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hythm of life
엄마는 10년 넘게 신경정신과 약을 드셨다. 타고난 불안이었는지 후천적으로 생긴 우울증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엄마가 매일 아침 크기도 색도 다양한 알약들을 손바닥에 담아 한 움큼씩 드셨다는 기억뿐.
만성신부전증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양약, 특히 신경계 쪽 약을 오랫동안 복용할 경우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엄마가 신장투석을 시작하고 알게 되었다. 한 달에 60만 원이 넘게 들어가는 병원비와 약값도 부담이었던 형편에 신장이식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렇게 시작한 신장투석은 매주 월, 수, 금 일주일에 3번 지속되었다. 돌아가시기 전날까지 엄마는 투석을 했다.
20년 넘게 투석을 한 엄마의 혈관에는 굵은 바늘이 만든 굳은살과 함께 고통의 시간이 고스란히 문신처럼 새겨 있었다. 너무 오래 사용한 혈관도 힘이 들었는지 막혀 버려서 나중엔 투석용 혈관을 새로 만들기 위해 혈관을 잘라 다른 혈관과 연결하는 대수술을 하기도 했다.
호스피스 병동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이 투석실 여부였다. 다행히 집 근처에 안락하고 투석실까지 있는 호스피스 병원이 있었다. 그곳에서 엄마는 수십 년의 병원생활 중 가장 포근하고 따뜻한 시간을 보냈다.
처음엔 엄마 혼자 버스도 타고 장애인 차량을 이용하기도 하면서 투석을 다녔지만 몸이 약해지면서 월수금, 주 3일 엄마를 내가 엄마를 모시고 다니기 시작했다. 아침에 엄마를 병원에 모셔다 드리고 집에 돌아와 아이들 등교를 챙겼다. 집을 치우고 운동을 하고 점심을 차리고 다시 병원으로 가서 엄마를 모시고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가 점심을 다 드시면 설거지를 하고 일을 하러 갔다. 그렇게 매일 똑같은 월수금을 보냈다.
화요일과 목요일은 나도 엄마도 조금 자유로웠다. 나는 주로 친구들과 약속을 잡았고 엄마는 시장에 다녀와서 요리를 했다. 가끔 함께 쇼핑과 외식도 했다. 그렇게 월수금, 화목, 일주일이 지나고 일 년이 지나고 세월은 잘도 흘렀다.
이제 엄마가 없는 월수금, 나는 아이들 등교시간에 맞춰 일어나 집안일을 하고 운동을 하고 글을 쓴다. 화목엔 영어도서관에 출근을 해서 순수하고 반듯한 아이들을 보며 맑은 에너지를 수혈받는다. 주말엔 훌라를 추고 남편과 술을 마신다. 월수금, 화목, 토일. 월수금, 화목, 토일. 삶이 리듬을 타고 그 위에 멜로디가 앉는다. 가끔 슬픈 단조가 울리기도 하지만 주로 즐거운 장조가 화음을 만든다.
작품 <Tuesday> 정수영
큐레이션 @gonggan.goyoo #공간고유
<고유한 순간들-그림을 보고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