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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웨이 이야기 [소,우주]

소소한데 우주적인 에세이

by 김양균의 코드블랙


농민공(農民工) 왕웨이(40·가명)가 중국 산둥성 일조에 온 건 5년 전.


고향을 떠나 일조에 온 이유는 돈 때문이었다. 소작농으로 평생 남의 땅에서 농사를 짓던 그는 손에 쥐는 것보다 빚이 더 늘어나는 현실을 버티지 못했다. 도시행을 택했다. 여비를 마련하기 위해 다시 빚을 졌다.


왕웨이는 건설 현장의 잡부로, 아내는 건물 청소부로 일했다. 고향에 남겨 둔 자녀들은 일 년에 한두 번 명절에 만난다. 해후의 시간은 사흘 남짓이다. 고향에 오가는 데 적게 잡아도 이틀이 걸린다.


최근 몇 년 동안 부부는 고향에 내려가지 못했다. 중국 경제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건설붐도 꺼져가고 있다.


부부는 쉬는 날 없이 일을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자리를 유지하기 어렵다. 비록 ‘신세대 농민공’이 늘고 있다지만, 여전히 대다수 농민공은 학력 수준이 높지 않고, 컴퓨터나 인터넷 관련 기술이 없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이들은 도시에서 힘들고 위험한 일을 도맡는다. 그 대가로 한 달에 약 3400위안, 우리 돈으로 50만 원 정도를 받는다. 도시의 물가가 뛰고 있어 지출도 많아졌다. 돈을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


왕웨이의 바람은 소박하다. 돈을 더 벌어 도시에서 가족이 사는 것이다. 부부는 해 뜨기 전에 나가 허리 한 번 못펴고 일을 하지만, 빚을 갚을 길은 요원했다. 이자도 늘어나고 있었다.


중국에서 왕웨이처럼 시골에서 도시로 이주한 출가노동자는 2017년 기준 2억9000만 명이다.


사진=김양균의 코드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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