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 일기
갱년기인지 화병인지 요즘 들어 자꾸 화가 납니다.
그냥
막
한번 화가 나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요.
화를 내다보면
왜 화가 났는지를 잊고
화가 나 있는 제 자신만 남아 있어요.
오히려 조울증처럼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할 때는 양반이었어요.
바닥으로 가라앉은 기분은 그 안에서 기어 다녔어요.
그러던 어느 날 남편과 소주 한 잔 기울였습니다.
동갑내기이자 고등학교 동창인 남편과 저는 종종 둘이 회식을 하는데
워낙 술을 좋아하는 둘이라 그날도 장어집에서 소주 세 병에 맥주 한 병을 뚝딱했어요.
울적한 마음이 술기운을 타고 흘러나왔습니다.
"내 인생은 너무 즐거우면 안 되나 봐.
뭐만 할 만하면
조금 즐거울 만하면
자꾸 삶이 뒷덜미를 잡네.
우울해 모든 게.
의욕이 없어.
자꾸
내 인생이 그렇지 뭐.
그냥 여기 까지지 뭐.
그런 말이 내 입에서 나와.
내가 나를 비웃어.
더 잘되려고 노력 그만하고 싶어.
화도 안 나."
남편은 문득 제가 안타까웠는지
좀 멋있게 보이고 싶었는지
하루 여행을 다녀오라고 제안해주었습니다.
방금 전까지 그렇게 우울하고 회의적이던 제가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전 리프레시할 시간이 필요했나 봐요.
저는 이런 기회를 절대 놓치는 여자가 아니에요.
덥석 물었죠.
바로 다음날 야놀자에서 예약을 했어요.
동해 바다 숙소를 잡고
근처 미술관과 맛집 예약을 마쳤습니다.
남편은 다음 날 자기가 언제 그런 이야기를 했냐며
펄쩍 뛰었지만
쏴리, 자기야
내 마음은 이미 동해야.
I am looking forward to seeing the s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