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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 Jul 29. 2022

코로나 이혼

이혼을 꿈꾸는 아내가 쓰는 단편소설

결국 그가 내민 이혼 서류에 사인을 했다.


아니 이건 수니가 원하는 그림이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가 그와 결혼을 끝내고 이혼을 빌었다. 매번 그녀의 사랑에 손길을 의지하고 매사 구속하는 그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했던 그녀였는데.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맞닥뜨리다니.


재산분할은 반반이라고 해도 억울할 판이다. 그런데 합의이혼 서류에 그녀의 몫은 하나도 없다시피 한다. 경제적 알몸으로 새 세상을 맞이해야 하다니. 부부 재산 기여도로 따지면 결혼생활 20년 동안 그녀가 일구어놓은 재산이 아무리 적게 잡아도 80% 정도 차지하는데 빈손으로 이혼이라니.


이혼이라는 단어를 극도로 싫어했던 그는 결혼할 당시에도 이혼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결혼하자는 약속을 걸었을 정도인데 지금은 오히려 이혼을 즐기는 남자로 변해버린 듯하다. 아니 변했으니까 수니에게 이혼을 요구하겠지.


호주 영주권자인 그녀와 남편, 둘 중에 한 명이 합의이혼 서류를 한국 가정법원에 제출하면 법적으로 남남이 되는 절차로 들어갈 것이다.




수니는 아니 왜 이런 변이 생겼나 곰곰이 돌아보니 어떤 시작점을 발견했다. 


그녀가 환호하던 날이었다. 그날은 그녀가 자신만의 부의 공식을 발견했다며 흥분했고 앞으로 자신은 부자가 될 일만 남았다며 희망에 찬 시나리오만 가득했던 날이었다. 


그녀가 발견한 공식은 예전에 호주 여행을 떠났을 때, 1년 이상 여행에 시간과 돈을 투자를 했을 때, 누구와 함께 와 아닌 혼자 여행을 즐긴 후에 어느 날 문득 행운처럼 재산이 불어나는 체험을 했다. 그것을 그녀만의 부의 공식이라고 칭하고 다시 실천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남편에게 말도 하지 않고 1박 2일 시드니 시티 여행을 감행했다. 남편에게 말해봤자 허락해 줄 리도 없을뿐더러 누구의 허락을 받고 부의 공식을 실천하는 것이 아니기에. 


그녀는 오페라 하우스가 보이는 유스호스텔 6인용 방에 잠을 자며 시드니 록스를 구경 다녔다. 여행이 주는 낯섦, 새로운 시선을 체험했다. 거주자였다면 전혀 느끼지 못했을 바로 상경한 관점을 깨달았다. 그래 여행이 이런 맛이었다니 그동안 잊고 일상 생활자로 살았구나 속으로 감탄을 쏟아냈다.





그녀의 1박 2일 여행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역시 남편에 반응은 예상한 대로 부정적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자신은 아내가 없는 빈집에 계속 있으면 공황장애가 올 것 같다며 앞으로 혼자 여행은 금지한다는 명령이 떨어졌다. 


남편과 같이 살 시간이 많기에 그에게 공황장애까지 안기면서 앞으로 혼자 여행을 떠나야 하나 고민이 되어 이번 생은 혼자 여행은 이제 포기해야겠다 마음을 정리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남편에 대한 애정이 깊었기에 남편이 그토록 힘들다면 자신이 양보해야 한다고 그것은 당연하다고 그게 사랑이라고 믿었기에.


평화로운 일상이 이어지고 여행을 다녀온 지 5일 후에 갑자기 수니는 감기 기운이 돌면서 온몸에 열이 나고 피곤이 엄습해온다. 


평소에 감기에 걸려도 이렇게까지 피곤하지는 않은 거 같은데 저녁밥을 먹고 얼른 잠자리에 들었다. 저녁 7시에 잠들어서 아침에 일어나니 9시이다. 그런데도 피곤하다. 밥 생각도 안 나고 입맛도 쓰다. 기력이 없어서 침대에 계속 누워있으니 또 잠이 쏟아진다. 그렇게 낮잠을 또 잔다. 저녁시간 남편이 퇴근했는데 몸이 일어나질 않는다. 저녁식사 준비도 전혀 하지 못했다. 감기몸살치고는 너무 센 거 같은데. 좀 더 쉬면 괜찮겠지 하고 남편이 차려준 저녁을 맛이 별로 없지만 몇 숟가락 뜨고 나서 또 잠에 든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10시까지 또 잠을 잤다. 


이렇게까지 피곤한 적이 없는데 혹시나 싶어서 코로나 자가 진단 키트를 열어서 테스트를 해본다. 결과를 보니 선명한 두 줄. 앗, 이럴 수가. 




코로나 확진자로 분류되는 순간이었다.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그에게 확진 소식을 카톡에 넣으니 읽었는데 답장이 없다. 오늘 저녁식사를 차릴 힘이 없어서 퇴근할 때 저녁 먹을 거 장을 좀 보고 오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그의 목소리에서 짜증이 한가득이다.


퇴근한 남편에게 코로나 검사를 해보라고 권하자 화를 내고 있다. 왜 내가 검사를 받아야 하느냐 소리를 지른다. 그는 확진자가 되면 회사에 일하러 갈 수도 없고 돈도 벌 수 없고 회사 동료들에게 민폐가 되니 이런 상황이 너무 싫다. 


걱정이 많은 남편은 평소에 아내에게 항상 주의를 주었다. 마스크를 항상 써라. 사람 많은 곳에 돌아다니지 마라. 꼭 필요한 일 아니면 돌아나니 지 말고 웬만하면 집에 있어라. 주의 또 주의를 주었지만 아내는 아주 말을 들어먹지 않는 똥고집이다.


그녀는 미리 사전에 말도 없이 무단으로 떡하니 호스텔에서 1박 2일 잠을 자고 시티를 돌아다니며 자유를 즐겼던 것이다. 마스크도 없이. 정부의 마스크 의무 조항이 사라졌다고 코로나가 사라진 것이 아닌데. 결국 그녀의 생각 없는 행동이 코로나에 걸리게 되었고 남편에 건강까지 위험에 빠트리게 하고 남편 직장 사람들까지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수니는 남편에게 등을 떠밀어서 겨우 자가 진단 검사를 받게 했는데 천만다행으로 음성이다. 힘들지만 당분간 잘 격리하고 지내면 일상으로 회복할 수 있으리라 안도에 숨을 한숨을 쉰다.


그가 옆에서 계속 잔기침을 하고 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닌 그냥 일반 감기인가 보다 다행이다 생각하고 각자 따로 밥을 먹고 따로 자고 하룻밤을 보냈다. 그리고 새벽이 밝았다. 아니 어두웠다.


그는 갑자기 온몸이 불덩이가 되어서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면서 가슴이 답답하다고 수니의 팔을 잡아당겼다. 그의 얼굴을 보니 고통에 괴로워하는 모습이 너무 전해져서 그 얼굴을 보는 게 더 괴로웠다.


급하게 '000' 번호를 눌러서 앰뷸런스를 호출하여 근처 병원으로 이동했다. 간신히 응급실에 도착해서 그는 COVID 집중 치료실로 들어갔다. 그 후로 그에 얼굴을 보지 못했다. 남편 옆을 지키고 싶어서 코로나 환자와는 접촉이 되지 않는다.


그렇게 시작된 치료는 벌써 2주를 넘기고 있다. 그리고 의사로부터 메일이 한 통이 날아왔다. 


"환자가 상당히 위독한 상태입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여 마음에 준비를 하셔야겠습니다."




수니는 이메일을 읽고 충격에 빠진다. 


남편이 원하지 않는 막무가내 1박 2일 여행을 강행했고 그로 인해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걸렸던 남편, 이제는 생과 사 갈림길에 서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갑자기 시련의 회오리가 그녀를 감싼다.


자신이 잘못한 일이니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죗값을 받아 들어야 하겠다고 생각하지만 막둥이 아들을 호주 이민 보낸 80대 중반 노모를 생각하니 더 큰 죄책감이 밀려온다. 며느리에게 구박 한번 안 해주시고 그저 이해만 해주신 따스한 분이셨는데 시어머니에게 남편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긴다는 소식을 전해야 하다니.


"따르릉, 따르릉" 전주 시골집 시어머니에게 전화를 건다. "어머니 이야기 못 드려서 죄송한데요 사실은 남편이 코로나 걸려서 병원에 입원했어요. 근데요." 중간에 잠시 쉬고 말을 이어갔다. "지금 위독하다고 의사한테 연락이 왔어요. 마음에 준비를 해야 한대요. 어머니"


전화기 건너편 "툭!"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나고 멈춰버린 침묵이 이어진다. "어머니! 어머니!" 외마디를 전화기에 질러보지만 전혀 대답이 없다. 큰일이다. 


어쩔 수 없이 안산에 살고 있는 시누이에게 전화를 건다. "언니 어머니가 쓰러진 거 같아요. 어쩌죠?" 시누이는 자초지종 설명을 듣고 바로 시골집으로 차를 타고 출발한다고 한다.


수니는 점점 노심초사이다. 남편도 생명이 위급한데 연달아 시어머니까지 쓰러지시다니 정신이 아찔하다. 어떻게 할 방법도 없고 그냥 손만 놓고 넋을 놓고 있다. 몇 시간이 지나자 시누이에게 연락이 왔다. "어머니가 정신을 잃고 쓰려지셨어. 지금 큰 병원으로 옮기는 중이야" 


코로나 집중치료실에 누워있는 남편은 어머니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알기나 하면 더 충격을 먹을 텐데... 남편에게 이런 사실을 알려줄 수도 없고 알릴 방법도 없다.


다음날 시누이가 짤막한 한 문장을 보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어."




시어머니 장례식을 참여하고 싶어도 병원에 있는 남편을 두고 갈 수도 없고, 시어머니를 하늘나라에 보내드린 며느리는 욕먹기 백 퍼센트 빼박, 갈 용기도 없다.


며칠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이런저런 생각에 멍하니 벽을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현관문이 스르륵 열린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 위독하다는 남편이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온 거 아닌가?


죽음 앞에서 살아 돌아온 남편이 하는 말이 소름이다. "며칠 전 꿈에 엄마가 나타났고 꿈속에서 집 밥을 차려줬어" 그 후로 그는 속이 편안해졌고 급속도로 상태가 호전되어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회복되었다고 설명한다.


기적이 눈앞에 펼쳐졌고 남편이 집으로 돌아와서 너무 반가운데 선 듯 기뻐만 할 수 없다. 그녀도 모르게 얼굴에 수심을 내비친다. 귀신같이 눈치를 챈 남편은 "무슨 일 있어?"라고 물어본다. 건강한 몸으로 무사히 돌아온 남편에게 차마 말하지 말아야 할 소식을 전해주었다. "어머니가 며칠 전에 돌아가셨어."


"뭐?" 


"어머니에게 자기가 코로나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위험하다고 전화로 이야기했는데 그때 충격으로 돌아가신 거 같아. 다 내 잘못이야 자기야 미안해!"


그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으악!" 소리를 지르며 집 밖으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 그날 밤 그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계속 전화를 해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수니는 밤늦게까지 잠을 들지 못해 몸을 이리저리 뒤치락거렸다. 겨우 새벽에 잠이 들었는데 갑자기 벨 소리가 크게 울린다. 전화기를 보니 남편이다. 전화기를 받자마자 '여보세요'도 없이 저음의 목소리로 그는 말한다. 


"이혼하자." 


"뭐?" 그녀는 갑자기 뇌가 정지된다.




"이혼하자고!"


"자기는 이혼을 원하는 사람이 아니었잖아. 내가 잘못했어. 제발 용서해 줘. 그리고 앞으로 내가 더 노력할게. 이혼은 안돼, 제발! 자기에게 진 빚을 평생 갚으면서 살게."


침묵...


"자기야 뭐라고 좀 해봐!"


"이. 혼. 하. 자. 나 고민 많이 하고 내린 결론이야. 내 성격 알지? 신중한 사람이라는 거."


"좀만 더 생각해 봐. 자기야, 내가 자기 원하는 거 뭐든 할게."


침묵...


수니는 수화기를 잡고 자기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두 손을 잡고 있다. 간절한 그녀의 몸짓.


"서류는 오늘 보낼 거야. 그렇게 알고 있어." '뚝' 그렇게 전화기가 일방적으로 끊어졌다.




다음날 이혼 서류가 도착했다. 그리고 3장의 설명서가 첨부되었다. 그가 꼼꼼하게 작성한 요구사항 조건들이었다. 그는 이혼에 대한 책임은 수니에게 있지만 소송이 아닌 합의이혼을 선택한다고 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재산 분할에서 그는 당당하게 부동산과 현금을 전부를 요구했다.


공동명의로 구입한 시드니에 있는 타운하우스, 그것을 팔아 빚을 빼고 남은 돈 전부를 그는 원했다. 다만 아내가 사회에서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12개월 생활비는 남겨준다며 그것이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최선이라고 적혀있다.


오 마이 갓, 아무리 어머니를 잃은 남편 입장을 생각해서 백번 양보한다고 해도 이건 너무하는 거 아닌가?


그녀는 서류를 쳐다보며 멍하니 서있다. 그녀는 가만히 서있는데 건물들이 부서지면서 그녀에게 달려드는 환상을 보인다. 그래도 정신을 차려서 어떻게든 수습하려고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기로 한다.


'남편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러했겠어. 일단은 남편 의견에 토를 달지 말고 협조를 해주고 천천히 그를 설득하면 이혼하지는 않을 거야. 나를 겁주기 위해서 남편이 그러는 걸 거야. 화를 풀기 위해서 잠시 미친 것뿐일 거야' 이렇게 생각하니 맘이 한결 편해진다.


그래 일단은 이혼 합의서에 사인을 해서 서류를 돌려보내 그의 마음을 안정시키자. 그가 원하는 대로 서류를 작성하고 동의한다는 사인을 한 후에 우체통에 서류를 붙였다.


그는 서류를 받자마자 수니에게 전화를 건다.


"앞으로 행복하게 잘 살아. 나도 행복하게 살 테니."


"아니 자기야, 난 자기가 내 마음을 테스트하려고 그러는 줄 알았어. 난 이혼을 원하지 않아. 난 자기와 계속 행복하게 같이 살 거야."


"무슨 소리야 이미 서류에 사인했잖아."


"그건 자기가 원하니까 해준 거지 내가 원하는 건 그게 아냐"


"됐고, 앞으로 잘 살아. 다시는 이런 불행을 만들지 말고. 난 앞으로 한국에 가서 살 거야."


이 통화가 남편과 마지막 통화가 될 줄이야. 




수니에게는 다시 그의 마음을 돌이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전처럼. 이젠 정말 더 이상 기화는 없는 건가?


앞으로 어떻게 하야하지? 1년 생활비로 어떻게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지? 50살에 이런 경제적 알몸 시나리오를 상상했을 리가 없는데... 


멍하다.


그녀는 절벽에 떨어지면 죽을 것 같은데 막상 절벽 밑에는 꽃밭이 있다는 이야기처럼 시간은 또 그렇게 흘러간다.


호주 타운하우스는 부동산에 내놓아서 팔았고 가구들이며 가전이며 살림살이들을 다 정리했다. 혼자서 이런 일을 다 처리할 수 있다니 스스로도 놀랍다. 차근차근하다 보면 시간이 걸릴 뿐 어떻게든 하게 된다는 걸 배웠다.


수니는 호주에 생활을 청산하고 한국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남편이 원해서 이민을 온 것이었는데 이제 그는 이미 여기에 없다.


남편 없이 생활하는 것이 처음에는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자유로운 생활에 오히려 생활에 활력이 넘쳤다. 비록 돈은 없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얻은 느낌이다. 매번 태클을 걸던 남편이란 존재가 사라지고 잔소리하던 남편이 없으니 좋다. 매번 끼니를 챙겨줘야 하는 남편이 이제는 없다. 뭔가 책임감에서 해방된 자유부인 그 자체이다.


한국에 가서 다시 IT 개발자 일도 찾아봐야겠다. 생활을 하려면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한다. 이제는 다시 홀로서기를 해야 하니까. 취업에 도움을 줄 사람이 생각이 났다.


그녀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이 되지 않은 백수 시절에 우연히 수니를 만났다. 수니는 호주로 이민 가기 전 그녀에게 IT 팀장을 소개해 주었다. 그녀는 시누이 조카였다. 여하튼 그녀가 성공해서 지금은 중견 IT 회사 이사를 맡고 있다. 그녀에게 연락한다면 분명 길이 있을 것이다.


이사로 성공한 그녀는 한국에 오면은 자신이 직접 공항에 마중을 나간다고 그곳에서 만나기로 했다.




드디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정말 이런 모습으로 다시 한국에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인생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수속을 끝내고 여행 가방을 찾아서 출구로 나온다. 


멀리서 누군가가 손을 흔든다. 아니 이거 뭐지? 바로 전남편 말미잘 새끼 아닌가?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지?' 상냥한 목소리로 반가워해준다.


그의 자동차를 타고 인천공항을 벗어나 전주 톨게이트를 지나갈 때까지 둘 사이에는 침묵이 이어졌다. 굳이 서로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고 느낀 것처럼.


시골집에 도착해서 수니는 예전과 달라진 시골집을 보고 상경스럽다. 오래되고 부서진 과거 시골집은 사라지고 최근에 지은 집처럼 깔끔하고 튼튼하게 보이는 새 집이 이쁘다.


그 집에서 들어서니 텃밭에서 방울토마토를 따고 있는 한 사람이 보인다. 바로 하늘나라로 가신 줄 줄 알았던 전남편 어머니가 아닌가? 수니를 보자 환하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고 있다.


순간 망치를 퍽 하고 맞은 듯한 충격에 빠져버렸다.


'이 남자 뭐지?'




남편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려서 응급실에 실려갔었다. 하지만 그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리지는 않았던 것. 다만 공황장애가 왔었다. 다행히 병실에서 하루 정도 휴식을 취하고 나니 제정신이 돌아왔다. 그래서 곧바로 퇴원을 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아내를 혼내줄 방편으로 이용하기로 했다. 남편은 마치 코로나에 걸려서 위독한 환자인 것처럼 아내를 속였다. 방법은 너무나 간단하게 병원 이메일 양식을 그대로 복사해서 아내에게 메일을 보낸 것이다. 남편이 위급하니 마음에 준비를 하라고.


그리고 시골에 어머니에게는 며느리에게 전화가 걸려오면 바로 수화기를 떨어뜨리라는 연기 연습을 미리 주문하였다. 그래서 시누이가 시골에 어머니 집으로 내려갔을 때 어머니는 멀쩡했지만 죽어서 장례를 치른 것으로 손발을 맞추었던 것.


남편은 이혼 서류를 만들어서 아내에게 전 재산을 포기하게 만들었고 그 돈으로 시골에 집을 새로 짓고 어머니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차근차근 들려준다.


'미친 새끼' 이런 생각밖에 안 든다.


호주에 살면서도 항상 역이민을 원했던 남편이었지만 아내는 이민 오는 것도 힘들었는데 역이민은 안된다고 결사반대를 하였다. 서로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그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린 절호의 기회를 살려 역이민을 하면 되겠구나 꾀를 내었고 실행에 옮겼다.


그리고 그는 아직 이혼 서류는 법원에 접수하지 않고 자기가 보관 중이라며 여전히 수니를 사랑한다고 앞으로 이 시골 새집에서 행복하게 같이 살자고 윙크한다.


'으악, 이 말미잘 새끼' 수니는 미쳐 버리겠다.


처음 이혼당했을 때는 괴로웠지만 시간이 지나서 자유로운 이혼녀 생활에 적응하고 만족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이제 맛보기 시작했는데 다시 남편이라는 남자가 나타나서 다시 그 지겨운 결혼생활을 하자고 꼬신다.


그녀는 이제는 정말 악몽에서 벗어나고 싶다. 결혼이라는 그 둘레에서...




재미 삼아 한번 적어봤어요. 역시 소설은 마무리가 어렵네요. 


결혼에서 너무 벗어나고 싶은데 다시 결혼에 메이는 이야기, 수니의 막 써보는 단편소설이었습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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