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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균의 코드블랙 Aug 20. 2020

왜 이름이 몬스터란 말인가


랩장을 맡은지 한 달 반이 넘었다 


부서명이 걸작이다. 몬스터랩. 포털사이트에 몬스터랩을 검색하면 쇼핑몰이 뜨고 랩몬스터도 검색된다. 랩몬스터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냐는 질문에 나는 랩몬스터가 뭔지 모른다고 발뺌한다. 사내 저널리즘 혁신부서인 몬스터랩은 기존의 저널리즘 문법을 파괴한다는 다소 거친-혹은 거창한-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우린 펜에서 벗어나 시각화와 영상의 문법으로 우리가 속한 세계와 뉴스를 큐레이션하고 이야기한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우리의 주된 관심사가 아니다. 그보다 넷플릭스나 왓차, 유튜브에 더 관심이 많다. 


인터넷 뉴스가 세상에 나온 지 벌써 십 수 년이 지났다. 지금까지의 언론사가 해온 디지털 전략의 성과는 초라하다. 거칠게 말하자면, 기자들을 쥐어짜 더 많은 기사를 쏟아내는 것이 전부였다. 대부분 이름만 거창한 디지털 전략은 기자들의 업무 부담과 피로감만 키운 채 망했다. 


기자들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서툴다. 우리가 시기해 마지않는 뉴욕타임스와 가디언도 편집국 문화의 폐쇄성이 얼마나 디지털 전략에 걸림돌이 되어왔는지를 경험했다. 프로듀서, 개발자, 디자이너, 만화작가 등과의 협업에 서툴다보니 협업이 어렵고 성과물도 신통찮다. 계산기를 두드리면 인풋 대비 아웃풋이 미미하다. 여기서 선택의 차이가 발생했다. 


손이 많이 드는 다큐멘터리나 기획 프로젝트, 인터랙티브 아티클에 몇 달을 소요할 바에는 이슈를 따라가는 기사를 쉴 새 없이 쏟아낸 것이 우리이고, 그네들은 그럼에도 밀어붙였다. 그 결과 그들은 독자의 신뢰를 얻었고, 우린 잃었다.  


이게 바로 우리 언론이 처한 현실이다. 그리고 내가 속한 회사도 이 상황에서 자유롭지 않다. 전략과 의지가 없으면 신뢰도 없다. 우리의 독자가 누구인지 인지하지도 못하고 있는 사이 그나마 남아있던 독자마저 떠나고 있다. 독자에게 고품질의 뉴스 콘텐츠 한번 제대로 선보이지 못하면서 언론의 신뢰도는 기레기 혹은 기더기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추락한 지 오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내가 속한 회사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내게 랩장을 맡긴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다만, 어떻게 하면 망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라 짐작한다. 편집국 중심의 폐쇄성을 극복하고 외부 전문가들과 다양한 협업을 한다는 것, 돈 안 되는 신뢰라는 비둘기를 다시 붙잡아 매어 놓는다는 것이야말로 몬스터랩이 여느 레거시 미디어보다 잘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랩장의 꼬심으로 실력 있는 아트 디렉터, SNS·데이터 PD, (영상)PD가 합류했다. 모두 자신만의 뚜렷한 세계와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우린 무언가를 부수고 다시 조립하는 것을 좋아한다. 뒷짐 지고 오만하게 가르치려 드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밀레니얼, Z세대, 마이너리트, 갈등, 분쟁, 양극화, 돈, 젠더, 섹스... 여기에 답이 있다고 믿는다.  


이 과정에서 내외부와의 충돌은 필연적이라고 예상한다. 성공하는 디지털 뉴스 이니셔티브의 모델이 우리가 될 수도, 미완에 그친 도전으로 끝날 수도 있다. 그리고 걱정하지만 대개는 즐기고 있다. 싸움에서 이기는 사람들은 대개 히죽히죽 웃으며 싸움을 즐기는 류 아니던가.           



이상 긴 낚시성 홍보글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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