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다시 아기로

by Angela

어제저녁때까지만 해도 병원에 안 가겠다. 괜찮다고 하시던 아빠가 아침 일찍 전화를 하셨다. 병원 가니 안 가니로 엄마랑 실랑이를 벌이셨는데 아침에 본인이 전화를 하신걸 보면 통증이 심하신 게 분명했다.


올해 92세 아빠.

92세 나이를 무색하게 할 만큼 아직도 스마트로 좋은 글귀를 영상과 함께 친구분께 보내신다.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성인병 하나 없으시니 병원 간호사님들도 놀란다.

그래도 세월에는 약이 없다.

이제는 기운이 없으신 거다.

얼마 전 문지방을 넘다가 그냥 주저앉으셨다. 무언가에 걸려서 넘어진 게 아니라 기운이 없으셔서 주저앉으신 거다. 그때 허리에 충격이 간 거겠지. 이후로 통증 의학과에 몇 번 가서 통증 치료를 받고 괜찮다고 하셨는데, 며칠 전 돌아 누우시다가 약간의 충격이 또 있으셨나 보다. 이제는 외부 물리적인 원인이 아니라 내부의 기운이 없어서 사소한 충격에도 여기저기가 삐끗거리고 바로 통증으로 연결된다.


주택 2층에 사시는지라 병원에 가려고 나서는 일조차 큰 일이다. 지팡이라고는 천지 쓸 일 없다고 하시던 말은 옛날 말이 되어 지팡이는 꼭 찾으시고 계단을 내려올 때면 난간을 붙잡지 않으면 이동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병원에선 어차피 치료의 개념은 없으니 통증이 심할 때 방문해서 통증을 줄여주는 주사 처치를 받는 게 최선이라고 한다. 통증 완화 주사를 맞기 위해 처치실로 이동하는 것도 침대에 올라가는 것도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힘든 일이 되었다.


우리가 아기였을 때 엄마 아빠의 도움이 없으면 아주 단순하고 기본적인 것이 불가능했을 때처럼말이다.

인간 삶의 주기를 그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요즘이다.

그래도 지금까지 이렇게 건강하신 아빠가 고맙다.


함께 병원에 갈 수 있는 이 시간이 그리워질 수도 있는 날이 한치의 비껴감 없이 올 거라는 사실을 안다.

그래서 오늘이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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