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의 파랑 깃털
이 파랑을 어디서 봤더라?
2022년 여름, 양양에서 파랗게 반짝였던 내 모습이다. 깃털처럼 가벼운 무게마저 그날의 내 모습과 꼭 닮아 있다.
2021년 12월, 오른손으로 아픈 왼쪽 어깨를 꾹꾹 누르며 침대에 누워 인스타그램 사진을 넘겨보고 있었다. 멈칫. 내가 아는 사람인데 다른 사람인 것 같은 바디프로필 사진에서 손이 멈췄다. 오래전 함께 일했던 직장 동료였다. 몰라보게 건강하고 섹시해진 모습의 몸과 표정에 놀라 나도 모르게 메시지를 보냈다.
나의 칭찬에 그녀는 살이 빠지고 예뻐진 것보다 건강한 삶과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이 가장 기쁘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나에게도 꼭 해보라고, 1년 후에 분명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을 거라고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첫 PT 수업을 하고 한동안은 생각이 많았다. 그동안 나를 지배했던 삶의 태도와 그 결과로 만들어진 몸이 새로운 삶 앞에서 주눅이 들어 있었다. 젊고 탄탄한 몸으로 당당한 매력을 뿜어내는 아가씨들 사이에서 펑퍼짐한 티셔츠를 입고 구석에서 조용히 운동을 했다. 집에 돌아올 때마다 내 몸에 타고나지 않은 어떤 결함들에 대해서 핑계를 찾았고, 목표는 머나먼 신기루 같기만 했다.
꾸역꾸역. 그래도 그냥 운동을 하러 갔다. 그리고 6개월 후, 약 5킬로그램 정도 감량했을 때, 함께 운동하는 분들과 양양으로 단체촬영을 하러 가기로 했다.
조용히 운동이나 하지, 뭐 대단한 거 한다고 난리를 치느냐며 가족들은 나의 결정을 탐탁지 않아 했다. 남편이 싫어하지 않냐며 오히려 남편 편을 드는 동네 엄마들도 많았다. 뭐지? 괜히 더 부아가 나서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가고 싶었다.
2022년 여름, 양양 서피비치에 새파란 수영복을 입고 내가 부러워하던 아가씨들과 함께 카메라 앞에 섰다. 어색한 마음을 숨기고 내가 가진 가장 당당한 표정으로 모래밭에서 포즈를 취했다. 뒤늦게 내 나이를 알고 10살 넘게 차이나는 어린 회원들은 나에게 정말 멋지다고 나를 치켜세워주었다.
하루 종일 계속된 촬영에 뒤풀이까지 마치고 오니 새벽 2시. 남편과 친정엄마는 화가 잔뜩 나 있었다. 덕분에 서로 며칠 대화가 없었지만 나는 이미 깃털처럼 가벼워져있었다. 내가 노력해서 만든 나의 몸, 타인에 휘둘리지 않는 선택. 나를 향한 잔소리와 염려, 걱정, 부정적인 시선을 양양의 파도에 실려 보내고 나는 떠올랐다.
살랑.
작품 <푸른 깃털> 조은필
큐레이션 @gonggan.goyoo #공간고유
<고유한 순간들-그림을 보고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