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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균의 코드블랙 Dec 31. 2019

구독자도 적은데 특별상이라니


“작가님께서 응모해주신 작품인 <나는 투명인간을 보았다>가 제7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특별상 작품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 전해드립니다. 축하합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이런 이메일을 받았다. 당시 취재를 위해 홍콩에 있었다. 성탄절 홍콩 도심에서 시민-경찰 사이에 격돌이 예고돼 있었다. 연말의 흥분된 분위기와 긴장이 오가는 기묘한 상황이었다고 기억한다. 그 와중에 뜻밖의 수상 소식을 접하자 당황스러웠고 흥분되었다. 묘한 기분이었다.


후에 공모작이 2500편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대상 10편과 특별상 5편, 총 15편이 선정되었다. 내 브런치북 <나는 투명인간을 보았다>가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이 안에 포함된 것이다. 2019년 12월 30일 브런치 공식 발표에서 접한 심사평을 보니 그제야 수상 사실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언론에서 비추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특수직과 환자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낸 인상적 작품이다. 따뜻한 시선과 몰입감이 묵직하다.”     


매일 써도 글은 어렵다


종종 직업적 글쓰기(기사)를 업으로 하다 보니 글쓰기가 수월치 않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글쓰기에 부담이 없지 않느냔 것이다. 정말로, 정말로 그렇지 않다. 쓸수록 어려운 것이 글쓰기이며 기사란 문법에 갇혀 풍부한 글쓰기 근육은 소멸하고 있는 게 아닌지 항상 조바심이 났다. ‘잘 쓰고 싶다’거나 ‘좋은 글을 쓰고 싶다’, ‘기억에 남는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과 그러지 못할 때의 답답함은 아주 자주 나를 짓눌렀다.


사실 매일 ‘납품’해야 하는 뉴스의 지속성은 한 시간도 채 안될 것이다. 작정하고 심층 기사를 써도 그리 잘 팔리는 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갈증은 쌓여가고, 공들인 기사의 가치가 이것밖에 되지 않는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검증할 방법도 없었다.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는 냉정한 평가를 받아보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해보니 브런치가 퍽 재미있는 게 아닌가. 물론 긴장되기도 한다. 이 치열한 플랫폼에서 내가 과연 읽을 만한 글을 쓰는 작가인지 여부는 오로지 ‘글’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안 팔리는 글?


10월부터 시작한 브런치의 구독자 수는 시간이 흘러도 좀처럼 늘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구독자가 적다는 것은 내 글이 잘 안 팔린다는 것이고, 독자의 공감대를 제대로 읽지 못한다는 뜻일 것이다. 악플보다 무플이 무섭단 이야기가 점점 실감이 났다. 여기서도 내 글은 인기 꽝인가 싶었다.


그러던 차에 신박한 일이 벌어졌다. “시부모한테 잘하니 애를 셋이나 낳았다더라”라는 글이 포털사이트 다음 메인 화면에 떴고 조회수가 치솟은 것이다. 사실 기사를 쓰다보면 종종 포털사이트 메인에 뜰 때가 있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곤 했다. 이게 브런치에서는 얼마나 신선하던지. 이 경험은 브런치 작가를 지속할 비타민 주사가 됐다. 구독자가 적다고 주눅들 필요 없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말은 이래도 매일 구독자 변화에 울고 웃는다).


때문에 이번 브런치 수상은 내게 여러 의미로 뜻 깊다. 좀 더 글을 쓸 동력을 얻게 된 계기가 되었다. 덩달아 긴장은 더 커졌다. 카카오페이지에서 나의 글이 독자에게 과연 매력적일지 날고 기는 전문 작가 틈바구니에서 경쟁할 생각을 하니 덜컥 겁도 난다.



10여 년간의 기자 생활을 돌이켜보면 매일 무엇을 쓸지에 대한 고민과 그렇게 내놓은 글을 시험받아온 것만 같다. 점차 좋은 글을 쓰고픈 갈증과 욕망은 커졌지만, 정말 치열했었는지는 나조차도 확신할 수 없다.


그래서 브런치에게 고맙다. 욕망은 가능성이 주어질 때 더 커지지 않던가. 브런치가 뭐라고, 더 잘 쓰고 싶어졌다.


일 년 후 이맘때쯤 지금보단 더 잘 팔리는 작가가 되어 있을까? 나부터가  궁금해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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