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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균의 코드블랙 Feb 23. 2020

한 달 동안 브런치에
글을 못 쓴 이유

1월 23일 발행한 112번 게이트의 사람들 이후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 못했다. 자그마치 한 달. 바로 코로나19 때문이었다. 


상황은 계속 급변했다. 급기야 오늘(2월 23일) 국내 누적 환자는 556명이 되었다. 이중 4명은 목숨을 잃었다. 일본의 수치를 넘어서리란 불길한 전망도 나온다. 정부의 공식 발표는 하루 4번 진행된다. 오전 10시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국내 환자 발생동향(9시 기준)을 발표한다. 11시에는 중앙사고수습본부의 공식 브리핑, 다시 오후 2시에는 중앙방역대책본부의 브리핑, 오후 5시에는 국내 발생동향(오후 4시 기준)이 보고된다. 


브리핑에서 나온 말은 한마디 한마디가 뉴스가 된다. 주요 정보가 나오는 탓에 보통 3명이 달라붙는다. 한 명은 정부 공식 발표를 기사화하고, 나머지는 기자와의 질의응답에서 튀어나오는 속보를, 다른 한 명은 질의응답 내용을 기사로 쓴다. 최근 환자가 급증하면서 정부 발표가 나올 때면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상황도 급박하게 돌아갔다. 속보에 속보가 실시간으로 쏟아졌다. 이 와중에 무엇을 쓰고, 쓰지 말아야 할지를 판단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머리에서 열이 날 지경이었다. 브런치에 글을 써야지 하다가도 따로 시간을 낼 여력이 나지 않았다.  


어느 순간 깨달았다


현장에 몰입해 있다 보면 균형감각을 잃기 쉽다. 나도 그랬던 것 같다. 속보를 남발하는 게 과연 독자에게 불안감을 안기는 것 외에 무슨 효용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 점점 커졌다. 좀더, 더 많이, 더 빨리. 이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브런치밖에 없었다. 


숨 쉴 구멍이 필요했다. 잠깐의 외유를 끝내기로 작정한 이유다. 코로나19 이면의 모습을 좀 담아볼 작정이다. 방역에 담당하는 이들이나 뉴스를 쓰는 자들과, 정부 당국자들, 이때를 틈타 한 표라도 더 받으려는 속물의 모습을 틈나는대로 브런치에 써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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