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니 Jun 21. 2021

푸른 노을 영화 리뷰

노년에 찾아온 하늘이 파랗게 펼쳐지는 마술의 시간

푸른 노을(2017)

드라마 한국 2017.11.23 개봉

91분, 12세 이상 관람가

감독: 박규식

주연: 박인환, 오미희, 남경읍

네티즌 평점: 9.0

- 다음 영화 참조 -


중년이라는 나이가 되니 노후에 대한 생각을 해보곤 한다. 이 영화는 노년에 삶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름다운 노년을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 질문에 답을 살포시 보여준다.


영화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과거에 후회만 남은 노인, 그는 마지막 여행길을 떠나고 그곳에서 발견한 희망 이야기이다.


세명에 노인을 통해서 내 노후는 어떠해야 하나 그려보게 되고 무엇을 마음에 준비해야 하나 떠올리게 한다.


이 영화는 평범한 서민들에 이야기도 담겨있다. 아픔을 가지고 힘들게 살지만 서로 보듬어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에 이야기도 엿볼 수 있다.


붉은 노을이 아닌 푸른 노을인 이유는 무엇일까? 해가 지고 나서도 잠시 하늘이 파랗게 펼쳐지는 마술의 시간. 바로 노인들에게 주어지는 선물 같은 시간을 말하는 것 같다.



이 글은 줄거리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평생을 사진을 찍으며 사진관을 운영하는 60대 후반 남우(박인환)이다. 핸드폰, 디지털카메라가 대중화되며 점점 일거리도 줄어들고 자신의 존재 가치가 사라짐을 느낀다.



하나뿐인 아들은 3년 만에 찾아왔다. 엄마를 죽게 만들었다며 아버지를 원망한다. 그리고 빵 가게를 하겠다면서 아버지 사진관을 팔아서 돈을 보태달라고 한다.


남우는 이제 아내도 없고 과거를 돌아보니 후회가 남는다. 거기에 치매 초기에 파킨슨병까지 찾아왔다. 그는 인생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알게 된다.


사진관을 정리해서 아들에게 편지를 남긴다. 용문사 은행나무 앞에서 찍은 사진을 오랫동안 찾아가지 않은 고객에게 추억에 사진을 돌려주려고 배낭을 메고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도 아내를 따라 하늘나라로 가려고 한다.


그러던 중 낙천적이고 쾌활한 길거리 악사 달주(남경읍)와 소녀의 품성을 가진 오드리 헵번을 닮은 비디오 가게 주인 은녀(오미희)를 만나 친구가 되고, 이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된다.



달주는 과거에 아들과 용문사 은행나무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 아들은 자기 핏줄은 아니다. 하지만 얼떨결에 달주는 아버지 노릇을 하게 되었다. 그것도 잠시 떠돌이 생활을 하는 길거리 악사이기에 연락은 오래전에 끊어졌다.


여행을 떠난 세명은 달주 아들에게 추억에 사진을 전해주러 갔다. 그런데 달주 아들은 교도소에 있는 처지가 되었다. 달주 아들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피붙이는 아버지뿐이라고 아버지만을 기다렸다고 한다.


달주는 친자식은 아니지만 그런 사연을 들으니 마음이 안쓰럽다. 교도소에 방문 가는 세명이다. 달주 아들은 아버지를 만나서 반갑다고 눈물을 뚝뚝 흘린다. 자기를 잊지 않고 이렇게 찾아와 줘서 고맙다고 말이다.


달주는 비록 친자식은 아니지만 자기를 아버지로 생각해 주는 아들과 며느리와 함께 노후를 보내기로 결심한다.


남우와 은녀 둘이는 장수로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는 그녀가 꼭 가고 싶은 식당이 있다고 한다. 그곳에서 국밥을 먹고 있는데 식당 주인과 꼬맹이 주인 딸을 보자마자 그녀가 눈물을 글썽인다.


그녀는 젊은 시절 영화배우였는데 유부남 감독과 사랑에 빠져서 아이를 낳았다. 이미 감독과는 헤어졌고 아이를 혼자 키우는데 너무 힘들어서 고아원에 맡겼다고 한다.


그 딸이 이제 이렇게 커서 장수에서 식당을 하고 있다는 거다. 가끔 식당 밖에서 얼굴만 보고 갔는데 남우 덕분에 식당에서 같이 밥 먹으면서 가까이에서 딸과 손녀를 보게 되었다고 고맙다고 이야기한다.


이제 남우는 모든 추억에 사진을 돌려줬다. 자신은 아내 곁으로 가기로 하고 은녀에게 편지를 남기고 홀로 바닷가로 떠나간다.


남우는 과거에 의처증으로 아내를 힘들게 했었다. 자신에 잘못으로 아내가 하늘나라로 가버리자 무척이나 괴로워하며 반성하는 세월을 보냈다. 자신에 잘못을 뉘우치며 아내에 무덤에서 눈물을 흘린다.


바다는 노을이 지고 있다. 바다 물속으로 점점 걸어가는 남우이다.


그 순간 남우를 애타게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다. 은녀이다. 멀리서 뛰어와서 남우를 붙잡으며 '오라버니 오라버니'를 연신 외쳐댄다.


남우는 휠체어에 앉아있다. 그 휠체어를 밀고 있는 사람은 은녀이다. 두 사람은 노후를 함께 보내기로 했다. 은녀에 집에서 남우는 같이 살고 있다. 서로를 아껴주는 행복해 보이는 노년 커플이다. 


두 사람은 남우 아들이 오픈한 빵 가게를 멀리서 쳐다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두 사람은 용문사에 구경 갔다. 은녀는 은행나무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밝게 웃고 있는 그녀 얼굴에 사진기로 초점을 잡고 있는 남우. 그에 눈에 비친 그녀에 화사한 표정이 클로즈업되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영화가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좋고 세명이 여행을 하면서 소소하게 만나는 사람들에 인생 이야기도 좋다. 여행은 젊어서도 떠나도 좋지만 나이 들어서 해도 좋은 거 같다.


남우가 노년이 행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아닌가 싶다. 첫 번째는 다른 사람에게 추억에 사진을 찾아주려고 여행을 떠났다는 것.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는 기존에 일에서 벗어나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타인에게 추억을 찾아주려는 선한 의도였다.


두 번째는 와이프 죽음에 대해서 반성을 했다는 것. 자신에 잘못을 인정하는 게 어려운 일인데 그는 과거를 돌아보고 자신에 문제를 바로잡으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로맨스는 젊은 사람, 중년에게만 찾아오는 것은 아닌 것이다. 확률은 떨어질지 몰라도 충분히 노년에도 로맨스는 찾아올 수 있다.


그 로맨스를 맞이할 준비가 된 사람이라면 노후에 서로 의지하고 사랑을 나눌 수 있다고 영화는 말하는 것 같다.


은녀가 남우에게 끌린 것은 무엇일까? 사진이라는 전문 분야에 예술작품 같은 사진을 찍는 모습에 반한 것은 아닐까 싶다. 전문가에게 매료되는 것은 나이를 불문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녀는 남우에 시종일관 진솔하고 신중한 모습에 반한 것은 아닌가 싶다. 항상 은녀에 미모에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남자는 많았지만 그녀에 마음에 문을 열지는 못했다. 진솔한 남자에게 마음이 가는 것 또한 나이에 상관이 없다.




예전과 달리 중년에 나이에 있는 사람들이 진로에 관한 사주상담을 하러 많이 온다고 한다. 20대 30대가 할 고민을 40대 중후반 50대 60대가 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세상이 변한 것이다. 안정된 일자리가 정년 나이까지 보장되는 사회도 아니고, 평균수명도 점점 올라가면서 은퇴 후에 건강하게 살 나이가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사주명리학에서는 년월일시 4개에 기둥이 있는데 마지막 기둥인 시주를 미래, 중년, 노년에 모습으로 추정한다. 내 노년에 모습이 어떤 모습인가는 시주를 보면 어렴풋 짐작은 할 수 있다.


시주에 식신과 상관이 있는 사람이라면 노후에도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려는 성향이 있다고 봐야겠다. 취미활동을 하던, 하고 싶은 일을 하던, 봉사활동을 하던지 말이다.


자신이 젊은 시절에 해보지 못한 것을 해보려 하는 욕망이 있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타격을 주지 않는 선에서 자기 재능을 펼치는 것은 좋을 것 같다.


시주에 인성이 있다면 노후에도 왕성한 지적 호기심으로 여러 가지 책과 문학, 예술을 접할 기회가 생길 수 있다.


노후에 어떤 것을 지향하든 벼는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는 말처럼 지혜가 쌓인 겸손한 노인이 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경기일보 사진 참조


슬픈 이야기로 끝날 수도 있는 노년에 이야기를 아름답게 훈훈하게 마무리해 줘서 좋다. 젊은 사람이 봐도 좋고 중년이 봐도 노년에 나이를 보내는 사람이 봐도 만족할만한 그런 영화이다.


노년에도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고, 만들 수 있다고, 이 영화가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비밥바룰라 영화 리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