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실버라이닝 Nov 23. 2022

Seeing the Sea

드로잉 일기

갱년기인지 화병인지 요즘 들어 자꾸 화가 납니다.

그냥

한번 화가 나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요.


화를 내다보면

왜 화가 났는지를 잊고

화가 나 있는 제 자신만 남아 있어요.


오히려 조울증처럼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할 때는 양반이었어요.


바닥으로 가라앉은 기분은 그 안에서 기어 다녔어요.


그러던 어느 날 남편과 소주 한 잔 기울였습니다.


동갑내기이자 고등학교 동창인 남편과 저는 종종 둘이 회식을 하는데

워낙 술을 좋아하는 둘이라 그날도 장어집에서 소주 세 병에 맥주 한 병을 뚝딱했어요.


울적한 마음이 술기운을 타고 흘러나왔습니다.


"내 인생은 너무 즐거우면 안 되나 봐.

뭐만 할 만하면

조금 즐거울 만하면

자꾸 삶이 뒷덜미를 잡네.

우울해 모든 게.

의욕이 없어.

자꾸 

내 인생이 그렇지 뭐.

그냥 여기 까지지 뭐.

그런 말이 내 입에서 나와.

내가 나를 비웃어.

더 잘되려고 노력 그만하고 싶어.

화도 안 나."


남편은 문득 제가 안타까웠는지

좀 멋있게 보이고 싶었는지

하루 여행을 다녀오라고 제안해주었습니다.


방금 전까지 그렇게 우울하고 회의적이던 제가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전 리프레시할 시간이 필요했나 봐요.


저는 이런 기회를 절대 놓치는 여자가 아니에요.

덥석 물었죠.

바로 다음날 야놀자에서 예약을 했어요.


동해 바다 숙소를 잡고

근처 미술관과 맛집 예약을 마쳤습니다.


남편은 다음 날 자기가 언제 그런 이야기를 했냐며

펄쩍 뛰었지만

쏴리, 자기야

내 마음은 이미 동해야.


I am looking forward to seeing the sea.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