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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균의 코드블랙 Dec 01. 2020

유튜브로 상을 받았다

현실 속 노란딱지를 찾아서

  

최근 상을 하나 받았습니다. 수상소감으로 몇 마디 준비를 했는데, 브런치 독자들과도 공유하기 위해 좀더 살을 붙여 칼럼으로 썼습니다.      


노란딱지’가 붙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다룬 다큐 영상이 유튜브에 업로드 되자마자 약삭빠른 알고리즘의 소행이었다. 영상에 성소수자가 출연하고, 차별금지법에 대한 이야기가 포함되어서일까? 그런데 노란딱지는 현실에도 존재했다.


아들아,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면 지옥가


독립영화 ‘욕정이 활활’(2015년, 감독 김현·황희경·이상우) 작중 대사다. 이 대사는 우리사회가 성다양성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함축적으로 나타낸다. 일부에서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동성애 합법화이며, 만약 동성애를 죄라고 언급하기만 해도 법으로 처벌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서수정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시정총괄과장의 말을 들어보자.


“독일, 영국에서도 평등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교계의 반대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평등법 제정 이후에 우려하던 부분이 그렇게 크게 발생하지 않았어요. 평등법은 일부 시민들만을 위한 법이 아닙니다.”


도대체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무엇이기에 15년 가까운 세월동안 법 제정이 한발도 나아가지 못한 걸까. 왜 정작 법 당사자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 걸까? 제작진은 우선 당사자의 이야기부터 들어보기로 했다. 다큐멘터리 ‘차별금지법을 말한다, <벽: 너와 나를 나누는>’의 주인공은 보이지 않는 벽, 즉 차별의 경계에서 살아가는 ▲성소수자 ▲정신장애인 ▲이주노동자이다.


제작진은 차별금지법 당사자뿐만 아니라, 법안을 대표발의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을 포함해 ▲서수정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시정총괄과장 ▲이영문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장 ▲김도희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장(변호사) ▲양은선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활동가 등 국회, 정부, 법조계, 의료계, 국제NGO 관계자 등도 만났다.


이견이 없다


우리가 만난 전문가들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에 대해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물론 법이 제정된들 차별의 역사가 하루아침에 바뀔 리 만무하다. 때문에 법 제정 논의가 소모적 논쟁을 만들어 낸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우린 차별금지법 제정이 평등한 사회로의 진입을 위한 선제 조건일 수 있다고 판단한다. 차별금지법이라는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된다면, 뿌리 깊은 차별에 균열을 낼 수 있다고 예상한다. 누구도 차별할 자격이 없고, 어느 누구도 차별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이 단순하지만 실현하기 어려운 상식. 지금부터 우리가 하려는 이야기는 바로 그 상식이 상실된 지점부터 시작된다.


나와 제작진은 실제하는 노란딱지와 그 노란딱지를 떼어낼 방안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된 ‘벽 프로젝트’를 완성하기까지 꼬박 두 달 이상이 소요됐다. 매일 쏟아지는 뉴스 속에서 한가지 주제로 스토리를 만들기란 쉽지 않다. 당장 돈도 조회수도 확보되지 않는 도전에 대해 불편한 시선도 없었다면 거짓말이었을 것이다. 이런 불편한 시선 속에서 제작진은 몸부림치듯 다큐를 제작했다.


이렇게 첫 선을 보인 다큐멘터리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수여하는 ‘이달의 좋은 보도상’(2020년 11월) 대안미디어 부문에 수상됐다. 민언련의 선정 이유는 다음과 같다.


“차별받는 성소수자, 정신질환자, 이주노동자의 목소리를 충실히 들으며 차별금지법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프로젝트그룹 몬스터랩은 첫 번째 프로젝트인 이번 보도에서 사회적 소수자들이 받는 차별문제를 적극 발굴하여 인권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와 제작진의 노력은 훗날 성공적인 디지털 저널리즘의 모델이 될 수도, 미완에 그친 도전으로 끝날 수도 있다. 많이 걱정하지만 대개는 즐기고 있다. 더 즐기면서 가장 예민한 스토리를 가장 참신한 방식으로 멈추지 않고 만들어보자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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