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성 편인 운에 떠오르는과거 여행
수니는 인성이 없는 무인성 사주팔자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유튜브에서 사주 강의를 들어보니 생각이 나는 것이 있다. 바로 과거 시간 여행이다.
인성이 있는 사람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사람이다. 그래서 인성이 있는 사람은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다 고려해서 해결점을 찾으려고 한다.
하지만 무인성은 현재 지금만 사는 사람이다. 무인성은 얼핏 보면 현자들이 말하는 여기, 지금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면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당장 성급하게 뭔가를 결론을 내리려고 하기에 현명한 선택을 잘하지 못한다. 현재만 봐서는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다.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생각했을 때 현재가 더 명확하게 보이는 것이다.
평소에 과거나 미래를 잘 생각하지 않는 무인성 수니가 인성운이 들어오면서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가 요새 부쩍 과거가 많이 생각이 난다.
예전 같으면 별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데 요새는 옛날에 내가 어떠했는지? 이런저런 생각이 난다. 그런데 주로 안 좋은 기억들이 많이 생각이 난다.
분명 좋았던 일이 있긴 있었을 텐데 그것들은 떠오르지 않는다. 기억이라는 게 참 심하게 왜곡된다는 게 느껴진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있는 그대로가 아닌 자체 편집해서 저장을 하는 것이다. 뇌에는 기억 편집국장이 살고 있다.
수니의 과거를 돌아보니 국사 세계사 같은 역사에 전혀 흥미가 없었다. 역사를 통해서 반성하고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 지혜를 준다고 했는데 전혀 와닿지가 않았다. 역사는 그냥 암기로만 생각하고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 외우기만 하는 과목일 뿐이었다.
그래서 역사에 관해서 배운 것은 거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역사에 관심도 없으니 사극 같은 드라마는 영 흥미가 없어 보지 않았다. 그나마 관심 있는 것은 과거 역사보다는 미래에 관한 SF 영화, 우주 영화 같은 것을 좋아했다.
그런데 무인성의 인성운이 들어오니 저절로 나의 과거가 생각이 나는 것이다. 내 역사에 관심이 생기게 된다. 내가 걸어온 길에 대해서 되짚어 보게 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별로 들추고 싶지 않은 것들만 더 기억이 생생하게 나는 것이다. 내가 잘못해서 문제를 일으킨 것들이 주로 생각이 떠오른다.
역사를 잘 몰라도 친일 역사를 청산하자고 이야기를 했고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내 입으로 말했다. 한국의 어두운 역사를 바로 알아서 그것을 반성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고.
그런데 나 자신을 돌아보니 내가 전혀 그렇게 하고 있지 않았다. 내 과거를 돌아보고 그것의 문제를 깨닫고 반성하고 다시는 그런 안 좋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했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매번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혼자 억울하다고 누군가를 붙잡고 하소연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내가 목소리를 높였던 것이다. 내 역사도 제대로 세우지 못하는 처지에 있는데 말이다.
가장 오래된 과거 기억이 하나 있다. 초등학교 입학 전 때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 기억 속으로 들어가 본다.
초등학교 입학을 기다리는 겨울이었다. 그 당시 주택에 주방이 달린 방 한 칸에 세 들어서 살고 있었다. 마당에 있는 공동 화장실을 사용하고 막둥이가 갓 태어나 한 방에 여섯 식구가 잠을 자던 시절이었다.
동네 친구들하고 신나게 밖에서 놀다가 약간 어둑할 저녁시간에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따라 아버지가 일찍 퇴근해서 집에 있었다. 평소라면 술 먹고 늦게 집에 들어와야 하는데.
집에 가서 인사를 하고 방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내 손을 아버지가 쳐다본다. 한 손에는 벙어리장갑이 있고 다른 손에는 벙어리장갑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아버지가 장갑이 어디 있나고 물어본다.
여기저기 옷을 뒤져봐도 없다. 그래서 잃어버린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아버지가 그 장갑을 찾아오라고 하는 것이다. 그전에는 집에 오지 말라고.
엄마는 그 당시 아버지와 사이도 그리 좋지 않았기에 아버지에 눈치를 봤던 거 같고 그렇게 나는 집 대문 밖으로 쫓겨났다.
장갑을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전혀 알 수가 없어서 찾으러 가는 것은 포기했다. 추운 겨울밤, 마냥 대문 밖에 골목길에 쪼그리고 앉아있었다.
한참을 앉아있는데 싸라기눈이 내린다. 그때 그 눈이 참 스산했다.
그때 우연히 동네 할머니와 손자가 손을 잡고 집 앞 동네 골목길을 지나간다. 그러면서 그 할머니가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손자에게 이야기를 한다.
네가 나쁜 짓을 하면
저기 저 형아처럼
나중에 저렇게 벌 받는다
그러니까 어른 말씀을
잘 들으라 알았지?
혀를 '쯧쯧쯧' 차면서 지나간다
그 당시 기분이 굉장히 처참했다. 난 솔직히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어디에서 잃어버렸는지도 모를 그 장갑 한 짝 때문에 이런 수모를 겪는다는 게 너무나도 억울했다.
그것이 이렇게 할머니에게 손가락 짓을 받을 일인지? 추운 겨울날 저녁도 못 먹고 집에서 쫓겨나야 할 일인지? 속으로 무척이나 억울한 마음이었다.
아마 그 작은 사건이 내 뇌에 엄마와 아버지에 대한 좋은 기억은 삭제되어버리고 수모를 겪게 만든 사람으로 둔갑되어버린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니 만약 내가 좀 유연했다면 아버지에게 잘못했다고 공손히 사과를 하던지, 아니면 애교로 뭔가 행동을 취해서, 울어서 동정심을 유발해서 집에 쫓겨나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그 어린 나이에도 내가 잘못한 것이 없다는 고집을 내세운 것이다. 그 결과로 집에서 쫓겨나고 그런 이상한 소리를 들은 것이다.
타고난 사주팔자가 있는 거 같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꼬마가 뭘 알고 그렇게 했겠냐 싶은데, 그 작은 아이 몸에도 고집이 있었던 것이다. 내가 잘못한 것이 없다는 그 생각 말이다.
그 당시에 아버지는 술 먹고 바람을 피우며 엄마랑 심한 부부 싸움을 하면서 어른답게 살지 않았다. 그러면서 자식에 잃어버린 장갑 하나를 문책하는 것이 싫었다. 그럴 자격이 없는데.
바람피우는 남편 때문에 신경이 온통 아빠에게 쏠려서 자식을 챙기지 않는 엄마. 장갑을 찾아오라는 아버지의 말에 현명하게 대처를 하지 못하고 굳이 나를 집 밖으로 내보낸 엄마도 싫었다.
그런 마음이 그 당시에 무의식에 깔려있었다. 그래서 반항하는 마음에 유연성이 없는 성격이기에 고집을 피워서 대문 밖으로 쫓겨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어릴 때 이 사건 하나로도 내 성격과 집안 분위기를 알아차리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
골목길 땅바닥에 쭈그려 앉은 지 두 시간 정도 지나 엄마가 집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나중에 집으로 들어갔지만 이미 상처를 받았고 자존감은 바닥을 찍었다. 그 후로 엄마 아버지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자리 잡게 되었다.
예전에는 아버지와 엄마 탓을 했는데 지금 글을 적으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의 고집이 그런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유연한 성격이었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지금도 그 초등학교 입학 전 내면아이의 연장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가끔 느낀다. 여전히 내 고집을 피우는 면이 많다. 그나마 최근에서야 남편의 말을 귀담아들으려고 하고 있다.
이것을 알아차리는데 40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아버지 엄마 탓이 아닌 내 고집으로 인해서 야기된 일이라는 걸 인정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이렇게나 길다니 참 씁쓸하다.
그러고 보니 하나 더 생각나는 것이 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교실에서 수업을 열심히 듣는 중이었다.
그런데 수업 시간에 너무 오줌이 마려운 것이다.
쉬는 시간에 친구들이랑 신나게 정신없이 떠들며 놀기 바빠서 화장실을 깜빡하고 못 간 것이다.
수업 중에 오줌이 마려운데 너무 참기가 힘들다. 그래서 화장실을 가고 싶은데 그 당시만 해도 수업 시간 중간에 화장실을 가는 것을 상상을 못 했다. 선생님에게 이야기도 못하고 혼자 끙끙거린다.
그러다가 결국 오줌을 사버리게 된다.
그러자 아이들이 내가 싼 오줌을 발견하고 선생님에게 이야기를 한다. 결국 나중에 엄마가 학교로 갈아입을 옷을 가지고 찾아왔다.
그 당시에 마치 내가 오줌을 못 가리는 그런 아이로 전락해버렸다. 사실은 오줌을 못 가리는 그런 아이가 아니었고 융통성이 없어서 그런 것인데.
쉬는 시간에 화장실을 갔었야 하는데 노는데 정신이 팔려서 화장실을 못 가고 바로 수업이 시작되었고, 그 나이에 선생님의 권위에 눌려서 말을 못 하고 그냥 오줌을 싸버린 것이다.
이 사건마저도 알고 보면 무인성의 면모가 드러나는 것이다.
시간을 조절을 잘 못하고 정신없이 놀다가 화장실을 제시간에 못 간 것이다. 그렇다고 유통성이 있어서 선생님에게 말해서 화장실을 가던지, 아니면 혼자 당당하게 가든지 할 수 있는데 그렇게 못했다.
내 안에 자리 잡힌 어떤 성격적인 측면이 이런 상황을 야기한 것이다. 지금도 무슨 일을 할 때 시간 조절을 잘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 번에 몰아서 하는 경향이 심하다.
어린 시절에 기억을 떠올려봐도 유연성이 부족하고 고집스럽고 뭔가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내 과거를 되돌아본다는 것은 역사를 공부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과거를 돌이켜 생각해 보니 부모님 탓이 아닌 타고난 성격으로 인연하여 생긴 일이라는 걸 알게 된다.
이제 지금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행동하느냐에 따라서, 내가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여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생각과 행동 하나하나가 알고 보면 나중에 다 내 머릿속에 기억되어 나의 역사가 될 것이다.
나중에 나의 역사를 읽으면서 후회하기보다는 약간의 만족을 주는 그런 발자취를 남기고 싶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