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은 그 사회의 불평등을 드러낸다. 코로나19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방역에 힘을 쏟아 확진환자가 줄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사회 곳곳에는 돈이 없어 마스크를 사지 못하거나 아파도 생계 때문에 쉬지 못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코로나19가 할퀸 세상, 사회적 약자에게 세계는 비정하다. 그리고 약자의 하층부에는 정신질환 당사자가 웅크리고 있다.
청도 대남병원을 시작으로 대구 제2미주병원 등 정신병원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끊이질 않고 있다. 우린 이들을 보듬을 준비가 되어 있을까?
코로나19 사태에서 정신질환 확진자는 인근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방역당국이 청도 대남병원을 코호트 격리, 즉 폐쇄한 것이 대표적이다. 앞서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대남병원의 코호트 격리 결정 및 다수의 사망자 및 확진자가 나온 것과 관련해 “정신질환자라는 특수성 때문에 이송에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 이유는 코로나19와 정신질환 모두의 치료가 이뤄질만한 시설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지역에 위치한 정신병원일수록 시설은 열악하고 입원 환자의 수는 많다. 환자들도 정신질환과 기타 여러 질환을 함께 앓는 경우가 태반이다. 즉, 이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될 조건이란 조건은 전부 갖췄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남병원과 제2미주병원에 입원했다 코로나19에 걸린 환자들 다수는 국립정신건강센터로 이송됐다. 센터에 음압병실과 음압병동이 갖춰져 있어 치료가 수월했지만, 이영문 국립정신건강센터장은 아쉬움이 적지 않다. 이 센터장은 내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전국 국립정신병원마다 음압병동을 하나씩 구비하면 총 100명의 정신질환 감염자의 치료가 가능할 거예요.”
그는 이것이야말로 정신질환 당사자의 집단감염과 광범위한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조치라고 믿는다. 보건복지부 내부적으로도 이 안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센터장에게 정신질환 확진자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어보았다.
“국립정신건강센터에 온 청도 대남병원 환자들의 상태는 어떻죠?”
“대남병원으로부터 온 환자 65명 중 63명이 음성으로 전환돼 현재는 국립부곡병원으로 이송됐어요. 남은 2명과 대구 제2미주병원에서 온 14명 등 총 16명이 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죠.”
“특히 정신질환 당사자들은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했어요.”
“그랬죠. 청도 대남병원을 보면, 환자들의 연령층이 대체로 높았고 가족과 사회로부터 충분한 지지를 받지 못한 장기입원 환자들이 많았습니다. 어림잡아 평균 4~5년 정도 입원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첫 사망자는 20년 가량 입원해 있었다고 하죠. 이들은 모두 의료급여 대상자입니다. 국가 지원이 상대적으로 적다보니 영양 상태도 그리 좋지 않았죠. 장기입원을 하다 보니 오랫동안 약을 복용해서 면역력도 몹시 떨어져 있었습니다.”
“폐쇄병동의 시설도 집단감염에 취약한 구조였던거죠?”
“대남병원과 제2미주병원의 정신질환 당사자의 병실은 일반 종합병원보다 느슨하게 관리됐던 것 같아요. 병상 사이의 간격이 1.5미터가 안될 정도로 좁은 공간에서 많은 환자들이 지내고 있었던거죠. 일반적으로 정신과 폐쇄병동에서 한, 두 환자가 감기에 걸리면 삽시간에 퍼집니다. 코로나19도 마찬가지 였던거죠. 폐쇄병동은 생활방역이 불가능한 구조이고요. 요양병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조금 세게 말하면 사실상 정신병원에 ‘방치’된 건가요?”
“정신과 환자들의 의료급여는 내과 환자의 70% 가량입니다. 병원 운영자 입장에서는 ‘박리다매’로 환자를 많이 받는 게 관행이 됐어요. 이번 사태 이후 정신과 병실 환경이 방역이 될 수 있도록 거리도 넓히고 장기입원을 막는 근본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합니다.”
“이게 또 애매한 게 퇴원 후 딱히 갈 곳이 없는 문제도 있잖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정신질환 당사자를 지금처럼 두면 안됩니다. 정신질환 당사자가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만 합니다. 일반적으로 당사자 한 명을 돌보는데 150~200만 원 정도가 듭니다. 이 비용을 지역사회에 머물 시설로 돌려 환자들을 보듬어야 해요. 집단 수용식이 아니라 소규모 그룹홈에서 돌봐야 한다는 겁니다. 또 다른 감염병이 유행할 때 하나의 시설에 100명이 있는 것과 10개의 시설에서 10명씩 거주하는 것 중 어떤 것이 방역에 더 효과적이겠어요?”
“코로나19 이후, 정신질환 당사자를 위한 변화가 있을까요?”
“음압병실을 보유한 국립병원이 이번 사태에서 역할이 컸어요. 적어도 전국의 국립정신병원에 ‘음압병동’이 마련되어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음압병동 한 유닛을 만들려면 40~50억 원이 듭니다. 전국 5개 국립병원에 200억 원 가량을 들여 음압병동을 조성하려면 200억 원이 필요하겠죠. 시설이 마련되면 또 다른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 한 번에 케어 가능한 정신질환 당사자는 100명 이상이 될 겁니다. 사회적 약자인 정신질환 당사자는 국가가 보호해야 합니다.”
이 센터장은 사회적 약자일수록 감염병에 더욱 취약하다고 본다. 그들이 처한 팍팍한 삶에 감염병은 이중고로 작용하는 탓이다. 이 센터장은 말한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시설이 마련돼야 안타까운 희생을 줄일 수 있다.”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위한 치료. 의료는 왜 존재해야 하는지, 국가의 책무란 무엇인지 그 답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