 나는 앳투와니 주민의 한달 평균 수입이 어느 수준인지 하페즈에게 물어보았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


“많으면 300달러(약 43만원)입니다. 정착민의 공격으로 경제 사정이 나빠졌습니다. 과거에 양이나 염소를 300마리 가졌던 사람이 이젠 30마리~40마리밖에 못 키우고 있어요.”       


나블루스로     


돌과 모래, 동굴을 돌아다니다 보니 얼굴은 푸석해졌고 목이 말라 두통이 왔다. 취재가 끝나고 하페즈 후레이니의 집에서 늦은 점심밥을 먹었다. 그는 마클루바를 내왔다. 이 요리는 쌀 위에 닭고기 얹은 먹는데 잔치나 손님이 왔을 때 먹는다고 했다 . 밥은 요거트에 비벼 먹는다. 삼년 전 부린마을(Burin)에서 처음 마클루바를 먹어본 지 삼년 만이었다. 감회가 새로웠다.  


배를 채우고는 헤브론으로 이동했다. 여기서 여러 사람이 동승하는 택시로 라말라(Ram Allah)까지 가서 다시 차를 갈아타고 나블루스(Nablus)까지 더 가야했다. 택시에 사람이 많이 탈수록 요금을 나눠 지불하기 때문에 승객들은 비좁더라도 자리를 다 채우길 원했다. 기사를 포함해 총 7명이 라말라까지 이동하는 두 시간 동안 밤이 되었다.   


by 코드블랙


다시 나블루스까지 한 시간 여를 달리는 동안 날씨는 제법 쌀쌀하였다. 지중해성 기후인 팔레스타인은 낮에는 대체로 덥고 건조하지만 해가 지면 빠르게 온도가 떨어진다. 내가 체류했던 10월이 지나면 본격적인 우기가 시작되는데 그래봤자 석 달에 불과하다. 팔레스타인의 연평균 강수량은 550밀리미터밖에 되지 않는다. 올리브 경작을 많이 하는 팔레스타인에서는 첫 비가 내린 이후 올리브를 딴다고 말한다.


우릴 마중나오기로 한 사람은 나블루스의 지역 시민사회단체 탄위르(Tanweer)의 와엘(57) 활동가였다. 그는 지역의 유명인사로, 이곳에서의 주요 일정 조율은 와엘이 맡아서 진행했다. 여러 국제인권 활동가들도 나블루스에서의 활동을 위해 와엘을 찾는 경우가 많다. 나는 2019년 첫 방문 당시 그를 만난 적이 있기 때문에 삼년만의 재회가 무척 반가웠다.  


남은 출장 일정은 나블루스를 중심으로 이뤄질 예정이었다. 팔레스타인에 온지 이제 이틀, 열흘 가량 더 남아 있었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그대로 잠에 곯아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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