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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균의 코드블랙 Dec 11. 2020

밥 한그릇의 단상

   

팔레스타인 르포… 분리된 삶, 부서진 꿈’ 기획보도로 2019년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수여하는 ‘올해의 의과학취재상’에 이어 올해 한국인터넷신문협회의 ‘2020 인터넷신문 언론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작년과 올해의 수상 소감에 살을 붙여 김칼럼으로 소개합니다.


저도 기자 일을  오래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기자들은 여러 특권을 누립니다. 출입처에서 밥과 , 커피를 얻어먹는 것은 예사입니다. 과거처럼 공공연하게 촌지를 찔러주는 비리는 사라졌지만, ‘기자님이라고 불리면서 여전히 크고 작은 특혜를 누리는  사실입니다.  


비록 제가 관심 갖고 보도하는 분야가 폭로와 고발의 성격이 짙고, 인권처럼 누군가의 이해관계와 직결되는 것들이 아니라 앞선 특혜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고 생각은 합니다만, 고백컨대 종종 밥은 얻어먹었던 것 같습니다.


생각합니다. 밥. 과연 밥 얻어먹을 만큼의 일을 했는가, 밥 얻어먹을 염치를 갖고 있는가. 제가 기자로서 활동을 하는데 중요한 화두가 된 계기를 소개할까 합니다.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나블루스내 부린마을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얼추 취재를 마치고 현지 활동가 갓산을 따라 그의 집에 갔습니다. 갓산과 그의 노모는 마클루바라는 잔칫상에나 오르는 음식을 내왔습니다. 팍팍한 그들의 형편을 생각하자 대접을 받는 게 미안했습니다. 처음으로 저는 밥 얻어먹을 자격이 있는지를 식사 내내 고민했습니다.


식사 후 갓산은 제게 USB 하나를 건넸습니다. 거기엔 불법 유대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 원거주민을 공격하는 영상이 담겨있었습니다. 영상을 촬영한 죄로 그는 2년간 복역했다고 했습니다.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영상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천장에 숨겨둔 소중한 기록 영상을 아무런 조건도 없이 생면부지의 한국인 기자에게 건넸던 겁니다.


오늘날 한국의 언론은 불신을 받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언론의 위기를 말합니다. 기자는 이른바 ‘기레기’나 ‘기더기’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저는 저널리스트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생각합니다.


아직 국내외 인도주의 위기에 직면한 사람들은 그곳의 실상을 전 세계에 알려주길 절실하게 바라고 있습니다. 제가 쓴 ‘팔레스타인 르포… 분리된 삶, 부서진 꿈’ 기획연재는 팔레스타인의 인도주의 위기를 고발하는 기사였습니다.


아울러 그들처럼 우리의 삶도 평등한 것이 아니어서, 팔레스타인의 실상을 통해 보장받아야 할 건강권이 거부된 우리의 현실을 함께 말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저널리즘이 무엇인지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 진실보도가 무엇인지 제대로 배운 적이 없습니다. 다만 갓산의 집에서 얻어먹은 밥, 밥 얻어먹을 염치 하나 기억합니다.


앞으로도 의학기자로서 국내외 인도주의 재앙 현장을 외면하지 않는 언론인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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