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접촉이 사라지면

by 김양균의 코드블랙

영화 '그래비티'는 인간의 근원적인 두려움을 건드립니다. 우주의 끝도없는 심연 속으로 떨어질 때의 두려움. 아무도 없는 심연, 그 안에 홀로 남을 공포. 영화는 진정한 자신과 마주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영화 이야기를 꺼낸 것은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되면서 강화되고 있는 비대면 문화의 문제를 짚어보기 위해서입니다. 관계의 상실 속에 홀로 남을 개인이 겪어야 할 고통의 크기란 어떨까요?


그에 앞서 코로나19와 관련한 정신적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이것은 사태 초기와 현재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사태 초기 대유행이 시작된 3월까지 코로나19와 정신건강 문제는 인포데믹 현상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으니까요.


인포데믹이란, 정보(information)와 감염병유행(epidemic)의 합성어.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의 대유행 국면에서 정보의 홍수를 맞아 옳고 그른 정보가 뒤섞여 정말 필요한 올바른 정보를 선별하기 어려운 상황을 인포데믹이라고 명명했다. 쉽게 말해 인포데믹은 코로나19에 대한 가짜뉴스나 악성루머가 퍼지는 현상을 말한다.


인포데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가짜 뉴스가 확산되고, 이를 언론이 받아쓰는 형식으로 유통되는 특성을 보였는데요. 유행 초기 대표적 인포데믹 사례 몇 가지를 알아보겠습니다.


(루머) 기획재정부-제약회사가 코로나19 관련 회의를 열었다.

(사실) 기재부는 제약회사 사장단과 회의를 한 적이 없었다.

(루머) 코로나19 완치가 된 후 심각한 폐 손상이 발생했다.

(사실) 코로나19 감염이 폐 손상을 유발한다는 의학적 인과관계는 밝혀진 바 없다.

(루머) 미국 하원의원 왈, 한국의 진단도구는 믿을 수 없다.

(사실) 의원의 단순 착각을 우리 언론이 확대 재생산하며 사실로 굳어졌다.

(루머) 소금물을 입에 분사하면 코로나19 전파를 차단할 수 있다

(사실) 의학적 근거가 없다.


우린 두려운 거다


격리병동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잘 자고 잘 먹고 열심히 치료를 받는 것 뿐. 그런데도 진단검사결과에서는 매번 바이러스가 나왔다. 기다림은 검사 결과가 ‘음전’이 될 때까지 계속됐다. 처음 감염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무서웠다. 두려움은 곧 불안함으로, 자꾸 늘어지는 회복 기간 동안 불편함으로, 다시 무기력으로 바뀌었다. 음전이 되지 않는 것은 나한테 문제가 있어서는 아닐까. 면역력이 원래 약했던 걸까. 왜 하필 나한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코로나19 감염 이후> 중에서


위의 글은 다수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느끼는 무력감과 트라우마를 재구성한 글 가운데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최근 서울대 유명순 연구팀이 발표한 ‘코로나19 6차 국민인식조사’를 보면 “나도 감염될 수 있다”는 감염 가능성 인식은 상승해 감염결과의 심각성과 격차가 좁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은 유행 초반 ‘확진 비난 두려움’이 높았던 것에서 ‘확진될 두려움’이 처음으로 앞섰는데, 이는 ‘누구나 감염될 수 있다’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코로나19에 대한 분노와 우울의 대상도 격리의무위반>허위정보> 외국인의 국내피해> 언론 왜곡보도>정치 무능력 순이었습니다. 또 분노도 광범위해져 “마스크 안 쓰는 사람 보면 불안”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36.3%로, 분노감은 24.8%, 혐오를 느낀다고 응답한 사람은 14%나 되었죠.

비대면 문화의 그늘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치료제·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가장 확실한 예방법은 ‘거리두기’라고 말합니다. 거리두기는 비대면(언택트) 문화로 이어지게 되고요. 그동안 수업과 업무에 있어서도 비대면을 도입하거나 도입을 고려하는 곳이 많은데, 문제는 비대면의 생각지 못한 부작용입니다.

당장 의사소통의 부재가 만들어낼 여러 부작용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비대면 의사소통이 일상화되는 것은 그간 우리가 써온 화상통화나 화상회의와는 조금 다른데요. 과거의 그것이 물리적 시간과 거리의 극복을 위해 선택적으로 활용했다면, 현재는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점. 때문에 접하는 마음가짐 자체가 다를 수 밖에 없는거죠. 언제까지 이러한 강제된 비대면 의사소통이 이어져야 할지도 알 수 없다는 점도 대중의 답답함을 키우는 요소로 작용할 겁니다.



비대면의 일상화는 SF영화와는 다릅니다. 전례가 없기 때문이죠. 우리 일상에서 비대면의 일상화는 특히 중장년층과 노년층에게 적응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비대면 방식의 관계가 확산되고 있기는 했지만, 전방위적 대비는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비대면 문화가 초래할 단절은 격리병동에서 사회와 떨어져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확진환자의 고독감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참고로 중증도에 따라 다르지만 확진자가 격리치료를 받기 시작해 격리해제되는데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24일 가량입니다. 외부와 단절되어 지내다 일상으로 복귀한 이들의 체력은 현저히 떨어지게 되죠. 이것을 일반대중에 적용해 생각하면, 대면 소통을 위한 공감의 체력이 작금의 강제된 비대면 문화 속에서 소멸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늘을 말했으니, 극복할 방법도 조금은 언급하려 합니다. 어쩔 수 없이 변화를 받아들여야만 한다면, 활력을 유지하는 것이야 말로 공감이 체력이 소멸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것이 우리 각자의 마음가짐 만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결국 국가 차원의 코로나19 정신건강 대책이 하루빨리 수립되어야 할 겁니다.


이 글은 2020 생명문화학회 하계 학술대회 발표자료를 일부 손본 것입니다. 브런치 독자분들께 먼저 전합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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