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기부금이 2000억 원을 넘었다. 정세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국무총리)은 4월 3일 기부금 활용과 관련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규정을 정비하고 미리 대처해 달라고 관계부처에 당부했다. 시기적절한 대처다. 재난이 벌어지면 돈이 모이고, 돈은 사고를 부르는 탓이다. 그리고 견물생심(見物生心)은 종종 양두구육(羊頭狗肉)의 탈을 쓴다.
2000억 원이 정부 공식 루트를 통한 모금이라고 한다면, 민간에서의 기부금은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추정조차 안 된다. ‘구호’를 내건 이들 여럿이 여러 채널을 통해 경쟁적으로 돈을 모으고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사용한다는데, 왜 딴지를 거냐고? 알고 보면 그게 또 그렇지가 않다.
나는 정부 공식 모금 채널이 있음에도 민간에서 우후죽순 후원금 모금을 하는 것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자발적 모금이라지만 서류상으론 민간의 사업으로 분류되었을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후원금을 모아 분배하는 과정에서 인건비로, 운영비로 일정부분을 떼는 것에 대한 명분을 준다. ‘사업’이기 때문이다. 여기서부터 자발적 참여, 자발적 모금이란 슬로건에서 어긋나기 시작한다. 여러모로 남는 장사다.
7대3 법칙이란 게 있다
‘구호’를 내건 이들 사이에서 7대3의 법칙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예를 들어 100원의 기부금이 입금되었다고 치자, 7은 사업비에 3은 실제 지원금으로 사용된다는 믿기 힘든 이야기다. 실제는 8대2, 9대1도 희귀한 분배는 아니다. 물론 모든 구호조직이 이런 관행을 따른다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적지 않게 이런 일이 벌어진다.
더 애매한 지점도 있다. 코로나19 지원에 쓴다고 돈을 받아서는 기존 사업에 쓴다면 어떨까? 그것은 정당한가. 이 단일 지원 사업과 기존 사업을 비교해 원래 해오던 사업이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면 이것은 코로나19 지원일까, 아니면 코로나19 지원으로 후원금을 불려 기존 사업에 집행하는 걸까? 후자라면 물 들어온 김에 노 젓는다는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양두구육 비유를 든 이유다.
재난 상황에서도 뒤로 웃는 이들이 있다. 사람이 죽고 일이 터지면 돈이 모인다. 경로당 마스크를 훔친 철딱서니 없는 십대들의 절도는 공익 운운하며 자기 주머니를 불리는 위선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고 생각한다.
나는 공익을 내세우는
이들을 믿지 않는다
절차적 정당성을 꾸역꾸역 우겨넣어 결과적 사익 추구의 꼼수를 어떻게 봐야할까. 도의적 지탄도 모자르다는 생각이다. 세월호 당시에도 익히 보아온 일이다. 당시 민간에서 모금한 엄청난 규모의 후원금은 모두 어디로 갔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