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하게 시린 7월의 구름
구름 속엔 그리스 신화 속 여신 이리스가 살고 있는 건 아닐까? 그녀가 매일 우리의 눈물과 땀으로 구름을 만들어 하늘로 보내면 이야기를 들은 신들이 답장으로 비와 눈을 내리고 가끔 무지개를 그려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와 신들의 이야기가 버스터미널처럼 땅에 함께 머무는 날엔 안개가 잔뜩 낄 것이다. 땅까지 내려온 구름은 아쉬움을 가득 안고 끝도 없이 소란스럽게 이야기를 이어가다가 서서히 하늘로 땅으로 스민다.
바쁜 시간 속, 가만히 구름을 쳐다보노라면 나도 모르게 구름 속 면회실로 빨려 들어간다. 이리스가 나타나 나의 안부를 묻는다. 나도 먼저 간 동생이 엄마와 만났는지, 조카들은 그대로인지 아니면 하늘나라 어른으로 성장했는지 묻는다.
아이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아 한동안 바라보지 못했던 한 여름의 하늘. 이제는 조금씩 올려다본다. 이리스가 사진 대신 보여주는 적란운 속에 아이들의 실루엣이 보이는 듯하다. 동생과 조카들이 떠난 7월 말의 구름은 선명하고 시리다.
구름이 없는 청명한 날엔 아이들이 바쁘게 지내는가 보다 안심한다. 연하고 흐린 층운이 펼쳐진 날이면 내가 보고 싶어 가까이 왔나 하며 작게 웃는다. 전할 말이 너무 많은 듯 구름이 뭉쳐 비가 오는 날이면 가끔 우산 없이 걷는다. 온몸으로 비를 맞으면 하늘에서 보내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또렷이 들릴것 같아서.
작품 <Layers of the air28> 홍성준
큐레이션 @gonggan.goyoo #공간고유
<고유한 순간들-그림을 보고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