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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균의 코드블랙 Dec 31. 2019

850원, 식사 [소,우주]

소소한데 우주적인 에세이


어둠 깔린 정동에 인적이 드물었다. 겨울밤 대한문  거리는 상점들의 불빛으로 대낮처럼 환했다. 그러나 온기 없는 네온사인은 한기를 막지 못했다.


노인은 컵라면을 들고  한모퉁이에 앉았다. 라면 국물로 그는 오한을 버틸 참이었다. 폐지를 팔아 생계를 꾸리는 그가 라면을 사는   돈은 850. 종일 모아둔 박스와 폐지 묶음을 지키려 그는 거리에서 늦은 저녁 밥을 먹었다.


귀가를 서두르는 직장인은 무심히 노인을 지나치고, 유리벽을 사이에   무리의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며 환담을 나눴다.


850원짜리 식사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누구하나 없었다.


사진=김양균의 코드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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