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 일기
늘 이상적인 꿈을 꾸는 저는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들 앞에 서면
상대적으로 무능력한 사람이 되는 기분이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눈물이 많아서
청승맞다는 소리도 잘 들었고,
경쟁하는 일보다 다 같이 즐거운 일이 좋았어요.
경제적으로 조금 힘들어도
마음을 행복하게 채워주는 일들이 있으면 그만이었어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어도
여전히 철이 들지 못한 어른처럼 주눅이 들어
혼자 있을 때만 조용히 꿈을 꾸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아이에게 읽어 줄 그림책을 찾다가
시인 '프레드릭'을 만난 거예요.
봄여름 가을 내내 열심히 일을 하는 친구들 곁에서
따뜻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 아름다운 색의 단어를 모으던 프레드릭.
추운 겨울, 먹을 것이 없어 힘들어하고 낙담하는 친구들에게
그동안 모아 온 단어들로 시를 들려주던 프레드릭을 보는 순간
제 모습을 보았어요.
맞아, 이렇게 살아야 행복한 사람도 있는 거야.
그게 바로 나야!
누구나 마음이 아픈 시간이 오니까요.
그럴 때 누군가 따뜻한 시 한 편을 들려줘야 하니까요.
누군가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해 줘야 하니까요.
시인이자 예술가, Giver의 마음으로
그렇게 계속 살래요.
남이 알아주든 말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